
며칠전 장보면서, 무쌈말이 하겠다고, 절인무와 무순을 사왔었습니다.
그랬는데 어쩌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게됐고,
오늘도 안먹으면 무순 모두 못먹게 될 것 같아서, 게맛살이랑 같이 말았습니다.
달걀지단이라도 부쳐서 넣었으면 색이 더 예뻤을 텐데, 손님초대상에 올리는 것도 아니고,
식구들 먹는거라 그냥 무순과 게맛살만 넣었습니다.
마트에서 무쌈을 볼 때마다..옛날 생각에 피식 웃고 맙니다.
직장생활한답시고 대충대충 해먹고 살면서,
어쩌다 손님 한번 초대하면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다 부려보겠다고 삼박사일로 메뉴를 짜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때 잡지 책의 요리기사만 뜯어서 클리어파일에 끼워둔 나만의 요리책을 펴놓고 궁리 끝에,
필이 화악 꽂힌 것이 무쌈말이.
무를 절여서 뭔가를 싸는 걸 할 수 있는데, 무를 얇게 써는 게 너무 어려울 것 같아,
손님초대 전에 실습을 해보니, 무를 너무 두껍게 썬 바람에 예쁘게 말리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무를 하나 미리 사서 깨끗이 씻어가지고, 품에 안고 정육점엘 갔습니다.
필요한 고기 이것저것 산 다음, 품어간 무를 슬그머니 내려놓으면서,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으로,
"아저씨 이거 불고기처럼 썰어주시면 안될까요?"
그러니, 그 아저씨 어쩌겠어요? 썰어줘야지..
그렇게 해서 무쌈말이를 손님상에 올리고, 좋은 반응을 얻었더랬습니다.
그렇잖아요, 그냥 집어먹기도 좋고, 기름진 음식을 먹다가 하나 집어먹으면 입안이 상큼하고....
요즘같이 얇게 썰어서 단촛물에 담가서 파는 것이 그때도 있었더라면,
정육점 아저씨에게 그렇게 불쌍한 표정을 짓지않아도 되는건데...
요 며칠 정신없이 지내다 문득 kimys의 생일이 다음주로 다가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헉~
몇년전만 해도, 열흘 이상 남겨놓고 메뉴 짜네, 초대전화 돌리네 하고 법썩을 떨었는데.
문제는 이번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휴라는 점입니다.
원래 생일은 6일이지만,휴일에 해야하니까 날을 잡아야 하는데,
연휴의 중간인 4일날 하자니 어중간해서 좀 그렇고,
3일은 좀 이른 듯 싶고, 5일은 연휴의 마지막날이라 직장다니는 사람들은 좀 쉬어야하는데 밥 먹으러 오라기도 그렇고.
메뉴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다 짰는데..이거 날짜가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