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봄바람 부는 대로~ [산천어회]
해서, 오늘은 어머니 꽃구경을 시켜드리리라 맘 먹었어요.
성당에 모셔다 드리면서, 모시러 올테니까, 기다리시라 하고는 집에 들어와서 준비하고 다시 나갔습니다.
제 계획은 일단 송추 가마골에 가서 설화라는 아주 부드러운 갈비살구이 사드리고,
사패산터널 때문에 지지부진하다가 지난해 간신히 개통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보리라 맘먹었습니다.
송추부터 퇴계원을 지나서 시누이들이 살고있는 의왕까지 가서, 백운호수를 한바퀴 돌고
지난번엔 큰 시누이 네서 저녁 먹었으니까, 오늘은 막내시누이네 가서 저녁 먹고 오려했어요.
kimys와도 상의하지 않고, 어머니께도 말씀 안드리고..심지어 시누이에게도 연락 안했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가마골에서 갈비 먹고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탔습니다.
가는 도중에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어머니가 참 좋아하시네요.
의왕쪽으로 가려했는데, 이정표에 '춘천'이라는 지명이 보이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춘천에서 누가 부르는 사람도 없는데 너무 가고 싶은거에요.
"어머니, 춘천 가보셨어요?"했더니, 못가보셨대요.
잘됐다 싶어서, "어머니 우리 춘천이나 가요" 했어요.
밖에 나오면 얼른 집에 가자고 보채는(?) kimys에게는 "오늘은 내가 집에 가고 싶을 때 갈거니까 암말도 마시라"
엄포 놓구요. ^^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퇴계원IC로 나와 어찌어찌 하니까, 대성리 유원지가 보이는거에요.
대성리 유원지!! 언제 왔다갔는지 기억은 없지만..암튼 저희 또래 대학시절의 상징 같은 장소입니다.
30여년전 생각이 나길래, 무조건 대성리 유원지쪽으로 운전했더니...
와..거기 바로 벚꽃길이 펼쳐져 있는 거에요..기대도 안했는데...
어머니..너무 좋아하시대요..
어머니 고향이 전남 장흥이신데, 어머니 어렸을 적에 장흥에서 벚꽃구경하시고,
그리고는 재작년 저희 부부가 모시고 과천 벚꽃놀이 가신게 처음이래요.
오늘 대성리 벚꽃은 장흥 이후 두번째인 벚꽃놀이인셈이구요.
돗자리 펴놓고 세식구가 앉아서 강 구경 한참동안 했습니다. 추울텐데, 수상스키 타는 사람도 많던대요.
대성리에서 나와 춘천쪽으로 계속 갔습니다.
닭갈비나 먹고 가자고 하다, 소양댐쪽으로 갔습니다.
가보니..벚꽃이 한창이었습니다. 길가로 늘어선 벚꽃들...진해 벚꽃까지는 아니어도 흡족할만한 벚꽃이었습니다.
소양댐에서 물구경 또 하고, 오다가 양어장 횟집에 들렸습니다.
채소는 이렇게 주었습니다.
양배추 썬 것에 콩가루 뿌려서 주는데, 여기에 초고추장 뿌려 먹는 것이랍니다.
아주 괜찮았어요. 담에 저도 콩가루 뿌려볼거에요. 양배추에.
소양호에서 군밤이랑 옥수수랑 사먹은 탓에 배가 채 꺼지지 않아,
회는 송어회와 산천어회 모둠으로 제일 작은 접시 주문했는데..
저 오늘 산천어회에 완전 반했습니다.
산천어회는 뭐랄까, 비린내가 전혀 없고 맛이 맑다고 할까요? 심지어 단맛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정말..산천어회 너무 맛있었어요.
그리고 서더리로 끓여주는 매운탕도 너무너무 맛있어요.
또 가고 싶어요...^^
맛있는 거 먹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데..
산천어 먹으면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제 친정어머니셨습니다.
자식보다...엄마를 더 사랑하나봐요..^^
그 집 메뉴판!
회를 먹고 나니 송어튀김과 송어구이를 서비스로 주는데 배가 불러 먹을 수가 없어서 싸왔어요.
가격 대비, 회 맛 아주 훌륭합니다. 강추!!
그리고 이건 우리 시누이들을 위한 보너스샷입니당~~
울 시어머니. 카메라만 들이대면 눈을 감으셔서, 눈 뜨신 사진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몇장 건졌습니다..ㅋㅋ..
실은, 저랑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제 얼굴이 엄니 얼굴의 세배쯤 큰 관계로, 부끄러워 울 엄니 사진만 올립니다.
우리 엄니, 아흔이신데..정정하신 편이죠?
그래도 등을 만져보면, 어찌나 연약하신지...몸이 비스켓처럼 부서질까봐 걱정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내년에도, 후년에도 벚꽃놀이 하실 수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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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윤마미..
'08.4.13 11:07 PM1등 해도 되죠??
2. 저녁바람
'08.4.13 11:13 PM일요일인데 그쪽이 차가 안막히나보네요. 저흰 일요일엔 차막힐까봐 춘천쪽으로는 아예 생각도 안했는데요.. 선생님 정말 멋진 며느님 이세요.. 글을 볼때마다 저도 하루빨리 장농면허 탈출해서 어른들 모시고 나가야 할텐데 생각을 합니다.
3. 지윤마미..
'08.4.13 11:17 PM진짜 1등인가 봐요...정말 정정하시네요. 손도 고우시고..
좋은 며느리 있으셔서 좋으시겠어요~~
오늘 대전 현충원 가족들과 나들이(?)다녀왔어요. (글 못보실까 이쪾으로 옮겼어요)
혜경샘이 왜이리 생각이 나던지..사진 찍어왔어요. 정말 아름다운 곳에 아버님이 계시더라고요.
제가 애아빠한테도 82쿡 주인장님 보여드려야 한다고 사진 잘 찍으라고 했는데..벌써 자고 있어서 낼이나 올릴 수 있겠어요.
벛꽃이 만발해 있어요..하지만 혜경샘님께서 오신다는 16일-맞나요?-엔 좀 아쉽게 벛꽃을 보실 수 있으실 듯..유채꽃도 피어있고 올챙이들도 여기저기서 놀고 있어요.
16일엔 비가 올 지도 모른다고 하니..옷 잘 챙겨입고 오시고요..내년엔 벛꽃 만발 할 때로 한번 잡아보세요4. 김혜경
'08.4.13 11:29 PM저녁바람님, 저희가 오후 4시쯤 춘천쪽으로 갔는데요, 서울방향은 현리부터 계속 막히는데요,
춘천들어가는 것은 괜찮았어요.
나올때는 별로 안막혔어요. 한, 두군데쯤 조금 느렸지만 별로 심하진 않았어요.
소양강양어장에서 6시35분에 출발했는데, 집까지 2시간10분 걸렸던대요.
지윤마미님, 현충원 다녀오셨군요.
수요일날 내려갈 생각에 벌써부터 부풀고 있습니다.^^5. 그린
'08.4.13 11:33 PM지난 주 여의도 벚꽃 보며 아버지랑 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어머님과 꽃구경 다녀오셨군요.
수요일 대전에도 잘 다녀오시길 빕니다.^^6. 앙큼녀
'08.4.13 11:47 PM할머님이 아주 고우세요~
우리 외할머니 생각이 나네요....7. 보아뱀
'08.4.14 1:05 AM정말 아주 고우신 할머니신걸요~
우리 할머니도 잘 계신지 생각나네요
제가 작년에 딸 낳았는데, 그 증손녀를 그리워하시는 우리 할머니 ^^
죄송해요, 곧 시간내서 온 가족이 뵈오러 내려갈게요!!!!!!8. 아이비
'08.4.14 7:21 AM이리 살가운 며느님을 두신 시어머님의 노년이 참 편안해 보이십니다.^^
9. 작은기쁨
'08.4.14 8:28 AM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가평 청평 춘천 그 쪽으로는 향어나 송어 같은 민물회를 먹을때도
꼭 콩가루를 양배추 상추등의 채소와 함께 준답니다
먹을수록 고소하게 느껴져요10. 가을햇살
'08.4.14 9:09 AM양배추에 콩가루 뿌린거 보니 청주 대청호 인근의 민물회집이 생각나요~ 그집도 콩가루(첨엔 미숫가루인줄 알았어요~) 뿌려서 나오는데 민물회의 흙냄새(?)를 잡아주어 맛나게 먹은 기억이 나요~ 혜경샘님의 일상에서 제 추억 한자락을 꺼내어 봅니다.^^
11. Catherine
'08.4.14 9:54 AM어머님께서 어쩌면 그리도 고우세요.
선생님을 뵈면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워 집니다.
저도 팔순되신 어머님을 10여년 모시고 사는데...
마음으로나 실제로나 선생님 발끝도 좇아가지 못하지요. ㅠㅠ
자유롭게 살아보이는 햇가족을 늘 부러워하는 제맘을 어쩔땐 댱연하게 생각했다가
어쩔땐 죄스러웠다가... 늘 맘이 널을 뜁니다. 흑흑...ㅠㅠㅠ12. 또하나의풍경
'08.4.14 10:03 AM아흔이신데 정말 정정하셔요 ^^ 그리고 시어머님 너무 고우세요 ^^ 지금도 참 고우시지만 젊은시절 미인이셨을거같아요 ^^
풍경도 참 멋지고 회사진도 잘 보고 갑니다 ^^ 선생님 글 읽다보면 제가 꽃구경 다녀온듯하다니깐요 ㅎㅎㅎㅎ13. emile
'08.4.14 10:51 AM늘~~~ 전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부끄러워요.
전 왜캐 못할까요 ㅋ
글구...
양배추채에 초고추장과 콩가루 뿌려서 회랑 먹는거 제가 아는거 또하나 있어요.
"하모회" 드셔보셨어요?
바닷장어종류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구이용하고 다른거래요.
여름에만 나오는데 회로 먹어요.
주로 여수에 잘하는집이 많더라구요.
양파가는채, 콩가루뿌린 양배추채등약간의 야채에
청량초다짐, 마늘다짐,초고추장을 취향껏 넣고 하모회랑 같이
섞어서 마치 회무침같이 먹는데 진짜 맛있어욤
깔끔해요.
생각하니 또 먹고 싶어요. 흑~
그래두 5월까지는 기달려야 해요.
기회되심 잘하는 집에서 드셔보세요.14. 비타민
'08.4.14 11:07 AM춘천에 오셨다 가셨다니 왠지 손님오신다는데 자리비운기분입니다
전 춘천에살고 있으면서 제천 청풍호로 벚꽃구경다녀왔습니다
그호수 그벚꽃길 이지만 늘보던춘천호보다는왠지 새롭더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보는일자체가 꽃구경인가봅니다
1급수에서만산다는 산천어를드셨군요
산천어드셔보면 바다회맛없어서 못먹는답니다
춘천의 거의모든민물횟집은 콩가루듬뿍넣은야채를무한리필해줘서
민물회를별로좋아하지않는저는 회조금넣고 콩가루많이넣은야채만많이먹고오는적도많아요
산천어는 비린내가안나서 구이로해먹어도 아주맛이좋아요
춘천하면 결혼하기전 추억하나쯤갖고계신분들 많으실거예요
놀러들많이오세용!!15. ice
'08.4.14 11:17 AM콩가루.. 산천어 회..송어 튀김..하면서 혹시나 저희 집이 잘 가는 그집인가...했는데
메뉴판 뒤 창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보니 그집 맞네요!~ ㅎㅎ
그집 너무 맛있죠?... 저는 주방에 제가 막 가서 그 콩가루를 숟갈로 막 더 퍼다 먹는다니깐요
ㅋㅋㅋㅋ
요 사이 저도 꽃구경도 못갔었는데 대신 눈도 즐겁게 해주시고~
조만간 저도 저집 한번 가야겠습니다!!~16. 늘푸른
'08.4.14 11:57 AM연세 아흔!....이신데
그저
그저
혜경쌤의 곱디고운 마음하나에
부끄런 여식겸 며느리
참으로
많은 걸 느끼게 되네요.
감사합니다.....().17. lpg113
'08.4.14 2:32 PM - 삭제된댓글와~~산천어네요~~
산천어회 비리지도 않고 너무 담백하구 맛있잖아요..
제 고향이 화천인데 1월이면 산천어 축제를 해요...
열심히 놀다가 산천어회랑 매운탕 먹는 재미에
1월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린답니다..
글구 저희도 13일낭 춘천에서 시부모님 칠순잔치 했는데..
오가다가 도로에서 스쳐갔을수도 있겠네요...^^
우리할머니도 여든이 넘으셔서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시는데
아직까지 꽃구경한번 못시켜드렸네요..
제가 시집가는 날까지 키워주셨는데...
내일은 울 할머니 모시구 찜질방이라도 모시구 가고
좋아하시는 보리밥이라도 사드려야 겠어요....18. 은하수
'08.4.14 5:37 PM쭈~욱 읽어내려가다가 고마운 마음 말로 표현 못해 글로 몇자 쓴다는 시누님의
댓글에서 맘이 짠해지네요. 시누이와 올케사이도 너무 부러워요^^19. 수다맘
'08.4.14 8:34 PM어머님 사진보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날까요...
20. 현석마미
'08.4.14 8:36 PM아직 현충원 안 다녀오셨죠??
현충원에서 조금 떨어진 동학사 벚꽃길도 너무 이쁘고 좋아요.
어제 다녀왔는데 아직까지는 벚꽃이 많이 안 떨어졌더라구요.
친정 어머니 모시고 한 번 가보세요...
그리고 동학사 벚꽃길 뒤쪽에 또 길이 있거든요..
가신김에 '산넘어 남촌에는' 이라는 식당에 가셔서 청국장도 드셔보시구요..
비지전이랑 두부가 맛있답니다...^^
전 주말에 고등학교 친구들 가족들이 놀러와서 다녀왔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혜경쌤도 대전 오실 일 있으시면 꼭 한 번 가보세요...21. 푸르른날
'08.4.14 10:12 PM시어머님 모시고 꽃나들이 너무 잘하셨어요
건강하시니 얼마나 좋으세요
혜경샘은 참 좋으신 따님이고 며느님이신듯
내내 홈에서 친정아버지 생각하시는 글 읽으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더니
친정어머니 갑자기 돌아가시고 난 지 십여일 된 지금
선생님 지난 글들 읽어보자니 정말 구구절절 맘이 아프네요
전 울 친정엄마 모시고 꽃구경 한 번 못시켜드린 거 한이 됩니다
울 엄마도 꽃 좋아하셨는데...
작년 여름 억지로 모시고 나가 점심 사드리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자는 걸 해운대 달맞이고개 드라이브 시켜드리고
자판기 커피 마시고 내려왔는데...
울 엄마 부산에 오래 사셨는데 첨으로 달맞이고개 가보셨다길래 깜짝 놀랐어요
남들이 좋다 해도 가보지 않아 말도 못했는데 와보니 참 좋다 햐셨는데...
그게 엄마 모시고 첨이자 마지막 나들이었네요
해마다 꽃 만발한 봄이 슬퍼질 듯 합니다22. 베티
'08.4.15 12:29 AM오늘 시어머니때문에 신경질이 많이 났었는데 선생님 글 읽고 친정엄마 생각에 시어머니 생각에 그냥 눈물이 주룩 흐르네요.
마음이 아리~ 하네요23. 소박한 밥상
'08.4.15 12:19 PM스마일님의 언니 고마워요...........눈가 촉촉
24. 이야뽕
'08.4.16 12:00 AM혜경샘 춘천 다녀오셨어요?
저 고향이 춘천인데..ㅎㅎ
어렸을 때 송어회 많이 먹었더랬는데..회도 맛있지만 튀김도 정말 맛있어요..
춘천 떠난지 2년여 되어가는데, 친정도 그리 자주 가게 되지 않네요..
아~~회도 먹고 싶고, 닭갈비도 먹고 싶고..
혹시 나중에 춘천 가시게 되면, 소양댐 가는 길에 통나무닭갈비라고 있는데, 거기가 맛있어요.
너무 맵지도 너무 달지도 않고 제 입맛에는 꼭 맞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