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여기서 먹을 것이라 함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입니다. 파 마늘 오이 우유 뭐 이런 것들~
어쩌다보니 낮에는 가기 힘들어서 밤 12시 넘어서 갔는데, 사람이 제법 많던데요.
작년 여름 새벽 1시반인가 2시에 갔을 때는 매장에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그보다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자취생인듯한 학생들, 젊은 부부들, 안부거리를 사러온듯 한 젊은 남자들,
저같은 아줌마도 꽤 있었구요.
암튼, 과일 단 한알도 없던 참이라, 과일도 사고, 양념도 사고,
그리고 찜용 갈비도 샀습니다.

뜬금없이 갈비를 산 이유는요~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흉내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난번 아버지 제사때,
갈비를 손질하고 데쳐내고 하는 건 제가 했지만,
결정적인 양념은 친정어머니가 하셨더랬습니다.
완성된 갈비찜을 대하는 순간.."바로 이거다"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동안 제가 하는 갈비찜은 뭔가 부족한 듯 싶었는데, 엄마의 갈비찜은 바로 갈비찜 맛 그 자체였습니다.
옆에서 보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는 차원에서,
"엄마, 갈비찜에 양념 뭐뭐 넣었지?" 했더니,
"넣긴 뭘, 간장하고 미림하고 물엿하고, 뭐 그렇지..."
"난 간할 때 간장 국간장 맛간장 섞어넣고, 단맛도 설탕이랑 꿀이랑으로 내는데..."
"양념 이것저것 넣는다고, 뭐 맛있는 줄 아니?? 오히려 맛이 더 이상해지지.."
아...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복습해보려고 벼르다가 갈비를 사와 찜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엄마 갈비찜과 제 갈비찜의 차이점은
1. 엄마는 갈비를 데쳐서 합니다.
저도, 양이 적을때, 우리 식구만 먹을때는 데쳐서 하는데 명절에 양이 많을 때에는 데치는 것이 번거로워 그냥 합니다.
그런데, 이것의 차이도 꽤나네요. 데치는 편이 아무래도 기름기가 적습니다.
2. 엄마는 간장과 미림, 물엿으로만 간합니다.
저는 간장 맛간장 국간장 청주 미향 설탕 꿀, 복잡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간한 것이 훨씬 갈비찜 스럽네요.
3. 엄마는 대추 밤 무(혹은 감자)를 넣습니다.
저는 대추나 밤은 넣는데, 무나 감자는 넣지않습니다.
그런데 엄마 식으로 무를 넣으니까 국물이 더 맛있습니다. 개운하고.
4. 엄마는 물을 붓고 센불에서 설렁설렁 조리다가 약불로 줄입니다.
저는 물을 따로 붓지않고 갈비 몸에서 나오는 국물과 양념으로만 조리합니다.센불에서 한번 우르르 끓으면 바로 불을 줄여서 뭉근하게 조립니다.
이렇게 끓이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네요. 제 갈비찜은 다소 많이 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엄마의 갈비찜이, 갈비찜 뜯는 맛도 나고..
역시 엄마는 제 가장 좋은 스승입니다.
엄마를 따라잡으려면..아~~직도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