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 글에 남대문시장에서 짜사이를 사왔다고 하니까...
"짜사이가 뭐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셨는데...'칭찬받은 쉬운 요리' 안보셨죠?? 흑흑..거기에 있는데...
그 책 37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출판 당시 이 내용, 공감간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었어요..^^
여기에 옮겨 봅니다.
'짱꿰집과 차이니즈 레스토랑의 차이가 뭔줄 아세요?
저 이 이야기 듣고 얼마나 웃었던지..
반찬으로 단무지를 주면 짱꿰집이고, 짜사이무침을 주면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래요.
짜사이라는 건 우리나라의 배추꼬랑지처럼 식물의 뿌리를 염장한 거에요. 중국의 짠지라고 보면 되겠네요.
이걸 통으로 팔기도 하고 채를 썰어서도 파는데, 이거 집에서 잘 요리하면 짭짤한 밑반찬으로 좋아요'

솔직히, 뭐, 굉장히 맛있는 건 아니에요, 이 짜사이 무침.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중국음식을 먹을 때 이게 땡긴다는 거죠.
지난번에 마른 해삼 사러나갔을 때 이걸 같이 사가지고 온 이유는 해삼탕에 곁들여 내놓으려구요.
중국음식에는 이 짜사이무침과 중국식 오이피클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무치는 법은 일단 짠 맛을 빼내야해요.
오늘 포장지를 뜯으면서 보니까, 유통기한이 2년이나 되네요. 얼마나 짜면 그렇겠어요??
짠 맛을 우리지 않은 상태로 하나 입에 넣어보면, 저절로 몸부림이 쳐져요..^^
짜사이는 일단 한번 물에 씻은 후 적어도 30분이상 물에 담가서 짠맛을 뺍니다.
그동안 파를 채썰어 두거나, 양파를 채썰어 둬요. 두가지 다 넣어도 되구요, 저는 오늘 양파만 넣었어요.
짠 맛을 뺀 짜사이는 아주 꽉 짜주세요. 꽉 짜야, 나중에 무쳤을 때 물도 안 생기고, 오독오독 식감이 좋아요.
무치는 양념은 무치는 사람 맘대로!!
저는 고춧기름, 참기름, 다진 마늘, 설탕, 통깨를 넣어서 무쳐요.
고춧기름이 없다면..고운 고춧가루를 넣으셔도 괜찮아요.

짜사이 무침이 몇 페이지에 있나 찾아보느라, 오랜만에 칭찬받은 쉬운 요리를 펴들고 보니...
와..제가 언제 이 많은 원고를 다 썼나...문득 신기한 생각이 드는 거에요.
다시 책을 낸다해도, 또 그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원고를 쓸 수 있을지...
지난 2002년 10월 '일하면서 밥 해먹기' 이후,
2003년 11월의 '칭찬받은 쉬운 요리'. 2004년 12월 '희망요리수첩', 2005년 4월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까지...
해마다 책 한권씩 내면..진짜 원고 엄청 많이 써봤어요.^^
유독 저는 책을 썼다하면, 원고량이 월등히 많은 그런 책만을 기획해서 내게 되는지..
아마도 독자들에게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에요..^^;;
일반적인 요리책들이 비주얼 중심이라면...제가 내놓은 책은 한결같이 텍스트가 중심이죠.
그나마 '칭찬받은 쉬운 요리'가 좀 글이 적어보이지만...실은 활자가 작아서 그렇지..거기도 어마어마한 양의 원고가 들어갔습니다.

첵을 4권이나 내놓으면서...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가장 안타까운 자식은 '희망요리수첩' 입니다.
희망수첩, 당시는 게시판 제목이 리빙노트 였었죠...
리빙노트의 글들이 아깝다며..이곳 저곳에서 출판제의가 들어와, 첫 책을 만들었던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됐었어요.
제 짧은 생각으로, 있는 원고 가지고 만드는 책이라 힘이 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오히려 새로 쓰는 것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들더라는...
웹에 있는 글 맛을 종이로 옮기다보면, 딱 그 맛이 나질 않아, 고쳐쓰길 몇번...
고생고생해서 만들었고...평은 제일 좋은 책인데...
(모 정치인의 블로그에도 이 책의 독후감이 실렸고, 중앙 일간지의 중견여기자 블로그에도 이 책에 대한 좋은 평이 실렸고,
그밖에도 인터넷신문에도 큼직하게..아주 잘 소개가 됐었어요...나중엔 안거지만...)
책이 따뜻하다고..좋게들 써주셨는데.....흥행은 다른 책에 비해, 월등히 부진하네요.
다만, 다른 책들 나왔을 때는 별로 반응이 없으시던 우리 아버지, 이 '희망요리수첩'을 보시고, 너무너무 좋아하셨어요.
가족들 이야기라서 그러셨던 건지...
책을 많이 팔지 못해 인세 수입은 미약했으나, 아버지께 효도한 셈이니까..그걸로 된거죠??

'희망요리수첩'이 마음씨는 너무 착한데, 일이 잘 안풀리는 안쓰러운 자식같은 존재라면,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은 너무 일찍 낳은 자식 같아요.
그 책 기획할 때,
한두푼도 아닌 거금을 들여서 사는 부엌살림들, 종합적으로 정보를 모아놓으면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은가봐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원하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탓인지..아니면 가전제품을 사기 전에 책읽고 공부하는 것이 아직 시기상조인지...
암튼 제가 기대했던 것 만큼은 흥행이 되지 않네요.
어떤이는 조금 일찍 나온 것 같다고..몇해 뒤에 나왔으면 좋았을 껄 그랬다고도 하구요.
출판 초기, 살림돋보기에 올라오는 질문들(당시는 살림Q&A 생기기 전입니다)을 보면,
'그거 제 책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에 보면 다 나와요..'하는 댓글을 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질문들이 무지 많았어요.
그 충동을 누르느라..허벅지 깨나 찔렀답니다...^^...지금은 뭐...그런 충동도 안느끼지만요...
아직까지 쏠쏠히 용돈을 쥐어주는 첫째 '일하면서 밥 해먹기'와,
다른 형제들과는 딴판(판형이며, 편집 스타일이며..)이어서 다른 이들로부터 '별종' 취급을 받기때문에 애착이 더 가는 둘째 '칭찬받은 쉬운 요리'
그리고...안쓰러운 세째 '희망요리수첩'과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네째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까지...
평이야 어떻든...판매량이 어떻든 간에...후회없이 열정을 쏟은 자식들이라...든든하기만 합니다..
오늘 밤은...'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이나 들여다 보면서...
앞으로 업데이트 판 내놓을 때 어떤 걸 넣고, 어떤 걸 뺄지...연구 한번 해봐야겠어요.
내일은 눈도 많이 오고, 추워진다고 하네요..그동안 너무 따뜻했는데..추워진다니까..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