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주는 돈..
아까워서 어찌 쓰랴 싶어서 통장에 넣어두면,
오히려 빛도 나지 않게, 흐지부지 부서지기 일쑤입니다.
작년 생일에 준 돈도 번듯하게 뭐 하나 산 것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빠져나가듯...없어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차라리 돈에 맞춰서,뭔가 큰 걸 하나 사자 싶었어요.
kimys에게,
"애들이 준 돈 명품백이나 하나 살까봐!"했더니,
뜻밖에도 "그러지, 뭐"하는 거에요.
사실은 야단 맞을 줄 알았거든요.
kimys, 비싼 백 사는 걸 이핼 못해요. 왜 비싼 백을 드는 지 모르겠대요. 싼 거 여러개 갖는게 낫지 않느냐는 것이 그 사람의 생각.
암튼, 너무나 순순히 허락을 해서,
(허긴 내 돈갖고 내 맘대로 쓰는데..제가 왜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거죠?? 이건 제가 잘못한 거죠??)
혹시라도 맘이 변할쎄라..오늘 아침, 백화점 개점시간 무렵에 신세계백화점 본점엘 갔어요.
웬 아줌마, 쥐어짜면 물이 한바가지는 나올 듯 머리칼은 축축해보이고, 10대도 아니면서 얼굴은 쌩얼에,
"왜..로고가 요따만하게 박혀있는 이따만한 백있어요??"하고 촌스럽게 놀고,
아마도 그 매장 직원들, 그리 순순히 그 백을 살거라는 생각 안했을 거에요.^^
암튼 30년 이상 벼른(대학교 2학년때부터 찍어놓은...) 그 백, 그 매장에 들어간지 3분만에 사가지고 나왔어요.
아주 오랫동안 별렀던 건데..막상 제 손에 들어오니까...별 감흥은 없네요...
30년 별렀으면, 적어도 30일동안은 즐거워야하는 거 아닐까요??
그릇에 미쳐서 인지..그릇을 샀을 때만큼 흥분되고, 즐겁고..뭐 그러지는 않네요.
예전에 그리 애용해던 롯데백화점 대신...규모가 훨씬 작은 신세계백화점엘 가는 이유는...
바로 남대문시장 때문이랍니다.
남대문시장엘 가면 아무래도 봉다리 봉다리, 뭔가를 사게되고, 그러자면 차가 꼭 필요한데...롯데백화점은 멀잖아요.
신세계백화점 무료주차권을 얻기 위해서라도..매달, 신세계카드로 뭔가를 꼬박꼬박 사려고 노력한다는..^^;;, 하다 못해 이마트라도...^^;;

뚜껑이 있는 유리그릇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기 때문에...유리뚜껑이 달린 볼도 하나 샀어요.
kimys 약식 담아먹이겠다고 산 건데..글쎄..언제 약식을 만들려는지...요새같아서는 대추깎을 시간도 없으니 원..쩝...

그리고..사실 오늘의 외출 목적...
아무려면...그냥 명품백이나 하나 사자고 없는 시간 쪼개서 나갔겠어요??
실은 건해삼을 사러 나갔댔습니다.
해삼은 1주일정도 불려야 요리를 할 수 있으니, 오늘 사온다고 해도 이번 주말이나 요리를 해드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 부랴부랴 나갔던 거랍니다.
저는 항상 최고급인 국산이나 일본산은 사지 못하고 (너무 비싸서), 늘 중간제품인 미국산을 삽니다.
1봉지(1근)에 8만원..제가 항상 가는 동일상회에서...혼잣말처럼 불평을 했어요.
"커피 마시라고 단돈 1천원도 안 깎아주는데 왜 맨날 이 집만 오는 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아무리 많이 사도 깎아줄 수 없다며 대신 짜사이만 큼직한 거 1봉지에 1천5백원만 내라는데...
뭔 얼마나 싸게 해준 건지는 알 수 없죠, 뭐...
아, 그리고 남대문시장에서 말린 과일도 한봉지 샀어요.
과일 이것저것이 들어있는데 색이 알록달록 예뻐서...그냥 보기만 해도 아버지의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섬유질도 많을 것 같고...
집에 와서 달아보니까..1㎏이 채 안되는데....1봉지에 9천원 줬어요.
이렇게 봉다리 봉다리 사들고, 집에 들어와보니...겨우 낮 12시20분...

씻어놓고 나간 쌀은 1인분씩 작은 냄비 두군데에 밥을 안쳤습니다. 병원에 누룽지 만들어가려고..
그랬는데..기대했던 것 만큼, 누룽지가 나오지 않아서..다소 실망.
그리고 굴비를 굽고, 찌고 했습니다.
아침에 병원으로 엄마께 안부전화를 했더니 아버지가 전화를 바꿔서는, "혜경아 나 짭짤한 굴비 먹고 싶다!" 이러시는 거에요.
짭짤한 굴비?? 요즘 굴비는 그리 짜지 않잖아요??
무슨 굴비를 말씀하는 지 모르겠어서, 아껴먹던 굴비야 굴비도 꺼내고,
굴비야 사장님이 어렵게 구해주신 보리에 넣어 말린 마른 굴비도 꺼내 쌀뜨물에 담가 불렸어요.
보통 굴비는 굽고, 마른 굴비는 찜통에 쪄서 들고갔어요.
병원에 가보니, 그동안 여러 차례 찍으면서도 단한번도 문제없이 잘 찍은 CT, 오늘은 찍으시면서 좀 많이 힘드셨던 것 같아요.
얼굴이 핼쓱한 아버지, 촬영기사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시면서 "내가..오늘은 심신이 다 괴롭다..."이러시는 거에요.
병실로 올라오자 마자 잠이 드셨는데...주무시면서, 헛소리도 막 하셔서...이럴 때..별 일도 아닌데...가슴 속 뭔가가 쿵하고 떨어집니다.
한잠 주무시고, 정신이 맑아지시니까, "내가 가끔씩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다" 이러시네요.
가지고 간 마른 과일, 작은 조각으로 잘라내어 입에 넣어드리며,
"이건 키위에요" "이건 살군데..." "파파얀가보다, 이건" "파인애플도 드셔보세요" 하고 살갑게 구니까...
마음이 풀어지신 것 같아요.
어서어서...회복하셔서..퇴원해야할텐데...
그래야, 주사 맞느라 혈관이 터지는 일도 없고,CT 찍다가 찌릿찌릿하는 일도 없으실텐데...
집에 돌아와서, 식사 잘 하셨냐고 전화하니까...제가 끓여두고 온 누룽지랑 굴비해서 밥을 많이 드셨다네요.
아무렴요, 밥 많이 드시고, 기운 차려서, 얼른 퇴원하셔야죠.
그래야 모시고 외포리에 가서 회도 사먹고, 과천 경마공원에 벚꽃놀이도 가고 그러죠...
p.s.
실크 테라피 부분 삭제했습니다...예상치 못했는데...파장이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