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매일같이 병원을 드나들다보니...제 생활이 엉망이 됐습니다.
원고도 써야하고, 그 원고와 같이 보낼 사진도 찍어야하고, 그리고 그밖에 처리해야할 일도 밀려있고...
그래서 어저께 병원에서 나오면서, "저, 내일하고 모레는 못와요, 바빠서요, 목요일날 올게요!!"이러고 왔는데..
엄마한테 건 아침 문안전화, 아버지가 또 바꾸라고 하더니,
"혜경아, 나 젓갈 먹고 싶다" 하시는 거에요.
"무슨 젓갈이요??" 하니까, "아무거나.." 하시는데,
옆에서 엄마가 야단 야단 하십니다.
전화기 저만치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 "걔 바빠서 오늘 못온다고 했어요..목요일이나 온다고 하고 갔잖아요..." 하며,
아버지를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엄마의 표정이 눈 앞에 선해요. 당황해하는 우리 엄마의 표정.
"저, 오늘 못가요"하니까, "그래"하시며 전화를 끊기는 하시는데..참...뛰어갈 수도 없고...
원고를 당장 써야하는데, 아이디어가 없어서, 쥐어짜고 또 짜다가...간신히 하나 생각해내고는 오후에 장보러 갔었습니다.
아버지 드리려고, 명란젓도 사고, 간식으로 잘 드시는 맛밤도 샀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새콤달콤해서, 아버지의 세포들을 확 깨어나게 할 중국식 오이피클도 하고,
원고용 요리 재료로 산 돼지고기 안심, 좀 넉넉하길래 장조림도 좀 했습니다.
보통 장조림은 쇠고기로 많이 하고, 쇠고기로 한 걸 많이들 좋아하시지만,
돼지의 안심부위로 장조림을 하면 기름도 없고 맛이 쇠고기 못지않을뿐더러, 쇠고기보다 더 부드러워서,
전 곧잘 돼지안심으로 합니다.

재료
돼지안심 한채 (500g 정도), 간장 ½컵, 육수 2컵, 설탕 1작은술, 마늘 1통, 생강 1톨, 고추 적당량
※ 채라 함은 안심이 생긴 모양 그대로 잘라낸 한 덩어리를 말합니다.
※ 육수는 돼지안심 삶은 물을 그냥 쓰면 됩니다.
만들기
1. 돼지안심을 4~5등분 합니다.
2. 찬물을 2컵 정도 넣어 고기가 푹 익을 정도로 삶아요. 부드러울 정도로 푹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3. 돼지고기를 삶았던 물만 따라내어 계량해봅니다. 물을 2컵 붓고 삶았다면 육수가 좀 줄어들어있을 거에요.
4. 냄비에 간장 ½컵과 돼지 안심을 삶은 육수 2컵을 붓고 고기도 넣어 다시 끓입니다.
이때 껍질을 까둔 통마늘과 편으로 썬 생강, 고추 등을 넣어줘요.
5.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어줍니다.
Tip!!
※ 더욱 풍미가 좋은 장조림을 만들고 싶다면 통후추 등 향을 낼 만한 채소나 향신료를 더 넣으세요.
※ 간장 ½컵을 육수 2컵으로 희석한 농도는 그리 짜지 않은 정도입니다. 각자 기호에 맞게 육수의 양을 조절하세요.
장조림에는 조선간장을 조금 색깔이 좀 연해지면 깊은 맛이 납니다.
그런데 오늘은 색을 좀 진하게 내려고, 안 넣었어요.
아버지가 입원해계신 병원, 식사가 아주 훌륭합니다.
영양가 높은 반찬도 많고, 맛도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비 구워와라, 젓갈 가져와라..하시는 것이...제 생각에는 병원 식사가 좀 싱거워서 그러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냥 병원 영양사가 머리를 쥐어짜서 만들었을, 그 식단 그대로 드셔주셨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이것저것 드시고 싶은 게 있을 때 만들어드려야지 싶어서, 일부러 짜보이라고, 간장만으로 장조림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면...짜지 않다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