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라고는 해도, 뭐..해마다 돌아오는 것이고...또 앞으로도 많은 생일이 돌아올 것이고 해서..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kimys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더라구요.
어제밤, 아무래도 집에 못갈 것 같다고 전화했더니...다소 실망한 음성...
밤 1시에 들어가보니까, 저희 시어머님의 지휘 감독 아래 미역국을 끓여놓은 거에요.
하도 성의가 고마워서, 한 수저 떠서 맛을 보니, 미지근하게 식기는 했지만 어찌나 맛있던지...
그 한 밤중에 미역국에 찬밥 조금 말아서 훌훌 떠먹고 잤습니다.
오늘 아침 밥상은...전 손 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받아만 먹었답니다!! ^^
오늘 먹은 미역국 맛 진짜 평생 못잊을 것 같아요.
제가 끓이는 것보다 쇠고기를 월등히 많이 넣은 탓인지..제가 끓인 미역국보다 10배, 아니 100배쯤 맛있는 거에요.
저녁은 저희 집 식구들 잘 가는 연희동의 중국음식점에서 먹었어요.
저는 중국음식을 좋아하고,kimys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오늘 제 생일이라 그랬는지, "일조원 갈까?" 하길래,
얼씨구 좋아라 하면서 갔습니다.

오룡해삼.
"해삼 속에 새우들은 것 주세요" 했더니..그게 오룡해삼이라고 하네요.ㅋㅋ..
며칠 뒤 해삼사다 불려서, 이거 만들어 우리 친정아버지 가져다 드릴 예정..^^
성공하면 당연히 레시피 공개합니당!!

깐소중하
대하도 좋겠지만, 그냥 소박하게 중하로..
그래도 맛있었어요.

어린애같다고 놀리거나 말거나 이집에서는 꼭 탕수육을 먹어줘야 합니다.
정말 맛있다는...^^

누룽지탕을 주문할까 하다가 만두 좋아하시는 시어머니를 위해서 물만두를 먹었어요.

울 아들은 역시 짜장면.
이집 짜장면도 참 맛있는데..짜장면만 주문할 수는 없다는 거...짜장면은 요리를 먹어야 주문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여러분들께서 빨리 쾌차하시라고 기도를 많이 해주셔서 저희 아버지 회복 속도가 빠릅니다.
어제 드디어 중환자실을 벗어나셔서, 외과병동 간호사실 옆 처치실에서 어제밤을 보내시고,
오늘 일반실로 옮기셨어요.
오늘은 미음 드셨구요. 내일은 죽, 모레부터는 진지를 드시게 된대요.
아버지의 주치선생님, "연세가 많으셔서 걱정했는데, 회복이 잘되셔서.."하시면서 아주 좋아하시네요.
폐에서 산소가 조금 새는 것이 걱정이기는 하지만 그밖에는 큰 문제가 없대요.
어제밤에는 열이 좀 있으셔서, 좀 걱정 하기는 했어요.
아버지 열이 있으셔서 그런지, 엄마가 혼자 계시는 걸 겁내 하셔서, 오빠랑 동생은 모두 들여보내고, 제가 남았었어요.
PET병에 물을 담아 얼려놓은 얼음을 수건으로 감싸서 양쪽 겨드랑이에 끼워드리고,
얼굴은 찬 수건으로, 몸은 미지근한 수건으로 닦아드렸어요.
사흘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서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서 다리도 주무르고, 손도 주무르고, 옆구리쪽도 좀 주물러 드리고..
열 오를 때에는 약간씩 헛소리를 하시는 것 같더니, 이내 잠이 드셔서...괜찮아 지니시까,
엄마께서 "뭐, 둘씩 밤을 새우니? 넌 어서 집에 들어가라 김서방 기다린다"하시길래,
엄마 맘 변해서 다시 붙잡을쎄라, 사양도 하지 않고 얼른 집으로 들어왔었어요. ^^
어제는 새벽 4시부터 움직였더니, 하루가 어찌나 길던지...
그런데 말이죠..우리 아버지, 뭐라고 헛소리 하셨는 줄 아세요?? ㅋㅋ...
지금 생각하니..헛소리가 아니라, 진담인듯 싶기도 하고...^^
제가요, "아버지, 아버지, 내일이 제 생일인데...선물 안 사줘요?"했더니,
"선물 못사줘"
"왜 못사줘, 사줘야지...이렇게 수건으로 몸도 닦아드리는데..."
"돈이 없어"
"돈이 왜 없어, 아버지 통장 안에 들어있는 건 돈이 아니고 뭐래?"
"..."
"응, 아버지 통장에 돈 있잖아.."
"..."
이러고 주무시는 거 있죠?? ㅋㅋ
오늘 아침 엄마가 어제 혜경이 선물 왜 안사준다고 했냐고 물으시니까,
그런 적이 없다는 듯...선물 사준다고 하셨다고는 하는데..
혹시 어제 열오를 때 하셨던 말씀이 진심은 아니겠죠?? 호호..
사실, 아버지가 사주시는 선물...필요없습니다..오늘 낮에 보여주신 상태 좋은 모습이 바로 생일선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씩씩하게 투병하셔서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이 앞으로 받고싶은 10년치...제 생일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