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희망수첩을 써놓고 나서...뭐..비 많이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나 싶어서 바로 헝겊과 가위를 집어들었습니다.
본을 뜨고말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쑹덩쑹덩 재단에 들어갔어요.
뒤집어서 한땀한땀 손으로 박음질하고 뒤집어서 거죽으로 홈질 했습니다.
옛생각이 나더만요...
제가..평생...입에 잘 올리지 않는 것이 있는데...바로 중학교 때의 생활입니다....
반장선거, 모함, 누명, 체벌......왕따...아...암튼...
예전에는 누구나 그랬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 첫 가사실습이 앞치마와 머릿수건 만들기입니다.
첫 중학교 무시험 세대로,
학군이 너무 넓었던 탓에 집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 곳의 중학교를 두고 버스 타고 30분은 가야하는 곳으로 다니게 됐습니다.
그걸 엄마는 늘 안타까워 하셨고...
입학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가정시간,
학교에서는 손으로 박음질하는 방법만 배우고, 10㎝만 남겨두고 앞치마 본체에 바이어스를 붙여서 꿰매오기가 숙제였습니다.
서툰 바느질 솜씨로 시간이 많이 가는 박음질을 하고 있는 걸 보시던 엄마, 어서 다른 숙제나 하라고 앞치마를 가져가셨습니다.
"이거 전부 다 붙이면 되지?"
"아니..10㎝ 남기세요"
"왜 다 붙여가지고 가지.."
순진한 저는 왜 10㎝를 남겨오라고 하셨는지 잘 몰랐습니다.
다음 가정시간에 앞치마를 가져가니...반 아이들 거의 전부가 10㎝를 남겨오지 않은 거에요.
모두 낄낄 거리면서...엄마가 해줬다, 할머니가 해줬다, 언니가 해줬다 하며..
가정 시간이 됐는데..선생님께서는 10㎝를 남겨왔는 지는 확인도 하지 않으시고, 바로 다음 진도를 나가는 거에요.
바이어스 꺾어서 박기...
남겨진 10㎝를 마저 박아야 다음 진도를 나갈 수 있어 나머지를 손박음질 하다가 딱 걸렸습니다.
"이 나쁜 놈...엄마가 해줬지..다 뜯어..얼른..다 뜯고 다시 박음질 해...이런 나쁜 놈..."
눈물 콧물 범벅이 돼서...그 박음질을 다 뜯고....다시 박음질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 숙제를 엄마가 해주신 건 정말 잘못했지만....억울한 건 아니지만...뭔가 조금은 잘못됐다 싶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가 다 박아주시겠다고 할 때 엄마 말을 들을 껄...
이때 세상사는 요령을 터득했어야 하는건데..아직도 터득하지 못해..이 나이가 되도...살아간다는 게 조금은 버겁습니다...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박음질을 해나가는데...정말 억울했던 건..
뜯기전에는 그렇게 삐뚤빼뚤..엄마 솜씨와 엄청난 차이가 나던 손박음질 솜씨가,
갑자기 좋아져서...거의 뜯기 전 상태처럼 잘 했더라는...
중학교 생활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1학년 반장 선거에서 거수로 했는데..선생님께서는 제가 몇 표로 졌는 지는 말씀도 안하시고, 무조건..
"아무개가 표가 더 많이 나왔어요. 아무개 앞으로 나와.."
지금 아이들 같으면 참 택도 없는 일인데....전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반 아이들이 제 얼굴을 힐끔거리는 것이 그저 민망할 뿐...
집에 가서는 반장선거에 대한 불평은 커녕..제가 두 후보 중 하나였다는 말 조차 안했었습니다.
아무튼..이런 일의 반복으로...전..지금도 제가 어디 중학교 나왔다는 얘기 절대로 안합니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2급 정교사 자격증이 그냥 나오는데..휙 어디다 던져버리고..
선생님이 되어보겠다는 생각, 꿈엔들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중학교때 너무 싫어했던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요...
어어..쓰다보니...너무 무겁네요...뭐..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혹시 선생님들...이 글 때문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그럴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추억은 추억일뿐...)
암튼..어제..손박음질은 즐거웠습니다..
당시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서럽던 일도 지난 후 들쳐보면..아름답기만 합니다...
문제는..제 기억속에 남아있는 중1의 손박음질보다..어제 손박음질이 형편없다는 거...
오늘은 날씨도 서늘하고..비도 오네요..낮에는 뭔가 따뜻한 거 잡수세요..
서비스 샷으로 며칠전에 찍어둔 대구매운탕 사진 올려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