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님댁이며 네째 아드님댁을 들러서 보름만인 어제, 시어머니께서 귀가하셨습니다.
아무리 딸네며, 아들네라고는 하지만 어디 내집만 할까 싶어서...형제들이 어머니 모시고 간다고 하면..말리는 편인데요...
솔직히..
정말 솔직히, 어머니가 집을 비우시는 동안..참 편하긴 합니다.
끼니도 대강...청소도 대강...일어나고 자는 것도 내 맘대로....
이런 꿀맛같은 휴가를 애써 만들어주는 시누이들이 고맙기도 하구요..
암튼...
어머니가 돌아오실 때가 되면 뭔가 음식을 준비해놓곤 합니다.
뭐랄까...안계시는 동안 너무 편안하게 지낸 것에 대한 죄송함이랄까요..^^
어제밤 도가니탕 끓여놓고...오늘 저녁은 멍게를 무쳤습니다.
굴도 그렇고, 바지락회도 그랬고, 또 족발같은 것도..그냥 상에 올려 초장이나 새우젓에 찍어서 드시게 하는 것 보다,
저희 시어머니께서는 뭔가 채소에 무쳐낸 걸 더 좋아하세요.
무침이라는 건 사실 난이도가 좀 있는 거잖아요? 손맛이 필요한...
갓 결혼해서는 무치는 것들에 대해 공포심까지 있었는데...요샌에 자신감이 좀 붙은 관계로 자주 상에 올리곤 합니다.
어머니 출타중에 온 멍게...김치냉장고 안에 잘 넣어뒀었어요. 어머니도 좀 맛보시라고...
저녁상에 올리려고 꺼내면서..그냥 놓을까하다가...낮에 촬영하고 남은 채썬 채소들을 넣어 초고추장에 무쳤습니다.
멍게에 오이, 파프리카, 무순, 양파, 그리고 송송 썬 파와 청양고추, 강판에 간 무까지 몽땅 넣고 무쳤어요.
도가니탕에 밥을 훌훌 말아서 드시는 어머니, 멍게무침도 얼마나 잘 드시든지...
어머니 오셨다고 시누이들이랑 동서가 잘 대접했을 텐데도, 그렇게 잘 드시는 걸 보니까, '역시 집밥이 젤 편하시긴 편하신 게로구나' 싶네요..
그리곤..느닷없이 봉투를 하나 주시는 거에요..
으아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 글쎄 내일이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이네요.
근데 정작 당사자인 저는 까먹고 있고, 어머니는 기억하고 계셨네요..^^;;
"내일 이거 가지고 둘이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사먹어라"하시며 주시는데...제법 봉투가 두툼해요..
내일 점심은 따로 약속이 있고..내일 저녁 어머니도 모시고 나가서 맛있는 거 사먹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