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레토르트식품도 많고 대형마트 식품매장에 가면 해놓고 파는 반찬도 많아서 먹을 걱정없지만 당시만 해도 어디좀 가면 주야장창 고추장찌개만 끓여먹었죠.
저희 친정어머니도 이 고추장찌개를 참 맛있게 잘 끓여주셨어요.
그런데 참 재밌죠? 우리집 삼남매가 모두 같은 대학 출신으로 오빤 74, 전 75, 제 남동생은 79학번이에요.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고 엇비슷한 수준으로 놀러다닌 것 같은데 전 캠핑가서 고추장찌개만 먹어서 집에서까지 고추장찌개를 보면 저절로 인상이 써졌는데 제 동생은 지네들이 끓인 것과는 수준이 다르다며 엄마가 끓인 고추장찌개 속으로 빠져들어갈 듯 숟가락질을 해대곤 했어요. 지금도 그렇구요. 저 역시 제손으로는 이 고추장찌개 여간해서 안끓이고요.
그런데 오늘은 문득 이 찌개가 생각나는 거예요. 물론 돼지고기찌개거리도 조금, 두부도 쬐금, 호박도 한토막 남아있어서겠지만...

돼지고기에 고추장을 넣고 조물조물 주물렀다가 냄비에 달달 볶아요. 돼지고기가 익을 때까지요, 이 찌개는 이 과정이 고통스러워요.
고추장 타는 냄새가 여간 매운 게 아니거든요.
또 스텐냄비에 볶으면 자장자리가 타고.
어쨌거나 이 고비만 넘기면 아주 쉽게 찌개가 완성되니까 참아야죠,뭐.
고기가 익으면 물을 붓고 일단 감자를 넣어요. 감자는 단단하니까 미리 넣어야 해요.
감자가 어지간히 익는 동안 양파 파 두부 호박을 모두 썰어두세요. 자잘하게 썰지말고 쑹덩쑹덩 썰어야 더 먹음직해요.
감자가 들어있는 국물이 펄펄 끓으면 이 재료들을 모두 넣고 다진 마늘도 넣고 간을 좀 보세요. 물론 전 조선간장으로 간해요. 소금보다 맛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책에서도 고추장이 들어간 음식에는 화학조미료를 넣어야 고추장의 씁쓸한 맛이 가신다고 했죠? 화학조미료를 눈꼽만큼만 넣으세요.
이제 충분히 끓이기만 하면 되요, 중간불에서 충분히, 두부가 위로 떠올라올 때까지 끓이세요.
굉장히 쉽죠? 아마 남편들이 좋아할 걸요. 저 이름 고추장찌개라고 안하려구요, 고추장 푼 찌개도 여러가지 인데 헷갈리잖아요. 캠핑찌개 어때요, 재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