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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늙은 호박에게 KO패 [늙은 호박전]

| 조회수 : 8,061 | 추천수 : 339
작성일 : 2002-11-05 21:04:08
저 여태까지 수많은 요리에 도전해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지만 오늘 처럼 처절하게 깨진 적이 없어요. 늙은 호박이 절 버린 거죠.

늙은 호박전 해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어느 분이 채썰지 말고 핸드블렌더로 갈라고 하시길래, 제 깜냥엔 머리좀 쓴다고 전기찜기에 일단 늙은 호박을 쪘어요. 그 단단한 걸 조그맣게 잘라서 핸드 블렌더로 갈아야 한다는 게 어쩐지 번거로워서요.

그리곤 거기다 찹쌀가루와 당근 밀가루를 넣고 그린스위트와 소금으로 맛을 내서 반죽을 했어요.

선재스님 책에 전을 부치면 늘어지기 쉬우니 밀가루를 꼭 넣으란 구절을 보고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으나 세상에 이런 일!!

이 호박반죽은 뒤집어지질 않는 거예요, 마치 늪이라도 된다는 듯 찍찍 늘어나면서 뒤집을 수 없는 거예요.
너무 속이 상해서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하고 한입 먹어보니, 아이구 참, 맛은 왜 좋은 거죠, 누구 약올리는 것 같아요.호박전 뒤집느라 정신 쏟느라고 밥까지 눌어붙이고...

차라리 맛이 없다면 "맛없는 주제에 왜 이리 요리가 어려워"하고 말았을 텐데 다시 또 해보고 싶을 만큼 맛은 있고. What shall I do?

늙은 호박전에 진이 빠져 죽 쑬 호박 익히고 있는데 할 수 있으려나 몰라요.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얀이
    '02.11.6 9:37 AM

    응??? 찌셨어요? 물기가 넘 많아져서 그런 거 아닐까요?
    저는 해 보진 않았지만 저희 엄마가 하시는 거 보니까 호박 씨빼고 생으로 숟가락으로 긁던데요.
    핸드블렌더로 갈라고 하신 분도 아마 긁어 내기 귀찮으니까 그렇게 하라고 하신게 아닐까요?
    숟가락으로 긁으니까 힘든 거에 비해서 넘 빨리 먹어치우는 불상사가 있기는 하더군요.
    저희 직장 근처(지방) 시장에는 아예 긁어서 파는 호박도 많은데.... 요새 세상이 편하긴 하죠? ^^

  • 2. 꽃게
    '02.11.6 10:00 AM

    혜경님
    아마 찹쌀가루때문아닐까요?
    저는 단호박을 그런식으로 동생이 반죽해주어서 해먹었는데 그런대로 잘 부쳐지데요.
    단호박은 색깔도 끝내주고 맛도 아주 좋아요.

  • 3. 김혜경
    '02.11.6 10:42 AM

    하얀이 말씀이랑 꽃게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요, 어째 다시는 늙은 호박으로 전을 부치는 일은 없을 듯 해요. 어제 충격이 컸거든요.

  • 4. 하얀이
    '02.11.6 11:08 AM

    에구... 천하의 혜경님도 의기소침하실 때가....

    근데 전에 쥔장님이 다른 님께 리플로 쓰신 글 중에 '실패했다고 안 하면 영영 멀어진다'는 대목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열심히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데요. ^^

    요새는 어떤 요리든 자기 걸로 만들려면 첨이 실패든 성공이든 2번은 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첨엔 레시피대로 담엔 자기식대로... 물론 요리 잘하시는 분들은 한 번만 해 보셔도 포인트를 자기 껄루 만드시겠지만요.

    여러가지 시도 많이 해보시고 실패담도 종종 올려 주세요.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저같은 초보에겐 사실 위안도 좀 된답니다.

  • 5. 임미혜
    '02.11.6 3:15 PM

    옛날 꼭 나를 보는것 같아 웃음이 호호호 ! 속상한데 웃스니 얄밉죠??
    아마 반죽을 무르게 . 찹살을 너무 많이 넣은것 아닐까 싶네요 . 호떡 반죽보다 더
    빡빡하게 해야되요.. 부치게가 아니라 뽁아서 드셨겠네요?? 보기는 싫어도 맛은 더 있을텐데.....

  • 6. 은영
    '02.11.6 10:04 PM

    저도 혜경님 책보고 호박죽까진 아니더라도 호박전은 잘 부칠것같아서 2주일 전쯤 시도했었는데 실패하고 말았지요. 그전엔 마트나 수퍼에서 단호박볼때마다 저거 언제 한번 해봐야지 싶었었는데.. 저는 단호박 껍질 벗기기 힘들단 표현에서 찜기에 쪘거던요. 껍질이랑 홀랑 분해되길래, 밀가루약간넣고 소금약간넣었더니 뒤집어지질 않는거예요. 그래서 밀가루를 자꾸만 넣다보니 호박보다 양이 많아지고 말았어요. 그래도 단맛은 있더군요. 그리 딱딱하지도 않았지만 언젠가 먹어본 호박전맛이 아니더구만요. 그래도 엄마가 오랜만에 하는 별식이라 그런지 입짧은 울 딸아이 큰거 한장 다 먹어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도 담엔 핸드블렌더로 갈랍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혜경님 실패에 조금 위안이 됩니다.^^

  • 7. 김혜경
    '02.11.6 10:12 PM

    하얀이님 말씀이 맞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하라고 해놓고서는 제가 다시 안한대세야...
    곧 다시 시도할랍니다. 이번에는 좀 번거롭거라도 삶지 말고 커터에 갈아서 밀가루만 넣고...

    임미혜님, 바로 그 전이 맛있다는 점에서 열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맛없으면 '맛도 없는 것이 까불고 있어!!' 하고 치울텐데, 맛이 있으니, 흑흑...


    은영님, 전 그래도 단호박전은 잘 부친답니다. 단호박 반죽은 잘 뒤집어 지던데...
    찌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요, 살짝 그저 껍질 잘 벗겨지고, 으깰 수 있도록 찌세요.

    우리 모두 호박전 마스터를 위해 파이팅!!

  • 8. 이은순
    '02.11.8 3:24 PM

    어라~ 이거제가잘해먹는요린데요
    저는 시어머니를 모시고살다보니, 초보주부이지만, 늙으호박요린 자신있는데요
    껍질은 감자칼로 까시구요 채칼로 채를써신후 소과설탕 약간넣으시고 밀가루를
    섞어서 부치시면되요, 그리고 양파도 같이 채썰어서 해드시면 더맛있고요
    저는 늙은호박이 크잖아요 그래서 겨울엔 반은 배와 대추를 같이 끓여서 꿀에타서
    먹고요 여름엔 채칼로 다썰어놨다가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먹고싶을때 꺼내서 해먹곤합니다

  • 9. 박선미
    '02.11.8 5:44 PM

    아니 이럴수가.....어제저녁 해먹은 늙은 호박전 얘기가 나오다니... 그것도 실패했다고....저는 그냥 시중에 호박 긁어내는 도구가 있어 그걸로 긁은 다음 그냥 소금 약간에 밀가루도 약간 그리고 물도 약간 넣고 부쳐먹었는데 뒤집어지기도 잘하고 맛도 그만이던데... 호박 살도 씹히고 말이에요. 찐다음에 전을 부친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 10. 김혜경
    '02.11.11 10:22 AM

    호박긁는 도구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감자껍질 벗기는 거 비슷한 가요?
    이 도구만 구하거든 다시 해봐야쥐...

  • 11. 처음
    '02.11.14 10:54 AM

    방송보고 처음 왔어여...
    아참...그린스위티는 어디서 팔아여..
    요리책에서 본것 같은데... 궁금

  • 12. 최은주
    '02.11.14 12:19 PM

    오늘 가입한 10년차지만 초보주부지요.결혼해바로 분가해서 숱한 시행착오에도불구하고 여전히초보딱지를 떼지못한.....올라 온 글 재미있게 감사하게봤어요 저도 지금 집에 늙은호박 엄청큰것하나 있는데 바라만 보고있답니다.그저 바라만 보기엔 아깝고 전이라도 부치자니 한번도 해보질않아자신이 없네요.공짜로 얻긴했지만

  • 13. 박하맘
    '04.10.20 8:05 PM

    채칼로갈아서 밀가루만 섞어 소금조금 넣고 해도 맛있었어요..

  • 14. 잠비
    '05.2.16 11:22 AM

    야채전을 만들 때, 찹쌀 가루를 사용하면 실패를 하게 되더군요.
    호박 채는 윗부분이 일자로 동글동글 구멍이 뚫린 채 칼을 사용하는데 요즘은 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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