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엄마부터 편식을 고쳐야...
이 친구는 원래 저와는 달리 식성이 좋은 편은 못돼서 양도 많지 않고 안 먹는 음식, 못 먹는 음식이 적지 않아요.
이 친구네가 하루는 외식을 하게 됐대요, 그것도 자기네 식구만 한 게 아니라 그 일대에 사는 같은 대학교 교수 가족들(그 집 신랑이 국립대 교수예요)이 막국수랑 닭백숙이랑 족발이랑 빈대떡이랑 파는 대중식당에 모두 모여 친목을 다진, 그런 행사였대요.
제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결혼도 늦게 하고 출산도 늦어져서 당시 딸 둘이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이었어요. 얘들이 난생 처음 본 음식을 한번 먹어보더니 “엄마 무슨 고기가 이렇게 맛있어요?” “엄마 이게 무슨 고기예요?” “엄마 이거 집에서도 해주세요!!”라고 아우성을 치며 큼직한 접시 한 접시를 둘이서 거뜬히 해치우더래요. 다른 집 식구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빙그레 웃고…
이튿날 친구는 제게 “챙피해서 죽는 줄 알았다”며 어쩌면 그렇게 잘 먹는 지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구요.
그게 뭐 였는 줄 아세요? 족발이었어요.
그 친구 나이 서른에 돼지족발 처음 먹어봤어요. 그것도 저랑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공연보고 할머니 족발집에서 제가 억지로 먹여서 처음 맛봤거든요. 그 날 저녁식사가 고문이었다고 두고두고 얘기하는데 딸은 그걸 맛있다고 들고 팠으니…. 하하하 너무 재밌죠?
족발 꼼장어 닭모래집 닭발 산낙지 보신탕 등등, 제 친구는 이런 엽기 음식들을 못먹어요. 자기가 안 먹으니 아이들을 먹여봤을 리 만무죠. 난생 처음 본 고기가 너무 맛있으니까 그 집 딸들은 어른 두 사람이 먹기에도 벅찬 족발 한 접시를 너끈히 먹은 거고….
저희 집 오늘 감자탕을 끓였어요.
며칠전 이마트에 갔더니 잘라놓은 돼지등뼈를 꽁꽁 얼려서 팔길래 하나 사뒀다 어제 밤부터 해동하고 오늘 아침에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외출에서 돌아와 가지고는 옷도 벗지못하고 일단 돼지뼈부터 펄펄 끓인 후 다시 한번 깨끗히 닦은후 푹 고아서 감자탕을 만들었어요.
감자탕을 보시면서 저희 시어머니 "난 이런 거 보지 못해서 만들어 먹지도 못했다" 하셔요.
저희 시어머니는 전남 장흥분인데 그쪽 지방은 이런 음식 안먹나봐요, 전 고향이 서울인데 어렸을 때부터 이걸 먹었거든요. '일하면서 밥해먹기'에 저희 외할머니를 추억하며 감자탕 얘기 쓴 거 읽으셨죠??
저희 시어머니 말씀이 당신이 이 음식을 안해 먹인 탓인지 당신 딸들(제 시누이 셋)은 이런 음식 할 줄 모른다고 하셔요.
정말 엄마의 식습관이 자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제 이토록 잡식성인 건 저희 친정어머니가 편식을 하지않도록 이것 저것 마구 만들어 먹이신 덕인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젊은 엄마들, 엄마들이 더 편식을 조장하는 것 같아요.
'이건 비위생적이라 안되고 저건 탄수화물이 너무 많아서 안되고 조건 지방덩어리라 나쁘고...'
무슨 광고에 그런거있죠, 아이가 친구집에서 치킨을 먹는다고 하니까 그길로 달려가 튀김그릇을 뺏는...
그런데요, 제가 어디서 들은 얘긴데요, 사람도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얼마간의 자정능력은 있대요.
물론 탄광촌같은 곳에서 진폐증 규폐증 같은 심각한 직업병에 걸리는 건 그 얼마간의 자정능력을 뛰어넘은 일이구요. 그런 정도로 심각하면 물론 안되죠.
그렇지만 보통의 환경속에서는 지나치게 식생활을 제한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자정능력, 생존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좀 비약하자면 오히려 더 건강을 해친다는 거예요.
위생적으로 안전하기만 하다면 이런 거 저런 거 너무 가리지 말고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먹여보세요. 감자탕만해도 그래요, 요새 돼지등뼈를 중국에서 수입해온다며 걱정하시는 분들 많죠? 집에서 한번 해보세요, 어렵지도 않아요. 시간이 좀 많이 걸리는게 흠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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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드리헵번
'02.11.5 8:22 AM저도 순대나 족발 곱창 같은 건 안먹거든요.
그래도 다른 건 다 잘먹고, 새로운 음식(다른나라 음식 같은)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요.
근데 우리 남편은 닭도 안먹고 생선도 안먹고 돼지고기도 안먹습니다.
하지만 돈까스나 프라이드치킨 회나 매운탕 같은 건 먹어요. 정말 이상하죠??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라면!
가끔은 우리 시어머니가 원망스럽습니다.
우리 애들은 저 닮아서 다 잘먹는다고 큰소리 뻥뻥칩니다.
남편 빼고 우리끼리만 삼계탕 끓여 먹습니다.2. 김혜경
'02.11.5 9:14 AM남편이 편식하면 정말 심각하죠. 보통 주부들 가장이 안먹는 음식은 잘 안만드는데 오드리헵번님은 정말 훌륭한 주부시네요.
남편이야 먹든 말든, 아이들하고 영양가 있는 거 만들어 드세요.3. 차미향
'02.11.8 7:44 PM전 어릴적에 돼지고기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먹어요.
부모님 덕으로 편식이랑 것을 몰라요.
앞에서 말씀하신 엽기적인 음식들 중 보신탕만 빼고 다 먹어요.
예전에 제가 돼지고기를 못 먹었던 것 제 체질탓이 아니었나 싶어요.
제 체질엔 돼지고기가 안 맞는다고 그러더군요.
참 오묘하죠.4. 김연희
'02.11.10 1:02 PM^^*.....전 아무거나 넘 잘 먹어여...하지만..
할줄은 모른답니다...요리하면 겁부터 나구요..ㅎㅎ
쿠킹에서보구 많이 배워서 해볼려구여..
저같은 주부님들 화~~이~~팅"""""5. 아름다운그녀
'04.8.12 4:53 PM저는요 닭고기 무지 좋아해요.
대학때는 매일 점심저녁으로 치킨파는 곳에 가서 먹기도 했어요.
근데 이상하죠?
조금 더 나이들어 어느 날
한의원에 갔더니
제 체질에는 닭고기가 안맞다면서...
먹지 말래요.
무슨 주문처럼...
그때부터는 닭고기를 거의 끊다시피했어요.
노력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인간의 간사함이란...
거기다 요즘은 닭을 먹으면 잘 체하는 듯...-.-;;6. 그린
'04.8.19 1:32 AM아주 드문 경우에 속하지만
저는 메밀 알러지 때문에 냉면을 못 먹는답니다.ㅜ.ㅜ
(소위 평양식 물냉면....)
여름철엔 꽤나 고역이죠, 다들 냉면 먹자고 해서...
며칠 전엔 이모가 주신 생식 한 봉지를 타 먹고
또 속이 뒤집어졌었는데 알고 보니 글쎄....
생식가루 중에 메밀이 들어있더라구요.
결국 그대로 먹은 것 다 뱉아내고 하루종일 앓아누웠습니다.
전 정말 메밀이 무섭다구요....ㅜ.ㅜ7. 김혜경
'04.9.19 10:24 PM와,,그린님..그렇게 심하세요? 주의하세요...
아름다운 그녀님..닭...너무 맛있는데...그냥 드시고 매실을 좀 드시면 어떨까요?8. 박하맘
'04.10.20 8:00 PM전 매운고추에 알레르기 비슷한거 있어서 되도록 자제하지요...
청양고추만 먹으면 딸꾹질이 심하여.....^^9. 잠비
'05.2.16 11:11 AM파가 싫다고 한 말 --- 반성합니다.
우리 아들 파를 잘 먹어서 다행입니다.
정말 내가 먹기 싫은 음식을 잘 하지 않게 되지요.
아무거나 잘 먹기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