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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아네모 모임, 그리고 샤갈 전

| 조회수 : 1,646 | 추천수 : 16
작성일 : 2011-02-18 23:59:15

금요일, 제겐 일주일 중 가장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한 날입니다.

오늘은 곧 있으면 제주도로 내려가시는 안나돌리님과 서울에서는 마지막으로 만나게 될 지도 모르는 날이라서

몽 상태가 약간 이상했지만 그래도 길을 나섰습니다.

약속은 10시인데 조금 늦을 것 같다고 미리 말은 했지만 상당히 늦은 시간, 혹시나  혼자서 기다리고 있는

불상사는 없겠지? 마음 조리면서 약속장소에 갔더니  열무김치님의 딸 가야도 그 자리에 있네요.

우선 반갑게 인사하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이야기 꽃을 피웠지요.

아마 이 이야기는 안나돌리님이 후기를 올리실 것 같아서 생략하고 (에셀나무님께서 꼭 안나돌리님에게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뒷 약속이 있다고 우리들 커피 값도 다 내주시는 바람에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아침부터 커피를 마셨네요.여기서라도 제대로 된 감사 인사를 받아주시길 )

점심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먼저 떠나야 하는 사람들,점심을 함께 먹었지만 샤갈전을 갈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그러고 보니 오늘 샤갈전은 호젓하게 안나돌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샤갈,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중에 손꼽히는 화가라고 알려져 있지요. 사실  몇 년전의 샤갈전도 보았고

퐁피두 센터에서 온 아주 인상적인 샤갈 그림 한 점, 그리고  피카소와 모던 아트에서 만난 샤갈

니스의 샤갈 미술관에서 본 그림들, 그러니 이번에 새로운 작품을 얼마나 만날 수 있을까? 갸웃거리면서 간

전시인데요, 니스의 그림들을 다시 만나는 것도 반가웠고  러시아에서의 초기 작품에서 그의 후기 작품의

모티브를 만나는 것, 라퐁텐 우화나 그리스신화에 관심갖고 그린 그림들, 실제로 그리스에 다녀오고 나서

그린 석판화들, 그리고 모스크바의 유태인 극장의 벽화와  볼라르에게 권유받고 서커스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린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프니스와 클로에. 이 작품에 삽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리스에 갔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그 곳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을 화폭에 마음껏 표현을 했는데요, 저는 또 그  그림들을 보니 그리스, 마음속으로는 품고

있었어도 언제 갈 수 있을까  멀리 미루어두었던 열망이 슬며시 올라오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요.





98년의 인생에서 70년을 그림 그리는 화가로서 살았다는 샤갈, 러시아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난 그가

거의 한 세기를 살면서 역사의 격랑과 수없이 부딪혔겠지만 그의 그림에는 그런 흔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우선 제겐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답니다. 아마 요즘 현대사를 읽고 있는 중이라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그 시기를 무슨 생각으로 보냈을까 하는 순수한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고 잠깐 생각하기도 했던 것을 보면 그런 인상에 강했던 모양입니다.



유대인에 관한 몇 점의 그림도 그렇지만 그가 구약성서 속의 인물들을 그린 것을  보면서 유대인로서의

샤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20년대 러시아를 완전히 떠난 그였지만

60년대가 넘어서도 그의 마음속의 고향이 다시 그림속의 모티브로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한 인간에게

그리고 화가에게 고향은 무엇일꼬 하는 생각도 했는데요, 그는 말년에 러시아에 갈 기회가 생겼어도

정작 고향에는 가보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서  미술관에서 인사를 하고는 저는 잠깐 남아서 연락할 일을 마무리하고

교보문고에 가려고 나선 길, 정동에서 시립미술관으로 오다가 이스탄불 사진전 포스터를 보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길을 바꾸어서 그 곳으로 갔더니 역시나 안나돌리님이 사진을 보고 계시더라고요.

덕분에 사진의 구도나 사진술에 관한 강의를 혼자서 독점적으로 들으면서 함께 사진을 보는 호젓하고

기분좋은 시간을 누렸습니다. 마침 이스탄불은 오래 전에 여행으로 만난 곳이기도 해서 기억속의

그 곳을 추억하면서 보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사진의 ABC도 모르던 시절이라

사진이 없는 여행기로만 남아 있어서 아쉽기도 하더군요.



사진을 보고 나와서 서대문까지 걸어가면서 안나돌리님의 사진에 대한 열정에 찬 이야기는 계속 되었고

드디어 정류장에서 헤어질 시간, 다음에 다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몰라도 그 때는 서로 조금씩 앞으로

나간 인생의 경험을 나누면서 또 이야기 꽃을 피우게 되겠지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ntotheself
    '11.2.19 12:01 AM

    안나돌리님, 들꽃사랑님, 그린님, 에셀 나무님, 그리고 열무김치님과 가야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함께 한 시간, 즐거웠습니다.

    안나돌리님

    카메라를 들면 기능을 몰라서 묻고 또 묻던 제가 드디어 사진이 좋아졌다는 소리에

    염치 불구하고 행복해 했던 그 시간을 기억합니다 여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도록

    힘을 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주도에서 올라올 그림같은 사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다른 이야기로 만나겠지만요.

  • 2. 안나돌리
    '11.2.19 8:42 AM

    모두 바쁜 시간들이었을텐데...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제 가야사진을 몇컷 담았는 데~
    메모리에 에러가 생겼는 지?
    ccd창에는 가야가 너무도 예쁘게 웃고 있는 데
    이상하게 컴에 연결하면 보이질 않는 이상한 현상이 생기네요~
    그래서 아직 줌인에 글도 못 쓰고 있었어요^^ㅠㅠ
    무슨 일인 지...알아보아야겠습니다.

    이른(?) 아침 스타벅스에 들어서니
    커피의 내음이 너무 좋더라구요^^
    연이어 반가운 분들과 해후를 하고....
    사진에서만 보았던 열무김치님과 긴머리의 청순해 보이기만 하는
    그녀의 딸 가야가 꼭 살아있는 인형처럼....너무도 예뻤는 데...착하기까정^^ㅋ
    어제 바깥바람 쐬고 괜챦었을 지...무척 걱정되고 궁금하네요~

    함께 점심을 같이 했음 좋았을텐데...
    삼각산 산행 함께 하였던 에셀나무님 예전 모습 그대로...
    너무나 반가웠구요~ 나오신 분들 모두에게 커피 사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음에 제주에 오시면 꼭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사하셔서 정신이 없으셨을텐데
    아네모 모임에 늘 빠지지 않고 나오셔서
    늘 제게 힘이 되어 주셨던 들꽃사랑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린님은~~~~꼭 제주의 울집을 찾아 주실거라...믿습니다.ㅎㅎㅎ

    점심을 먹고 샤갈전으로 가는 인투님과 함께 하지 못한 그린님 들꽃사랑님과
    헤어지기전에 길거리 꽁짜 유기농커피를 줄서서 마셨던 일도
    이젠 서울에서의 마지막 추억처럼 잊지 못할 듯 합니다.
    행복한 만남의 커피내음과 함께 봄의 햇빛과 그 바람....
    모두 너무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인투님 건강하시고요....그래요, 또 언제 어느날 뵙게 되겠지요?

  • 3. 들꽃
    '11.2.19 6:02 PM

    함께 못해서 아쉽습니다.
    사진 모임 때마다 안나돌리님의 푸근한 웃음이 참 좋았었지요.
    제주도 내려가시더라도 그 넉넉하고 푸근한 웃음으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기실 것 같아요.

    이모들 만나러 예쁜 가야도 왔었군요~
    반갑고 즐거운 시간 되셨을거라 생각하니
    저도 기쁘네요^^

  • 4. 열무김치
    '11.2.20 11:50 PM

    ^^ 가야가 태어나서 가장 멀리 나가봤네요 ^^
    오랫만에 저도 시내에 나갔더니, 서울 시내의 매연마저도 향기(?ㅋㅋ)로웠어요.
    안나돌리님의 아름다운 얼음에 갇힌 낙엽 사진 정말 감사합니다.
    에셀나무님이 사 주신 녹차라떼만 마시고 집에 오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더라고요.
    인투님 안나돌리님 쫓아갔으면 전시회도 보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에그그
    가야가 어려서 장시간 있지 못하고 금방 발걸음을 돌렸네요.

    안나돌리님, 제주도 이사 무사히 하세요. 그리고 한 달도 안 남은 대륙 생활 즐겁게 하세요 !
    다음에는 제주도에서 뵈도록 노력할께요
    인투님은 또 뵐 기회가 있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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