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일입니다.
아들은 제게 나가는 길에 옷 한 벌을 세탁소에 맡겨달라고 부탁을 하고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께서는
김장김치말고 따로 식구들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비롯한 음식을 하려고 담은 김치가 다 떨어졌으니 화요일
장에 가서 배추를 사놓으면 수요일에 와서 담가주시겠다고 배추 사는 것을 부탁했었지요.
세탁소, 그리고 배추 이렇게 머리에 입력을 해놓았는데 어제 밤 집에 들어와서야 앗, 세탁소 생각이 났습니다.

물론 배추는 의식에 떠오르지도 않았구요.
수요일 아침, 그동안 밀려서 한가득인 분리수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니 오늘 할 일은 잘 처리했다고
기뻐하면서 라깡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 중 아주머니가 들어오시네요. 그 때야 앗 배추 갑작스럽게
생각이 나는군요.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를 이렇게 까맣게 잊어버린 것은 역시 충격입니다.

세탁소나 배추는 잊어도 그것이 큰 사건이 되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정작 잊으면 곤란한 것을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그러고 보니 어제 밤 한 여학생과의 사이에 있었던 대화도 떠오릅니다.
선생님, 제가 부탁한 비디오 들어왔어요?
무슨 비디오?
라이온 킹 2 보고 싶다고 메모해놓고 도서관 데스크 선생님에게 말해달라고 했던 것요
앗, 그렇구나 까맣게 잊고 있었어. 네가 직접 책상위에 메모하고 네 이름 적어 놓을래?

이틀 사이에 여러가지 일이 겹치고 보니 뭔가 이상신호인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네요.
며칠 전에는 불어책 읽다가 단어를 찾고 페이지를 조금 넘겨서 다시 찾은 단어가 알고 보니
앞에서 찾은 바로 그 단어라는 조금은 어벙벙한 상황을 겪기도 했구나, 하루가 지난 것도 아니고
이틀이 지난 것도 아닌데 바로 그 자리에서 그런 일이 있다니 하고 놀랐던 선명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마음이 우울한 이런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유는 아마 마음에 쌓이는 불안감을 덜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웃어넘기고 싶은 심사일까요?

사진속의 화가가 앙리 루소입니다.
오늘 아침 글을 쓰면서 함께 본 화가가 바로 앙리 루소인데요 소박파 화가, 혹은 일요화가라고 호칭되는 그는
세관원을 하면서 그림을 계속 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멀리 나간 적이 없이 도판을 보고 그림을 연습했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남기고 있는 화가이기도 하고요. 그 화가를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라깡을 읽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가, 이상하게 내 안의 숨겨진 의도는 무엇인가 찾아보면서 헛웃음이 나오는 수요일 오전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