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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착잡한 심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다

| 조회수 : 2,004 | 추천수 : 16
작성일 : 2011-02-16 10:58:32

월요일의 일입니다.

아들은 제게 나가는 길에 옷 한 벌을 세탁소에 맡겨달라고 부탁을 하고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께서는

김장김치말고 따로 식구들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비롯한 음식을 하려고 담은 김치가 다 떨어졌으니 화요일

장에 가서 배추를 사놓으면 수요일에 와서 담가주시겠다고 배추 사는 것을 부탁했었지요.

세탁소, 그리고 배추 이렇게 머리에 입력을 해놓았는데 어제 밤 집에 들어와서야 앗, 세탁소 생각이 났습니다.



물론 배추는 의식에 떠오르지도 않았구요.

수요일 아침, 그동안 밀려서 한가득인 분리수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니 오늘 할 일은 잘 처리했다고

기뻐하면서 라깡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 중 아주머니가 들어오시네요. 그 때야 앗 배추 갑작스럽게

생각이 나는군요.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를 이렇게 까맣게 잊어버린 것은 역시 충격입니다.



세탁소나 배추는 잊어도 그것이 큰 사건이 되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정작 잊으면 곤란한 것을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그러고 보니 어제 밤 한 여학생과의 사이에 있었던 대화도 떠오릅니다.

선생님, 제가 부탁한 비디오 들어왔어요?

무슨 비디오?

라이온 킹 2 보고 싶다고 메모해놓고 도서관 데스크 선생님에게 말해달라고 했던 것요

앗, 그렇구나 까맣게 잊고 있었어. 네가 직접 책상위에 메모하고 네 이름 적어 놓을래?



이틀 사이에 여러가지 일이 겹치고 보니  뭔가 이상신호인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네요.

며칠 전에는 불어책 읽다가 단어를 찾고 페이지를 조금 넘겨서 다시 찾은 단어가 알고 보니

앞에서 찾은 바로 그 단어라는 조금은 어벙벙한 상황을 겪기도 했구나, 하루가 지난 것도 아니고

이틀이 지난 것도 아닌데 바로 그 자리에서 그런 일이 있다니 하고 놀랐던 선명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마음이 우울한 이런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유는 아마 마음에 쌓이는 불안감을 덜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웃어넘기고 싶은 심사일까요?



사진속의 화가가 앙리 루소입니다.

오늘 아침 글을 쓰면서 함께 본 화가가 바로 앙리 루소인데요 소박파 화가, 혹은 일요화가라고 호칭되는 그는

세관원을 하면서 그림을 계속 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멀리 나간 적이 없이 도판을 보고 그림을 연습했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남기고 있는 화가이기도 하고요. 그 화가를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라깡을 읽고 있는 중이라서

그런가, 이상하게 내 안의 숨겨진 의도는 무엇인가 찾아보면서 헛웃음이 나오는 수요일 오전을 보내고 있습니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예요..
    '11.2.16 11:38 AM

    그림 감상 잘 하고 마음 좀 정리하고 갑니다.
    오늘따라 멍... 한 마음 추스리지 못하고 우연히 들른 82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안을...
    감사드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 올리브
    '11.2.16 5:11 PM

    intotheself님
    자게에서 누가 그러대요.
    아들 결혼식날 드라이하러 미장원갔다가 파마 안하면 되는거라고...
    그 외의 모든 건망증은 모두 용서 됩니다. 뭐 세상 무너지는 일이겠나요?
    눈팅회원이 한 마디 거들어 봅니다.

  • 3. coco
    '11.2.16 9:50 PM

    위의 올리브님 말이 히트네요.ㅎㅎ 제가 요즘 하는 일이 펜과 작은 수첩 사서 쓰고 부치는 일입니다. 팔십을 넘으신 어머니, 육십대의 지인들, 모두들 자주 잊어버리는 것들을 두려워하셔어요. 저는 저를 알아보시기만 하면 된다고 안심시켜 드립니다.ㅎ 노트북에 쓰는 것 자체를 잊어버린다고도 하고 많이들 속상해 하지만 결국 많이 잊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어제 꼭 보기로 했던 지아쟝커의 다큐멘터리 마지막 상영이 있었는데 벼르고 벼르던 거였는데 까박하고 자러들어 갈때 생각이 나서 아주 속상했어요.ㅠㅠ 이제 자녀분님에게 일을 나눠주시는 것도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네요.ㅎ 그리고 당장, 일처리하기, 주로 항상 쓰는 버릇갖기요. 저는 거의 매일 시장보고 매매일 음식을 하는데 희안하게 다른 것들은 잘 잊어 버리는데 음식에 관한 것은 덜 잊어버려요.ㅎㅎ 음식을 직접하면 기름냄새 때문에 폐에 부담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이런 저런 염려도 있지만 실은 음식하는 일이 관찰력도 일의 선후같은 것들, 여러가지에 음식이 되어가는 상태에 대한 기억력 등 여러가지 필요한 능력을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그 능력을 유지시켜 주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너무 바쁘신 분들은 부엌 일을 하실 수 없다는 큰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요. 저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부엌 일을 매우 강조해서 실은 주변 사람들이 다 스트레스 받아해요. 남성과 여성들 모두 부엌일들은 다들 별로 좋아하지 않더군요.

    올려주신 앙리 루소 그림들이 참 좋네요. 오토디닥트라고 하나요, 스스로 익혀서 활동하는 분들요. 그런 분들의 개성이 있는데 앙리 루소는 대표적으로 훌륭한 예인 것 같습니다. 천경자씨도 많이 영감을 받으신 것 같고요.

    기왕 기억하기 이야기가 나와서 전에 세잔에 대해서 쓰다가 그의 아내 이름을 잘 못 기억하고 써서 바로 잡아 적어드립니다. 이름의 의미가 꽃 수국을 의미한다는 기억은 맞았어요. 당시 쓰면서 순간 헷갈리는 기분도 들었지만요.ㅎㅎ 그의 그림에 수국을 그의 아내 옆에 그려넣은 것은 기억해서 그래도 수국을 기억했습니다. 이름은 오르탕스, Hortense에요. 수국은 Hortensias, 오르탕시아 라고 하는가 본데 알파벳은 스페인어도 똑같은데 스페인어 발음은 오르텐시아스인 것 같습니다. 곧 잊어버리기 쉽겠지만 이런 저런 대화속에 확인하게 되면서 좀 더 기억하게 되는 이점이 있네요. 그때 제가 올랑데즈라고 기억해서 썼는데 이게 올랑데즈 소스, 음식 소스의 이름이거든요.ㅎ

    라캉을 말씀하시니까 루디네스코,Roudinesco 의 책이 번역이 된 것 같은데 알려드립니다. 저도 읽어 보고 싶은데 계속 읽어야 할 책들에 의해 밀리네요. 라캉에 관해서 그는 유일한 여성 제자이자 현존재하는 학자들 중에 정신분석학에 관해서, 라캉에 대해서 깊이 인정을 받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프랑스에서 나온 푸코 강의록 9권째 출판을 맞아 르몽드 신문에 푸코에 대한 리뷰도 그가 썼더군요. 어쨌든 프랑스에선 프로이드, 라캉, 푸코, 데리다까지 논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루디네스코입니다. 그의 다른 글들을 보면 책 내용이 어렵게 써있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도 있는데 읽어보진 않아서 모르겠고요. 라캉은 스스로 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의 강의 내용을 갖고 많이들 써 놓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에서 루디네스코의 책이 비교적 그의 생각과 가깝게 쓰여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 4. 천하
    '11.2.16 10:12 PM

    살다보면 다반사이잖아요.그게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하구요.
    오랜만에 들렸는데 역시나 좋습니다.

  • 5. intotheself
    '11.2.17 1:22 PM

    위로의 말씀에 감사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울한 기분은 조금 갈 것 같네요.

    루디네스코라, 처음 듣는 이름인데, 메모해놓고 찾아보겠습니다.

  • 6. 들꽃
    '11.2.17 7:37 PM

    인투님~
    사람이니까 기억도 완벽할 수가 없을거에요.
    너무 많은 것을 다 머리에 담고 있으면 머리속이 가득 차서 힘드니까
    자꾸 이것 저것 몇 가지는 잊어버리게 해주나 봐요.
    우리 몸이 저절로 그렇게 작용하는가 봐요.
    그러니 우울해 하지 마세요.

    저도 마트가서는 뭐 사러 왔는지 기억이 안나서
    한참 돌아다니다가 결국 못 사고 온적도 있어요~ㅋㅋ

    그래서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 7. 별꽃
    '11.2.18 11:32 PM

    뭐 저는 아직 세탁기에 전화기 안넣는걸로 위안삼고있어요 ㅎㅎㅎ

    늘 좋은그림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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