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우울한 마음을 떨쳐버리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원래는 베네치아 유리 공예전에 가려고 했으나
지혜나무님이 일본인 애리상을 소개해주겠다고 해서 시간이 애매한 김에 미용실에 갔지요.
커트해야 하는 머리를 미루다가 기분전환이나 하자 하고요. 앗, 그래서 여성들이 심경의 변화가 생기면
미용실에 간다고 하는구나 고개 끄덕이기도 하고요.
약속시간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서 everymonth에 켈리님이 소개한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 (강신주 선생의 신간)
서점에 나왔나 보러 간 것인데 그 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대신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이 있었습니다.
월요일날 카라바조를 읽기 시작하자 이런 소설이 눈에 띄다니, 역시 하면서 당연히 구입을 했지요.
덕분에 어제 오늘 원래 일상적으로 하던 독서를 다 접고 심지어는 매일 조금씩 공부하던 외국어도 다 올 스톱하고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집에서는 책을 덜 보려는 노력도 허사로 만드는 소설의 힘이라니 감탄하고 있는 중인데요
카라바조 개인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엿볼수 있는 필력있는 작가의 뒤를 쫓아가는 일이 생생한 현장감속에서
펼쳐지고 있네요.
카라바조가 로마에서 주세페 체사리의 아카데미에 들어간 이야기까지 읽고는 한 숨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이야기 순서를 따라서 그림을 보고 싶지만 아주 초기의 작품은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해서
가능한 한 초기작품부터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성질을 제어하지 못하는 불같은 면, 구속을 싫어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그림만으로 세상에 이름을 내고 싶은
한 청년의 삶이 소설속에서 튀어오르고 있는 중이고 그 시절 로마에서 성직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인간군상도, 베네치아에서 로마에 실려오는 부르노의 이야기도 , 피에트로 성당의 돔 작업이
어려움에 처한 이야기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날실 씨실이 되어 한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할까요?
카라바조 이전에도 미술이 있었고, 카라바조 이후에도 미술이 있었다, 그러나 카라바조 때문에
이 둘은 절대 같은 것이 될 수 없었다
책 뒷 표지에 적힌 말인데도 물론 카라바조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렇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이로군요.
뭔가 새로운 책을 읽고 싶은데 무엇을 읽을까 망서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책이라고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그런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