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방학이라서 요리는 쉬더라도 한 번 암기를 시작한 오바마 연설문 ,맥이 끊어지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지 않는가 이야기가 모아져 도서관에서 수업을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워서 부담이 되고 다른 책읽기마저 방해가 된다고 고민하던 한 사람이 빠지고 대신
sweetmommy님이 참석하게 되었는데 멀리 서울에서 한 시간 운전해서 오는 길, 과연 만족스런
수업이 될 것인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요.

수업이 시작하기 전 이 모임의 막내인 지혜나무님이 언니들에게 늘 얻어먹기만 했다고 은혜를 ? 갚는다고
김밥과 유부초밥,그리고 과일을 가지런히 깍아서 준비해온 덕분에 아침부터 아침밥 먹고 다시 음식을
먹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처음부터 다시 복습을 한 다음 수업을 진행했는데 혹시나 하는 걱정과는 달리
그녀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모임에 합류해서 마치 처음 멤버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기쁜 소식, 일산의 대장금이란 별명의 초록별님 딸이 시험이 어렵기로 유명한 학교에서
전교 5등을 했다는 기쁜 소식에 서로 축하를 나누었지요. 다음 주 수요일에는 우리들에게 한 턱 내기로
즐거운 약속을 한 다음 아이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은 집으로, 그리고 멀리서 온 sweetmommy님, 막내
지혜나무 이렇게 셋이서 점심을 먹으면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이야기꽃이 피다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솟아나는 것이 신기하네요.

흘러넘친 이야기들을 정리하자면 한참 걸릴 정도로 저를 자극하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집으로
들어와서 피아노 연습을 하던 중 예상치 못했지만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82cook를 통해서 목요 모임에 나오다가 사정이 생겨서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한강님의 전화였습니다.
바쁜 일이 있어서 그동안 못 갔노라고 건축사 모임에 다음 주 부터 나오고 싶다고요.
사실 이런 전화가 정말 기쁜 전화가 아닐까요?

재미있는 현상은 요즘 도서관의 모임이 일산사람들과 온 라인상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혼합 모임이 되어가는
느낌인데요, 그래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만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sweetmommy님에게도 이왕 수요일에 일산까지 오는 길에 이 곳에서 일석이조로 로망인 첼로 레슨을
받으면 어떨까 한 번 생각해보라고 권하다가 앗,머리가 왜 이렇게 잘 돌아가는 것일까 스스로
감탄하기도 했지요.

올해는 정말 잊기 어려운 해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사람들에게 열리는 제 마음도 그렇고
뭔가 벽이 사라지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무엇을 하자고 권하는 일에도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모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일에도 위축되는 마음이 거의 들지 않고, 나도 함께 하고 싶다고
이 쪽에서 부탁하는 일에도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된 해라고 할 수 있어서요.


어디서건 함께 공부하다가 못 나오게 된 사람들이 1년이건 2년이건 세월이 흐른 후에도 편하게 연락을 하고
다시 올 수 있는 공간, 그 때 서로 달라진 모습에서 좋은 기운을 느끼고 다시 함께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만남을 상상하게 해 준 한강님의 전화, 수요일의 오후를 달구어 준 아름다운 선물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