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왔었더라 ? 생각해도 생각이 안 나길래 오래전이 되어버린 게시물을 다시 훑어봤습니다.
아프리카를 뒤로하고 유럽 대륙의 남단 이베리아 반도에 내렸었더군요.
기차를 타고 안달루시아의 경관에 넋을 좀 빼고 나니, 남쪽의 석류 그라나다에 도착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뒤를 돌면 아프리카가 있을 법 한데,
저를 반기는 도시는 또 전혀 다른 인사를 건넵니다.

중세를 건너 바로 르네상스 이후로 넘어온 느낌이라고 할만 합니다.

위풍당당하고 강력하고 부유한 교권의 상징
그것도 옛날 이야기인가요.......

신도 없고, 사랑도 없다고 합니다.
현대를 사는 이 곳 사람들은 살기가 퍽퍽한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그라나다에서는 퍽퍽한 현대도, 치닫던 교권의 강력함도 잊게해 주는
오래 된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이 곳은 그라나다를 한 눈에 담을 수가 있습니다.

[ 칼리프의 궁전 알함브라에 올라서 ]

눈에 가득 들어오는 안달루시아의 도시 풍경에 가슴이 뜁니다.
이 지역은 8세기에서 15세기까지는 강력한 이슬람 국가를 형성하고 있었답니다.
따져보면 15세기에서 지금까지 교권이 우세했던 시간 보다, 이슬람이었던 시간이 긴 지역이기도 합니다.
유럽에 왔지만, 아프리카 모로코의 감동이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궁전 구경~~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철통 같은 성벽에 둘러싸인 칼리프의 궁전 안은
겉모습과 대조적으로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답습니다.
별이 빛나는 ‘벽’

별이 빛나는 ‘바닥’

별이 빛나다 못해 불꽃이 팡팡 터지는 듯한 ‘천정’

왕비의 방이던가 ? 공주의 방이던가 그랬는데… 제 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떡살 같기도 하고요~

무른 나무로 만들어도 쉽지 않을텐데, 돌을 파서 이렇게 예쁘게 만들었네요.

모로코에선 못 보던 꽃모양이 등장하기도 하네요.

이후 다른 신을 섬기는 권력자들에게 궁이 넘어 가기는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성을 모조리 파괴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뭔가라도 남기고 싶으셨나 봅니다. 형이상학적이고, 기하학적인 것과는 차원이 좀 다르군요 ㅋㅋ

고려청자 같은 색의 연잎 분수에 물이 찰랑찰랑 합니다.

각종 신기한 모양의 독특한 타일 구경도 재미있습니다.

손으로 하나씩 그린 타일을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 해 봅니다.
수백년전 타일에 그림 그리던 일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
왜 토끼랑 백조를 골랐을까 ? 등등등이요...

구경 온 사람들의 입을 모조리 벌어지게 하는 특이한 효과가 있는 장식.

알함브라 궁전의 트레이드 마크 벌집 모양 천정 장식입니다.
그 옛날에는 벌집 구석구석까지 채색이 되어서 ‘화려함’이란 이런 것이다 ! 를 보여주는
건축 장식 사상 최대의 히트작입니다. 물론 모로코 페즈에서 전수받아 온 기술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북부를 여행과 스페인 남부 여행을 같이하면 감동과 전율이 두 배 세배가 된다는 사실 !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기술과 과학적 디자인이 인간의 두뇌에서 창조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
기술과 과학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는 이 섬뜩한 느낌은 쉽게 가시지를 않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기하학적 무늬의 연속
알함브라의 마스코트( ?) ‘사자의 정원’에 왔는데, 아니 사자 4마리들이 출장을 가셨네요 ㅠ..ㅠ

텅빈 유리 보호 장치가 쓸쓸해 보이는군요,
언제 다시 가서 사자들을 구경할 수 있을까요 ?
15세기말에는 스페인의 두 왕국, 아라곤과 카스티야 왕국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왕조를 밀어냅니다.
이후 가장 보수적인 카톨릭 국가의 통치가 시작이 되었었습니다.
두 가문의 외손자 카를로스 5세는 신성로마 황제 타이틀까지 거머쥐고 유럽 북부에서
이베리아 반도에 이르는 지역의 통치자로 군림합니다.

그라나다에 도착한 이 북쪽의 카톨릭 황제는 이슬람의 상징인 알함브라의 일부를 부수고
본인의 이름을 붙인 르네상스 스타일의 궁전을 지었습니다.
지금은 황권의 상징은 바래고, 무슨 공연이 있는지 의자를 빼곡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궁전을 더 잘 보기 위해서 궁전을 내려 옵니다.

산을 내려와 마을을 건너 낮은 동산에 올랐습니다.
해가 지려고 하네요.
구름이 많아서 특별히 예쁜 노을은 지지 않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조명등이 들어오면서 중세에서 현대까지 아우르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 그라나다 구경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