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그동안 집을 떠나 있던 보람이가 귀국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동생에게 문자로 아줌마에게 무국 끓여달라고
부탁하라는 메세지를 보냈더군요. 그리곤 싸이에다가도 무국! 무국! 무국! 이렇게 세 번이나 강조한 느낌표로
처음 먹고 싶은 음식이 무국이라고 강조를 해놓아서, 아니 언제부터 이렇게 무국을 좋아했나 의아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음식 종류를 준비하기로 했지요. 물론 제가 스스로 다 준비할 능력이 못 되어서 마침 수요일
도와주시러 오는 아주머니에게 오늘 요리 강습을 신청했습니다.
무국, 그리고 돼지고기 불고기, 버섯요리, 이런 것이 보람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장을 보아 오셨길래
오늘은 옆에서 순서대로 알려주시면 스스로 해보겠노라고 자청을 했지요.
월요일 수유너머에서 sweetmommy님에게서 받은 레서피를 펼쳐 놓고 하나씩 해결하면서 음식을 준비하고
맛을 보는 일에 아직 자신이 없어서 맛을 비교해서 봐달라고 부탁하고, 이렇게 하면서 음식을 준비하다 보니
아주머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원장님 (그녀는 꼭 저를 원장님이라고 부르거든요, ) 공부보다
쉬워요,이것은, 그냥 여러번 해보면 되고 맛이 없으면 소금이나 간장 적당량을 넣으면 되고요
그러게요, 그 적당량이 어려워서...
신기한 것은 열번이상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드디어 비빔국수를 레서피 없이 요리할 수 있게 되고 나니
다른 음식의 간을 하는 일에서 조금은 눈이 밝아졌다고 할까요? 알아듣고 시도해보는 일에서 두려움이
많이 없어진 느낌입니다. 역시 무지가 공포를 부르는구나, 절감을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음식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 사실은 무지가 부르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번지고 있네요.
늘 집안에서 손님처럼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참 힘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 좀 더 일찍 시도하지 않았나
그런 자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렇게 조금씩 해나갈 수 있게 된 것을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칭찬을 하고 있어요. 인생에서 배운 큰 교훈 한 가지, 자책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것
그냥 지금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도와달라는 말을 어려워 하지 말 것!!
엄마가 음식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는 말을 전화로는 들었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 보람이가 귀국하면
이것이 엄마가 만든 음식이라고 해도 믿기 어렵겠지만 이번 여름방학에는 계절학기 두 과목 신청한 것
제대로 공부하면서 음식하는 법을 제대로 익히라고 요리학원에 다녀보라고 하면 어떨까? 본인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을 저혼자 공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