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 도서관 철학 모임이 있는 날, 발제를 맡았는데 오래 전 읽고는 그동안 다시 보지 못한 내용이라
지하철을 일부러 탔습니다. 그 안에서 내용을 다시 읽는데 영화에 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입장을 다룬 글이
재미있어서 어라, 지난 번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 색연필로 줄을 그어가면서 몰입의 시간을 보냈지요.
옆에 앉은 사람들이 흘깃 흘깃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한 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서
(아마 그냥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적어 두거나 줄을 긋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는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그 나이에 ? 이런 시선일까요? ) 내용을 다 읽고 나니 벌써 안국역을 알리는 방송안내가 들리더군요.
결국 조금이라도 새우잠을 잘 기회를 놓친 것이지만 그래도 몸이 가벼워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20분전, 그래 ? 조금 시간이 있으니 눈에 들어오는 것 조금만 찍어보자 하고 카메라를 꺼내든 순간
만난 전시회 포스터였는데요 영어로 적어놓은 전시회 제목이 맘에 들어서 찍었습니다.


같은 길이라도 계절에 따르는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고 할까요?

상호명에서는 차의 길을 묻다이지만 철학수업하러 가는 길, 우리는 결국 우리 인생의 길을 묻고 대답을
찾아나가기 위해서 , 그 길에서 함께 하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이렇게 먼 길을 오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서관에 도착하니 5분전, 이제 유유자적하게 사진을 찍고 있을 여유가 없어서 교실에 들어가니
아니, 벌써 수업이 시작되었네요. 덕분에 발제를 대신한 줌마나님이 오래 전 영화 평론가의 꿈을 꾸면서
영화를 보고 영화이론에 대해서 공부했던 실력을 발휘해서 몽타쥬, 미장센, 롱테이크, 씨퀀스등의 개념을
훌륭하게 설명하고 그것에 대한 적절 한 예를 영화로 들어가면서 소개를 해주었고 오히려 제가 발제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수업이 되었습니다.
그것에서 끝났다면 오늘 드디어 철학 책을 마무리하고 다음 번부터 새로운 책을 나간다는 의미로 마무리된
수업이 되었겠지만 요즘 영화보기, 영화이론 읽기, 본 영화에 대한 정리하기, 우선 100편의 영화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둥굴레님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일산으로 와도 좋으니 영화이론 공부를 하자고 제안을 했고 한 달에 한 번이면 멀리서라도 일산으로
오겠다는 사람들이 여럿 생겨서 9월부터는 어느 토요일 오전 날을 잡아서 영화모임이 생기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게 되었지요.
참 놀라운 집단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 날이었습니다.
마치 피라미드 조직이라도 된 것처럼 누군가가 갖고 있는 재능이나 관심사를 확 잡아채서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나가고 , 그 안에서 점점 자라는 사람들을 본다는 것,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지요!!

점심을 먹으면서 성교육 강사이기도 한 줌마나님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대학생 딸들을 둔 노니님이 특히
강력하게 방학동안 대학생 딸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주면 어떨까 요청을 했지요.
이런 이야기가 어떤 식의 만남으로 이어질지 저도 궁금합니다.
에니어그램으로 본 성격유형 이야기 (이 공부를 한 사람들끼리 몇 번 유형이란 이야기가 오고 가자
처음 듣는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지더군요. 이 공부를 오래 한 둥굴레님에게 좋은 싸이트 주소를 부탁했지요.

처음부터 철학모임이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처음 모였을 때 어색했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다만 모임도 세월에 따라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주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
철학모임은 같지만 누가 이 모임에 함께 하는가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고요.

돌아오는 길에 만난 이 트럭, 보통의 트럭이었지만 미술품 운송이란 제목에 걸맞게 몬드리안의 그림을
그려 넣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물론 조금 더 신경써서 그림과 글씨의 조화를 이루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 만큼이라도 하면서 찍어보게 되네요.
7월 첫 주에 푸코와 하버마스 책읽기가 시작됩니다. 철학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려울수록 함께 읽는 것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함께 읽는다는 것은 양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질적인 의미의 상승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들 모임의 일종의 암묵적인 규칙인데요
새로 시작하는 책읽기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은 함께 만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