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11시로 진학상담시간이 정해졌습니다.
이제까지 느긋한 마음으로,(사실 속으로는 완전히 느긋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냈지만
역시 오늘 아침에는 마음이 진정이 잘 되지 않네요.공연히 이것 저것 손대다가 집중하기 어려워
음악을 틀어놓고 듣고 있는 중입니다.이상하게 요즘 멘델스죤 곡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네요.
무슨 현상인가? 그것도 유행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첼리스트 양성원씨가 올해의 연주자로 뽑혔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청중의 박수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수상소감에 이야기를 했다고 하네요.
박수,연주자에게만 박수가 필요하겠습니까?
우리들 각자에게도 스스로 혹은 주변사람들로부터 마음속에서 우러난 박수를 받는 일은 힘이 되겠지요?

고3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그동안 아이들도 물론 수고했지만 어른들이 겪은 정신적인 고통,안타까움,가끔은 즐거움도
이런 시간을 함께 해온 사람들,그래도 역시 당사자는 아이인지라 결과를 스스로 낼 수 없으니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을 같은 기간에 겪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얼굴도 모르는 고3엄마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요?

제겐 지난 일년이 마치 꿈꾸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까지는 도대체 이 아이는 대학이란 곳을 갈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될 정도로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던 아이가 고 3 일년동안 계속 상승세로 시험을 잘 치루어서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했을 정도였거든요.
그러나 막상 시험당일에는 기량을 제대로 발휘못한건지,아니면 거기까지가 본인의 능력인지
모의고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성적을 냈습니다.그래도 그동안 좋은 꿈을 꾸어서 고마웠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런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읽은 깜빡이님이 지난 니체 강의날
제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제가 존경스럽다고 정색을 하고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나온 결과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는 심정이기도 하고,과연 나는 마음을 다 내려놓았는가 정직하게 말하면 하고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했지요.
문제는 성적 그 자체보다 그 이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그 상황인데요 다른 집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이것은 비단 우리집의 문제뿐일까
결과가 좋았다면 나는 이 상황에 대해서 과연 조금 더 너그럽게 대처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날들이기도 하네요.

이런 상황을 통해서 우리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나 안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황을 통해서 더 잘 드러나는 경우가 있구나,그것이 가족일 경우에는 더 극명하게 하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모네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오랑주리에 가서 만나게 될 모네,그리고 오르세에서 만나게 될 모네그림을
상상하게 됩니다.
오리아짐님에게 보낼 선물로 모네 그림을 두 점 고르고 나니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역시 선물을 보내는 마음은 자신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로구나 느끼게 되는 아침
이제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하러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