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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진학상담하러 가는 날

| 조회수 : 2,999 | 추천수 : 134
작성일 : 2009-12-18 10:08:12

오늘 아침 11시로 진학상담시간이 정해졌습니다.

이제까지 느긋한 마음으로,(사실 속으로는 완전히 느긋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냈지만

역시 오늘 아침에는 마음이 진정이 잘 되지 않네요.공연히 이것 저것 손대다가 집중하기 어려워

음악을 틀어놓고 듣고 있는 중입니다.이상하게 요즘 멘델스죤 곡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네요.

무슨 현상인가?  그것도 유행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첼리스트 양성원씨가 올해의 연주자로 뽑혔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청중의 박수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수상소감에 이야기를 했다고 하네요.

박수,연주자에게만 박수가 필요하겠습니까?

우리들 각자에게도 스스로 혹은 주변사람들로부터 마음속에서 우러난 박수를 받는 일은 힘이 되겠지요?



고3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그동안 아이들도 물론 수고했지만 어른들이 겪은 정신적인 고통,안타까움,가끔은 즐거움도

이런 시간을 함께 해온 사람들,그래도 역시 당사자는 아이인지라 결과를 스스로 낼 수 없으니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을 같은 기간에 겪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얼굴도 모르는 고3엄마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요?



제겐 지난 일년이 마치 꿈꾸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까지는 도대체 이 아이는 대학이란 곳을 갈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될 정도로

공부에 흥미를 못 느끼던 아이가 고 3 일년동안 계속 상승세로 시험을 잘 치루어서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했을 정도였거든요.

그러나 막상 시험당일에는 기량을 제대로 발휘못한건지,아니면 거기까지가 본인의 능력인지

모의고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성적을 냈습니다.그래도 그동안 좋은 꿈을 꾸어서 고마웠다고 생각을 했지요

그런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었는데 그 글을 읽은 깜빡이님이 지난 니체 강의날

제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제가 존경스럽다고 정색을 하고 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미 나온 결과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는 심정이기도 하고,과연 나는 마음을 다 내려놓았는가 정직하게 말하면 하고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했지요.

문제는 성적 그 자체보다 그 이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아야 하는

그 상황인데요 다른 집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이것은 비단 우리집의 문제뿐일까

결과가 좋았다면 나는 이 상황에 대해서 과연 조금 더 너그럽게 대처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날들이기도 하네요.



이런 상황을 통해서 우리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나 안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황을 통해서 더 잘 드러나는 경우가 있구나,그것이 가족일 경우에는 더 극명하게 하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모네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오랑주리에 가서 만나게 될 모네,그리고 오르세에서 만나게 될 모네그림을

상상하게 됩니다.

오리아짐님에게 보낼 선물로 모네 그림을 두 점 고르고 나니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역시 선물을 보내는 마음은 자신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로구나 느끼게 되는 아침

이제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하러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리맘
    '09.12.18 12:10 PM

    intotheself 님..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 잘하고 오셨지요?
    같은 또래 엄마라서 마음에 와닿습니다.
    거기까지만 하면 좀 걱정이 덜할까 싶은데
    막상 닥치면 또다른 걱정이..그런게 자식인듯해요
    아이와 함께하고 싶은데 집을 떠나야 하는 딸아이때문에
    요즘 잠을 설치게되네요.
    심난한 마음이던차에 올려주신 그림을 감상하면서
    위안이 됐어요. 그림과 함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 Helena
    '09.12.18 12:49 PM

    전 어제 상담 갔다 왔어요.
    지금 제눈은 퉁퉁 부어 있네요. 알고는 있었지만 더욱 확실해진 현실에
    가슴이 터지는거 같더라구요. 본인은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이러니
    아무데나 가겠다네요. 재수할 자신이 없대요. 받아들여야 하는데
    가슴이 아파요.......

  • 3. 민트조아
    '09.12.18 2:07 PM

    곧 다가올 제 일이기에 남의 일 같지 않아요.
    그동안 그림만 열심히 보았지 글은 휘리릭 읽었거든요.
    기회가 되면 그림 잘 보고 있다고 인사하고 싶었어요.

    컴퓨터 바탕 화면을 터너의 수채화로 바꾸고부터는 모니터를 물끄러미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거든요.
    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데.. 마침 올려주신 그림이 있어 관심 가지게 되었어요.

    엄마가 흔들리고 조바심 내지 않으니 아마 자제분도 현명한 선택. 좋은 결과 있을겁니다.
    계획하신대로 즐거운 여행 다녀오세요.
    많이 부럽고 어떤걸 보고 오실지 기대도 됩니다.

  • 4. 물보라
    '09.12.18 4:24 PM

    울 아이는 올 필요도 없다네요....힘든1년을 다시 보내야한다니..

  • 5. 웬디
    '09.12.18 9:19 PM

    몇일만에 82쿡에 들렀네요
    수능을 최저의 점수를 낸애보다 제가 힘드네요
    저두 일찍 상담받구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그래도 감사해요
    애건강하구 또 희망이 생기겠죠~~
    인투님 여행 즐겁게 다녀오시고
    소식 올려주세요~~~~

  • 6. 거북이산책로
    '09.12.18 11:39 PM

    저희집 상황을 적은줄 알았네요..ㅎㅎ
    님과 다른것은 재수생이라는 사실...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을때 본인도 자기 점수를 받아들이질 못하고
    자기의 실력보다 못나왔다고 여기더군요...
    그러나 현실은....재수 1년 죽도록 고생했다고 하는데...결과는 별로 차이가 안나네요...
    작년엔 시험보고 점수나오자마자 놀사이도 없이 재수학원에서공부시작했는데....
    아이의 실력이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장난 삼아 ...삼수할래? 했더니..고개를 살래살래 흔드네요...ㅠㅠ

  • 7. 안나돌리
    '09.12.19 12:12 AM

    수험생 어머님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홧팅!!!^^

  • 8. 카루소
    '09.12.19 12:55 AM

    멘델스죤 -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op.64 1악장

  • 9. 들꽃
    '09.12.19 1:34 AM

    많이들 힘든 선택들을 하실 때라서 마음들이 많이 괴로우실거예요.
    공부하느라 고생한 학생들도 안스럽고
    지켜보느라 가슴 다 타버린 부모맘도 안스럽습니다.
    좋은선택과 좋은결과 있으시길 바래요.
    힘내세요~

  • 10. 오데뜨
    '09.12.19 9:01 AM

    고3 엄마를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모릅니다. 잘 하는 애이든 아니든 학교가 결정될 때까지 졸이는 그 심정을 ....

    다른 아이들에게 함부로 말하던 다른 엄마는 이제는 절대 그렇게 말 못할 거라며 전에 왜 그런 대학에 갔느냐며 상처주었던 다른 엄마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더군요.
    이렇게 대학 보내기가 힘든 줄 모르고 웬만하면 연고대 가는 줄 알았다며.....
    힘내세요. 대학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 처해진 상황에서는 전부이다 보니 누구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지만 내년 3월만 돼도 별 거 아니란 생각이 들 거예요. 어서 겨울이 가기를...

  • 11. 열무김치
    '09.12.19 10:00 AM

    제가 전기를 떨어지고 (옛날 학생이라 전기-후기 있던 때 입니다) 난 후가 생각나네요.
    정말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생각이 잘 안나요. 정신이 어디 딴데로 간 모양으로...
    그런데 엄마가 한마디도 뭐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얼마나 답답하시고 걱정이 되셨을까, 에휴..
    지금 생각해도 엄마께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요.

    제가 원하고 엄마 바라시던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후기로 학교를 들어갔습니다.
    그 간의 우리 엄마 주름이 얼마나 늘었는지 제 입학식날 보았답니다.

    마음 고생하시는 어머니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찡 합니다.

  • 12. 초이맘
    '09.12.19 11:32 AM

    내년이면 저두 겪을일인데 ...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랄게요

  • 13. BBaBBa
    '09.12.25 1:44 AM

    저두 전기/후기 있던 시절에 후기로 대학 들어갔는데 전기 보다 더 좋은 곳 들어갔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더 좋은 기회로 전환될 수도 있으니 절대 용기를 잃지 마세요.
    저는 오히려 이 때의 충격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이후에 sky중의
    한 곳인 모대학 교육대학원에도 다니고 공무원 시험도 붙었습니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목표를 끝까지 잃지 말라는 말을 자녀분께 꼭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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