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부여행에 관한 글을 보다가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그것을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그녀의
실천력이 대단하다 싶더군요.지난 이,삼일,여러번의 전화통화,카페에서의 의사소통을 통해 드디어
남부뿐만 아니라 파리에서의 일정도 어느 정도 정하느라 고민,고민하다가 드디어 가고 싶은 곳,날짜등을
다 정할 수 있었는데요,새로운 신선한 피의 수혈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 날들이기도 했지요.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여행을 함께 하는 어른들 세 명이 다 인터넷을 통해서 만난 사람들이란 것인데요
물론 어느 날 갑자기 갑시다 이렇게 된 것은 아니고 스터디 모임을 통해서 여러 해 알아온 사람들이긴 하지요.
그렇다고 해도 전원이 그런 경우는 처음이니 제겐 사건은 사건인 셈입니다.
그러니 일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겐 이것이 신기한 일로 비칠 수 있어서 질문을 받기도 했지요.
옛날의 저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인데 지금은 그것이 전혀 신기하게 보이지 않으니 제가 변해도 많이
변한 모양입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거의 같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무슨 일을 함께 하는 것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서로 다른 취향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섞여서 이런 저런 공부도 함께 하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헤쳐 모여 식으로 그 때 그 때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자유로운 것도
좋은 것 아닌가,동류나 동료를 너무 고집하면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기도 어렵고 나랑 다른 것에 낯가림하기도
쉬우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의 틀자체가 달라졌다고 할까요?

여행에 관한 것도 그렇습니다.꼭 연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여러가지 사정때문이었는데요
과연 그런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거든요.물론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새벽에 꼭 깨워야 하는
임무가 끝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지만 다른 것도 꼭 그래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래야 된다,저렇게 해야 된다,이런 should를 버리고 나니 어깨가 많이 가벼워진 기분,이것이 2009년
제게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네요.그런 점에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기도 하고요.


어제 상상 모임에서 미학오딧세이를 한꺼번에 세 권 읽는 모임이 있었습니다,처음 참가한 모임이었는데
아는 얼굴도 있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바람에 불편한 마음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면서 수업에 참여했지요.
3권의 내용중에서 제게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역시 미술에서의 낯설게 하기 효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왜 보는가의 문제,미술관을 다니면서 나는 왜 이렇게 보는 일에 집착하는가 생각을 많이 해보았는데요
어느 순간 그림앞에서 제가 분해되는 기분,그림을 보고 나면 그 이전의 내가 녹아버리는 경험,어떤 그림앞에선
불편해서 눈을 돌리고 싶은데 왜 그런가 그런 마음을 분석해보면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보이는 기분
그런 것들이 미술관에 가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제 파리에 있는 미술관들을 검색하다 보니 오르세미술관의 앙소르 특별전,로뎅 미술관의 로뎅과 마티스
이런 식의 특별전이 눈에 띄네요.이번 여행에서 무슨 그림과 새롭게 만나게 될까,잊지 못할 그림으로 가슴에
품고 오는 그림은 무엇일까,그리고 무엇에 흥미를 새롭게 느끼고 돌아올 것인지 기대가 되는 것을 보니
드디어 떠날 날이 가까워 온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