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초 -
연한 녹색의 산모퉁이 따라
이슬방울 불풀속 사이를 헤치고
비쳐드는 흰 구름 때
산자락 접어들자 바람도 잠들고
개곡과 돌 사이를 흘러가는 물소리 따라
하얀 물빛의 하늘을 노래하는 새소리
땅찔레 뽑아내다 찔려
빨갛게 흘러내리는 피
뻐꾸기 울음소리 듣고
소주를 홀짝거리며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풀벌레 소리 한 낯 메아리에
육십을 내다보는 우리 부부
저만큼에 불빛 하나 희미하게 가물거리고
하늘을 한 바퀴 돌고 온
구름에게 빨래하고
드문드문 피어 있는 들국화와 인사 나누고
무심히 넘보듯 스치는 것에
새삼 소중함을 느끼고 왔습니다.
-----임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