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보람이를 깨우고 다른 날과는 달리
방안에 있는 카세트에 넣어둔 중국어 테이프를
틀었습니다.
어제 하루 들었다고 그래도 덜 낯설어서 놀랍더군요.
그것에 대해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태와
마음을 열고 어디 한 번 알아가는 노력을 해봐
이렇게 마음먹은 상태의 차이에 놀라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여름에 도쿄에 다녀온 후 보람이는
옷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공간디자인에 부쩍
관심을 보이더니 건축에 관한 책,디자인에 관한
책을 일부러 사서 보는 그 아이에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인데요,관심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지만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홍대앞
미술학원가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의도에 맞는
미술학원을 정하고 오겠다는 말을 하네요.
축하한다고 현관문앞에서 말을 하고 돌아서면서
이것이 정말 축하할 일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대응해나가는 제가 신기했습니다.
어제의 전화통화가 생각나네요.
의사인 선배와 오랫만에 전화통화를 하던 중
아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캐나다에 유학간 그 아들이
당연히 그 곳에서 의대에 들어가리라 생각했던
그 집에는 일종의 충격파가 생겼는데
어느 날 파슨즈에 입학했노라는 연락이 왔다는 겁니다.
패션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너무 유명한 학교이지만
아들이 의사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던 그 집 부부에겐
어쩌면 너무 황당한 선택이었겠지요?
더구나 경제적으로도 그 학교의 학비를 계속 지원하기엔
무리라고 생각하던 선배는 다른 학교를 알아보라고
아들을 설득했지만 결국 아들의 끈질긴 설득에
지고 말았다고 하네요.
지금 한국에 와서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는 아들이 너무
행복해한다고,그 말을 들으면서
어린 시절 미대에 가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고
(제 경우 보람이가 그 쪽으로 보이는 적성이 그래도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공부쪽으로 해보겠다고 하던
아이가 막상 경영학과에 간 다음
길을 돌아서 다시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하는 이런 상황,
그래도 마음속으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아이들이 어찌보면 부러운 것 아닌가 하는 말로
전화통화를 마쳤습니다.
중국어 테이프 듣기를 마치고,오늘 대화도서관에 반납해야
하는 책중에서 그림에 관한 책에서 본 도판들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그림을 검색해서
조금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마루에 좋아하는 음반을 하나 찾아서 걸어놓고
방문을 활짝 열고 귀로는 음악을 ,눈으로는 그림을
즐기는 이 시간,밖에서는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은 아무래도 따뜻한 색감의 그림을 보는 것이
마음속을 덥혀주는 역할을 하는 것같아서 고른
마티스입니다.
언젠가 러시아에 가면 꼭 원화로 보고 싶은 그림중의
한 점을 오늘 만났습니다.마치 갑작스러운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네요.
이 그림을 보니 갑자기 어제 점심때의 일이 생각나는군요.
학원끝나고 돌아오면 엄마랑 산봉냉면집에서 만나서
냉면을 먹고 싶다는 보람이의 부탁으로 낮에
그랜드백화점 지하에 갔었는데
어항을 파는 곳이 있더군요.
어항을 사서 물고기를 기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내게는 생명을 기르는 일이 어려워서 이제는
나무를 기르는 일도 손들고 말았는데,
문득 그런 쓸쓸한 마음에 한동안 어항을 바라보았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오늘 아침,마티스의 이 그림에 손이 가는 것은
그런데 어항속을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이 심상치않군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오늘 만나게 될 김탁환의 혜초에서
무엇을 읽게 될 것인가 기대가 됩니다.갑자기
어라,책읽을 생각말고 내일 피아노 레슨 받는 날인데
연습 부실한 것,들키지 말고 연습이나 하라고
갑자기 마음속의 소리가 경고를 하는 기분입니다.
그림을 마음껏 충분히 본 것은 아니지만
정말 보고 싶은 그림도 만났으니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도 충분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