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생활하면서 새록새록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와 철학에 대해 놀라고, 다시금 생각게하는 것들이 있어요. 그 중 많은 것들이 한국서 살 땐 당연시 여겨져서 솔직히 그리 감탄하고 그러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신토불이가 요즘 밥상을 차릴 때마다 한 번씩 고개를 끄덕이게 하네요.
그 이유는 금년에 제가 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공동체 육성농업)에서 먹거리를 받아 먹기 때문입니다. CSA를 직역하면 “공동체가 후원하는 농업”이니 공동체 육성농업이라 해석해봅니다. 이는 미국에서는 최근 한 20년에 일어나기 시작한 움직임입니다.
미국이 워낙 큰 나라라서 많은 채소와 과일들이 더 경제적으로 경작 가능한 지역에서 수확된 후 긴 여행을 거친 후에 식탁에 올라오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때론 수 일에서, 외국에서 수입된 경우, 길게는 수 주 동안 차타고 배타고 온 농산품들인거죠. 그래서 대형수퍼에서 장을 보는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그들이 먹는 채소가 누구의 손에서 컸는지 모른 채, 수퍼에서 깨끗하게 포장되고 품질관리가 된 음식들을 먹습니다.
공동체육성농업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조상들의 “신토불이”와 가까운 개념인 듯 합니다. 뜻이 맞는 동네 주민들이 근처의 농부와 땅을 믿고 농사철이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한 해 먹거리 값을 지불합니다. 농부는 회원 숫자에 맞춰, 한 해 농사의 규모와 경작 가능한 채소들을 미리 계획합니다. 그 대신 농부들은 영리에 따라 딴 곳에 채소를 팔지 않고, 일년동안 신의를 지켜 열심히 농사를 지어 그들을 후원하는 가족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나누게 합니다.
이는 농부와 함께 “우리”가 되어 서로 윈윈하며 또, 위험도 함께 지는 아름다운 움직임이라 생각돼요. 농사의 많은 부분이 기후 등 인간이 조절하기 힘들기에, 농민들이 지고 갈 부담을 나눠서 지는 겁니다. 가령 초봄 농사를 망치면, 덜 나눠 갖고... 상추농사를 망치면 대신 풍작인 감자나 호박을 더 받아가고.. 농부들도 풍작으로 남아도는 채소를 가게에 내다 팔지 않고 공동체에게 원하는 만큼 후하게 나눠주고...그러고도 남는 채소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줍니다. 정말 바람직하죠?
일주일마다 한번씩 농산품을 찾으러 갑니다. 무엇이든 매주 농부들이 주는 데로 받아 옵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채소들이라 삐뚤빼뚤 못난이들도 오히려 반갑습니다. 농부들을 만나고 농사 얘기도 하면서, 또 새로운 요리법도 배우고 서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곤 하죠. 그러고 나면 돈을 미리 내놨다고 냉장고에서 썩어나가리 만큼 욕심내서 들고 오지도 않고, 들고 온 채소들은 더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됩니다. 가끔씩 아이들을 데리고 텃밭도 구경하고, 수확도 거들어주고 참 재밌있고 의미도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저희에겐 값진 체험이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가지 채소들을 제 계절에 맞게 먹게 되고 생소했던 음식들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게 되어 이런게 바로 신토불이구나 생각게 합니다. 또 유통비니 마켓팅비니 뭐 이런데 돈이 새지 않으니 훨씬 싼 가격에 질좋은 먹거리를 공급받게 되는 셈이죠.
이번 주에 받아온 것들입니다.
토마토 15개 (지난 주엔 10개였는데 요즘 토마토가 잘 되나봐요.)
실파 1단
양파 4개
당근 2 kg
감자 1 kg
오이 2 kg
비트 5개
마늘 1통
케일 15 잎파리
샐러드용 잎채소 1봉지
주키니 호박은 갖고 가고 싶은 만큼 무한정!
방금 캐서 들고 나왔는지 흙이 촉촉하니 흙냄새가 나내요.
계란도 매 주 한 판 (12개) 받아와요. 색깔도 다 다르고, 크기도 다른...
옛날에 한국서 먹던 시골계란처럼 노른자가 샛노란게, 맛도 더 고소해요.
근처 마을 버몬트에서 만든 치즈도 받아오구요.
또 여기 사진에는 없지만, 한 달에 한 번씩 고기도 받아와요.
이번에는 닭 두마리, 램챱 용 양고기, 스테이크 네 덩어리, 베이컨 등을 받아왔어요. 모두 근처 농장에서 온 것들입니다.
몇년 전에는 꼭 요런 시스템으로 어부들이 하는 공동체에 가입한 적이 있는데요. 근처 바다에서 그날 잡아들인 생선들을 받아 먹어니 좋겠다 싶어, 야심차게 생선칼까지 구입했으나.. 비늘치고 대가리 내치고 하면서 너무 힘들어 울면서 했어요. 새우 수백마리 껍질까고... 그러다 포기하고 말았어요 ㅠㅠ
토마토가 굉장히 달아서 그냥 썰어먹어도 맛있었지만, 그 동안 벼르고 별러왔던 토마토 소스 만들어봤어요. 미국에 82 cook 비슷한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서 미국아짐들이 어찌나 열광하던 레시피거든요. Marcella Hazan 이라는 요리책으로 유명한 이태리 할머니가 만든 레시피인데 너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대박레시피에요. 이 소스로 파스타를 만들었더니만, 입맛 까다론 우리 아들이 접시까지 핧아먹네요. 물론 저도 빵으로 애벌설겆지했습니다. ^^
깡통토마토로도 만들 수 있다니까 일년 내내 먹을 수 있어서 안심입니다.
재료
토마토 1kg ( 28 온스 한 깡통)
버터 5 큰술 (꼭 버터 쓰세요)
양파 1 개 (반으로 잘라준다)
소금, 후추
만드는 방법
- 토마토 손질 (깡통 토마토는 손으로 간단히 으깨준다. 생토마토는 십자로 살짝 칼집을 넣은 후 끓는 물에 30초간 데쳐 낸 후 껍질 제거 후, 다지거나 뭉개거나 갈아 줌, 입맛에 따라..)
- 소스 팬에 모든 재료를 넣고 약간 걸쭉해 질 때까지 뭉근한 불에서 45분간 끓여준다.
- 소금, 후추로 간을 해준다.
- 양파는 건져낸다. (절대 버리지 마세요. 맛있는 요리 재료로 사용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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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욕심내서 레시피 2배로 만들었어요.
소스가 간단해도 맛나서 나중에 파메잔치즈만 뿌려서 먹어도 대만족이지만,
담 번에는 통마늘이랑 베이질도 넣고 한번 만들어 보려고요.
이왕 내친 김에 새우파스타로 승화시켜보았어요.
후라이팬에 새우 센 불로 노릇하게 구운 뒤 덜어내고,
같은 팬에 올리브유 조금 둘러 다진 마늘이랑 마른 고추 살짝 볶아 향을 낸 후,
토마토소스 넣고,
올리브, 케이퍼, 다진 파슬리, 레몬즙 약간, 페타치즈, 구워낸 새우 다시 투하.
살짝 끓기 시작하면, 면을 넣고 소스에 굴리면서 30초간 조리하면 돼요.
소스 만들고 건져 낸 양파로
인도카레 만들 때 베이스로 썼더니만 왠지 모를 깊은 맛이 우러 났어요. (먹느라 바빠 사진 생략)
그리고도 조금 남은 양파는 다져서 우리 아들내미 친구들(걔들도 한 까다롬해요) 왔을 때 베이컨 볶음밥 해줬더니 잘 먹더군요.
방법은 베이컨 3 줄 잘게 썰어 볶다, 그 기름에 농부님들이 주신 당근, 주키니호박, 감자, 그리고 다져 놓은 양파와 함께 더 볶아 준 후 계란과 밥을 넣고 마무리. 간은 케찹이랑 소금으로.
아무튼 공동체 농장 덕에 매일 요리하며 바삐 지냈네요.
항상 감사하는 맘으로 맛있게 먹었지만....담 주엔 좀 덜 들고 올까봐요.
휴...팔 아파요.
임신 8개월, 가뜩이나 저질 체력에 2박 3일에 걸쳐 작성했습니다 ;;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으니
우리 이뿌니, 카르멘 사진 한 장 올려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