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추억의 녹두빈대떡

| 조회수 : 5,490 | 추천수 : 3
작성일 : 2012-07-09 11:18:19

누구나 추억 속의 음식이 있을텐데

저한테는 그중 하나가 녹두 빈대떡입니다.

어릴 적 엄마가 일하셔서 외가에서 자랐는데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녹두를 불려서

멧돌에 갈아서 돼지 비계로 지글지글 부쳐주시면

낼름낼름 받아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는 빈대떡을

1년에 딱 한번밖에 안해주셨어요.

그건 나중에 저희 친정 엄마도 마찬가지였는데,

제가 이번에 시어머님 생신을 맞아

빈대떡을 한다고 하자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직접 해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하루종일 불려둔 녹두, 일일이 껍질을 깝니다.

슬슬 깐다고 깠더니 정말 몇시간이 걸렸던지...

처음엔 재밌다며 달라붙었던 딸래미들도 나중엔 팽개치고요.

깐 녹두를 믹서에 갈아서

속털어낸 김치를 물기를 뺀 뒤 송송 썰어서 넣고,

고사리와 숙주는 삶고 데쳐서 양념해 넣었습니다.

밑간해둔 간 돼지고기도 듬뿍 넣고요.

가스렌지에 프라이팬 세 개를 놓고 약불에 반죽을 익혔습니다.

"이 더위에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지만...

그 인고의 시간을 지나고보니,  정말 외할머니랑 엄마가 해주시던 맛이 나는거에요.

엄청 신기했어요. 그리고 친정엄마가 말리셨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부친 빈대떡은 지난 주말, 생신이신 시어머니 댁에 갖다드리고요.

또 냉동해서 이번 주말에 친정에 갖다드리려고 합니다.

딸래미들도 잘 먹었습니다. 딸들에게 엄마의 음식, 추억 새겨주고 싶은 게 저의 로망이지만...

저도  1년에 1번 이상은 못할 것같습니다. ^^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게으른농부
    '12.7.9 1:20 PM

    ㅎㅎㅎ 큰 고생을 사서 하셨네요.
    제 집사람도 녹두빈대떡 한번인가 해주고는 몇년째 입싹닦았습니다. 너무 힘들다고......
    녹두빈대떡에 막걸리 한사발이 그리워집니다. ^ ^

  • 2. 예쁜솔
    '12.7.9 7:08 PM

    흐미~~먹고 싶어라~~~
    딸내미가 넘넘 이뻐요!

    저도 어릴 때 엄마가 해주신 것 먹어보기만 했지...
    제가 할 엄두는 못내는데
    솜씨가 좋으시네요.

  • 3. mabelle
    '12.7.9 8:06 PM

    게으른농부님/맛있긴 맛있는데요. 막상 해보니... 말씀대로 '사서 고생'이었습니다. 1년에 딱 한번 하시던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저도 사실 매년 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어요. ㅎㅎㅎ 저희 남편은 딱히 좋아하지도 않아서 ㅋ

  • 4. mabelle
    '12.7.9 8:08 PM

    예쁜솔님/저희집 둘째랍니다... 녹두 껍질 고르는 게 귀여워서 찍어봤어요. 저한텐 추억의 맛이라 꼭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해보니 따로 솜씨는 필요 없고... 그냥 그 과정을 견디기만 하면 되는거같아요 ㅠㅠ ^^;;

  • 5. 양파
    '12.7.9 9:19 PM

    이번 주말 부모님 생신상에 녹두전 한번 해 볼까 해서 들어 왔더니 ㅠㅠ
    맘 접어야 겠어요.
    남편이 녹두전 좋아하는데 껍질까는 것이 관건이군요

  • 6. 강실이
    '12.7.9 11:57 PM

    깐녹두를 사용하면 맛이 없는것인지요?

  • 7. mabelle
    '12.7.10 12:20 AM

    깐녹두라도 껍질이 남아있더라구요. 그거 분리하는 데만 한참 걸렸어요. 저도 유기농매장에서 깐녹두 샀어요. 근데 전 뭐 살림 하수라 그렇구요. 양파님과 강실이님은 아무렇지 않으실수도 있어요. ^^

  • 8. bero
    '12.7.12 4:31 PM

    저는 그냥 껍질은 대충 물에 씻어서 흘려보내는식으로 까서 김치만 썰어넣어서 간단하게 부쳐먹는데요.
    그런대로 먹을만해요. 필요한 재료 다 넣어야된다고 생각하면 못해먹게 되더라구요.
    껍질 남아있어도 갈아버리니까 괜찮드라구요.

  • 9. mabelle
    '12.7.12 8:53 PM

    bero님/ 말씀대로 나중엔 그렇게 해야겠어요. 저희 친정엄마는 일일이 까야 한다고 하셔서... ㅎㅎㅎ 노동력이 엄청 들어가더라구요. 어쨌든 손 많이 가는 음식임은 분명한 것같아요 ^^ 저도 김치만 넣고 해봐야겠어요. 담백한 맛일 것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150 딸과 사위를 위한 한식 생일상 14 에스더 2025.12.30 2,533 3
41149 챌시네소식 15 챌시 2025.12.28 2,981 2
41148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한다 -82쿡 이모들의 결혼식 출동 후기 .. 29 발상의 전환 2025.12.21 8,139 18
41147 은하수 ㅡ 내인생의 화양연화 13 은하수 2025.12.20 4,903 4
41146 미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다이어트 기록 20 소년공원 2025.12.18 5,493 4
41145 올해김장은~ 8 복남이네 2025.12.17 4,924 4
41144 토마토스프 4 남쪽나라 2025.12.16 3,627 2
41143 솥밥 3 남쪽나라 2025.12.14 5,631 3
41142 김장때 9 박다윤 2025.12.11 6,816 3
41141 밀린 빵 사진 등 10 고독은 나의 힘 2025.12.10 6,106 3
41140 리버티 백화점에서.. 13 살구버찌 2025.12.09 6,091 3
41139 190차 봉사후기 ) 2025년 11월 갈비3종과 새우토마토달걀.. 6 행복나눔미소 2025.12.08 3,311 5
41138 케데헌과 함께 했던 명왕중학교 인터내셔널 나잇 행사 24 소년공원 2025.12.06 7,624 6
41137 멸치톳솥밥 그리고,…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 24 챌시 2025.12.04 6,382 5
41136 남해서 얻어온거 11 박다윤 2025.12.03 6,808 5
41135 딸의 다이어트 한 끼 식사 16 살구버찌 2025.12.01 8,985 3
41134 명왕성의 김장 28 소년공원 2025.12.01 7,077 4
41133 어제 글썼던 나물밥 이에요 9 띠동이 2025.11.26 7,342 4
41132 어쩌다 제주도 5 juju 2025.11.25 5,253 3
41131 딸래미 김장했다네요 ㅎㅎㅎ 21 andyqueen 2025.11.21 9,676 4
41130 한국 드라마와 영화속 남은 기억 음식으로 추억해보자. 27 김명진 2025.11.17 7,188 3
41129 김장했어요 12 박다윤 2025.11.17 8,584 3
41128 내 곁의 가을. 11 진현 2025.11.16 5,716 5
41127 인연 (with jasmine님 딸 결혼식, 12.20(토)오후.. 79 발상의 전환 2025.11.15 9,563 10
41126 대둔산 단풍 보실래요? (feat.쎄미김장) 6 솔이엄마 2025.11.14 6,235 5
41125 입시생 부모님들 화이팅! 27 소년공원 2025.11.13 6,246 4
41124 189차 봉사후기 ) 2025년 10월 봉사 돈가스와 대패삼겹김.. 9 행복나눔미소 2025.11.05 7,019 10
41123 가을인사차 들렀어요.!! 37 챌시 2025.11.02 9,971 5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