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추억 속의 음식이 있을텐데
저한테는 그중 하나가 녹두 빈대떡입니다.
어릴 적 엄마가 일하셔서 외가에서 자랐는데
외할머니 할아버지가 녹두를 불려서
멧돌에 갈아서 돼지 비계로 지글지글 부쳐주시면
낼름낼름 받아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맛있는 빈대떡을
1년에 딱 한번밖에 안해주셨어요.
그건 나중에 저희 친정 엄마도 마찬가지였는데,
제가 이번에 시어머님 생신을 맞아
빈대떡을 한다고 하자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직접 해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하루종일 불려둔 녹두, 일일이 껍질을 깝니다.
슬슬 깐다고 깠더니 정말 몇시간이 걸렸던지...
처음엔 재밌다며 달라붙었던 딸래미들도 나중엔 팽개치고요.
깐 녹두를 믹서에 갈아서
속털어낸 김치를 물기를 뺀 뒤 송송 썰어서 넣고,
고사리와 숙주는 삶고 데쳐서 양념해 넣었습니다.
밑간해둔 간 돼지고기도 듬뿍 넣고요.
가스렌지에 프라이팬 세 개를 놓고 약불에 반죽을 익혔습니다.
"이 더위에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지만...
그 인고의 시간을 지나고보니, 정말 외할머니랑 엄마가 해주시던 맛이 나는거에요.
엄청 신기했어요. 그리고 친정엄마가 말리셨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부친 빈대떡은 지난 주말, 생신이신 시어머니 댁에 갖다드리고요.
또 냉동해서 이번 주말에 친정에 갖다드리려고 합니다.
딸래미들도 잘 먹었습니다. 딸들에게 엄마의 음식, 추억 새겨주고 싶은 게 저의 로망이지만...
저도 1년에 1번 이상은 못할 것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