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간신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요즘 연말이고 때가 때이니 만큼 최근 글들을 대충만 훓어보아도 갖가지 산해진미로 가득한데, 이 허접시런 오므라이스 하나 딸랑 들고 돌아왔답니다.ㅠ.ㅠ;;
그래도 제게는 정말로 의미있는, 감동시련 한끼 식사였거든요.
대단한 유명인사도 아니고 별로 궁금치는 않으시겠지만, 제가 두달 남짓 잠수를 탔던 것이 사실은 둘째아이를 임신하고 한참 입덧하느라 그랬거든요.
뭐, 지독하게 고생해서 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데 비하면 수월한 편이었다고 하겠고, 하지만 제 나름대로는 참으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첫 아이때와는 상황이 참 많이 다르더군요. 그땐 그냥 힘들면 종일 누워 있거나 먹고 싶은것 사먹으면서 지낼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쉬고 싶어도 큰 아이가 낮잠 자는 때가 아니면 편하게 누워 있을수도 없고, 저는 영 내키지 않아도 아이는 하루 세끼를 찾아 먹여야 하니 그것도 참 힘들더라구요.
그렇게 두달여를 집안에만 꼭 틀어박혀 신나게 앓으며 지냈는데, 이제 13주가 들어서면서 드디어 완전하게 싹 나은것은 아니라도 적어도 토하는 것이 멎으니 고만 살것 같습니다.
엊그제요, 정말이지 거의 두달만에 저 먹겠다고 부엌에 들어서 움직여 만든 것이 저 오므라이스였습니다.
그동안 거의 간신히 쌀씻어 밥만 억지로 한솥 해 놓으면, 남편은 사다놓은 인스턴트 국에, 3분 카레에, 김과 김치만 꺼내 먹다시피 하고,
가끔 남편이 겨우 할줄 아는 딱 두가지 국인 미역국과 소고기 무국만 번갈아 끓여 놓으면, 애는 그나마 이것도 있는날이면 먹고 아니면 계란 후라이나 소세지만 먹이면서 지냈답니다.
저는 그나마도 냄새도 맡기 싫어 남편이 있을땐 멀찍이 도망가 있다가 주로 맨 식빵만 뜯어먹으면서 살았구요.
지난 11월 말인가에 친정에 한번 갔을때 엄마가 해주신 밥이랑 김치는 어찌 희한하게 입에 쏙쏙 잘 들어가더라구요. 엄마가 해주신 음식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제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잘은 모르겠지만...참 입덧 하면서 더 절실히 제 손으로 만든 것은 뭐라도 먹기 싫었습니다.
하여간 그러다가...드디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솥 안의 찬밥을 긁어모아 무슨 정신으로 밥을 볶아 어찌어찌 초대형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답니다.
남편은 요새 연말이라 날이면 날마다 약속이 있고, 저 엄청난 크기의 오므라이스는 말하자면 3인분인 셈입니다. 우리 큰 아이와, 저와, 뱃속의 둘째요. ^^
친정 엄마 말씀 마따나 제가 복이 많아서 다행히 큰놈의 식성이 아주 좋답니다. 이 놈은 뭘 줘도 군소리 없이 넙죽넙죽 받아 먹고 또 잘 먹습니다.(17개월 아기가 스테이크 먹는걸 보면 다 넘어간다는...ㅡ.ㅡ)
생각해보면 그동안 젤 고생한것은 큰 아이였는데, 엄마 힘들다고 옳게 씻기지도 먹이지도 않고 지냈는데도 투정없이 잘 따라준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네요.
정신 차리고 둘러보니 집안꼴-특히 부엌은 아주 폭탄 맞은듯 난장판이예요.ㅠ.ㅠ
냉장고 냄새가 역해 한동안 안 열어보고 사는 동안, 살림 재주 없는 남편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 냉장고 안만 슬쩍 둘러보아도 한숨이 나옵니다.
도무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동안 손을 놓았더니 뭐를 해 먹어야 할지도 난감하네요. 장봐둔것도 하나 없고 딱히 먹고 싶은것도 생각이 안나지만서두...ㅠ.ㅠ
이럴때 누가 저 먹으라고 국 한솥 끓여 던져주면 얼마나 감사할까요? 흑흑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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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코샤넬
'05.12.29 3:58 PM둘째 임신을 축하드리구요,
구구절절이 미투입니다 흑흑 토닥토닥 ㅠ.ㅜ2. 오이마사지
'05.12.29 4:00 PM피코님..너무 기달렸습니다...
좋은소식 가져 오셨네요............
저두 김밥집 아줌마의 도움?으로 연명하는지라 도움은 못드리고... -.-;;;
집안일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하세용...3. 오이마사지
'05.12.29 4:00 PM코코샤넬님..휴가때(?) 대전으로 함 뜨심이....ㅎㅎ
4. 챠우챠우
'05.12.29 4:27 PM축하드려요..
근데 입덧이 엄청 심하셨나봐요,힘드셨겠어요;;;
안부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으시던데,드뎌 돌아오셨네요 ^__ ^5. 열쩡
'05.12.29 4:53 PM절대로 둘째는 안낳고 싶어지네요..
이제 맛있는거 많이 드세요~6. 주원맘
'05.12.29 4:59 PM늘 피코님 글 읽고 음식 보며 침 흘렸었는데...요즘 안 보이신다했더니...
좋은 소식이 있으셨던 거군요...
진짜 엄청 축하드리구요...
둘째라니...용감해보이십니다....ㅋㅋㅋ7. 달콤키위
'05.12.29 5:04 PM우선 임신 축하드려요. 몸은 힘드시겠지만 완전 부럽삼!!
오무라이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음식입니다. ㅋㅋㅋ*^^* 귀차니즘+실력 부족으로 감히 도전도 안해보는 음식중에 하나입니다. 어떤건지도 가물해지네요.^^
이레저레 엄마 되긴 참 힘든가봐요??
몸 조심하세요.8. 김혜경
'05.12.29 5:07 PM너무 소식이 없으셔서 궁금했어요..
임신 축하드립니다...저도 율동까지 보태서 보내드립니다..난나나나 수와!!9. 딸둘아들둘
'05.12.29 5:29 PM그러셨군요^^ 축하드려요~
입덧하면 또 제가 한 입덧했답니다.한달새 5킬로는 기본으로 빠지고 누워있는것도 힘들고..ㅠㅠ
오죽하면 출산하는것보다 입덧이 더 무서웠다고 했을까요..
그러면서 3번이나 출산했으니..참..ㅋㅋㅋ
모쪼록 몸조심하시구요..이제 어느정도 입덧 덜하신다니 맛난것 많이 드세요~10. candy
'05.12.29 6:27 PM샘~~~~재밌으시다...ㅋㅋ
11. 깜찌기 펭
'05.12.29 6:32 PM소식없어, 키톡에서 기다렸어요. ^^
둘째라니.. 넘 축하드립니다. ㅎㅎ12. mulan
'05.12.29 8:12 PM첫 아기 출산해서 이제 겨우 몸 추스리고 있는중인데여... 경험해보니 아이가 또 있었다면 아마도 더 힘들었을듯 하던데... 흐음... 화이팅입니다. 축하는 당연이고요!! 화이팅!! 힘내세요.
13. 대전아줌마
'05.12.29 8:16 PMㅋㅋ 어쩐지~~ 왠지 그럴꺼 같았는데...제 예감이 적중했네요^^ 축하드려욤..
글구..혜경샘..넘 웃겨요..ㅋㅋㅋ 선생님 율동 상상해 봅니다.
피코님..얼른 입덧 가셨으면 좋겠네요.
에구~~ 저두 이제 슬슬 아길 계획중인데..생명이란게..계획한다고 되는건 아닌것 같습니다..호호..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이제 자주 뵐길 바라면서..===3333314. 해피베어
'05.12.29 10:48 PM축하드려요~~~
저는 피코님 글 열심히 검색하며 잘 해먹었는데..
제대로 드시시도 못하고...괜히 죄송해지네요..^^;15. 민트
'05.12.29 11:10 PM정말 축하드려요.
둘째 입덧때는 참 힘들죠. 큰애 뒤치닥거리에 쉴 틈이 없으니.....
그래도 귀여운 아가 생각해서 힘내세요. 홧팅.16. 빠끄미
'05.12.30 1:38 AM아기 가지신거 축하드려요~^^
많이 힘드시죠..?하지만 태어나면 얼마나 이쁘게 놀지..가히 상상이 갑니다..
제가 요즘 둘째녀석에 빠져서허우적 거리거든요~ㅋㅋ
지금 힘드신거... 둘째녀석 태어나면 다~보상받구도 남습니다~! 화이팅~~~~~~~~17. 애플 그린
'05.12.30 1:40 AM피코님 드뎌 등장하셨군요.
저도 늘 피코님 요리 보며 감탄했는데 한동안 안 보여서 무척 궁금했었어요.
정말 추카추카 드려요!!!!!18. 비타민
'05.12.30 4:48 AM와~~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몸이 빨리 회복되시길 바래요~~ 그땐 맛있는것... 맘껏 많이 드시구요..
19. 은사양
'05.12.30 9:43 AM축하드려요~ 짝짝짝!!
입덧 가시면 맛난것 많이 드세요~ ^^20. 여름나라
'05.12.30 9:57 AM저도 축하송..전 작게 불러 드릴께요...난~나나나~ 쑤와~!... 둘째 수아가 이 노래 부르면 지 놀리는줄 알고 무지 싫어해요^^*
21. 강아지똥
'05.12.30 10:28 AM축하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22. 혀니맘
'05.12.30 11:56 AM축하드려요 ^*^
전 피코님 솜씨가 워낙 좋으셔서 주부 10년차에 애기도 다 클 것 같은
느낌이였는데,
ㅋㅋㅋ 젊으신 분이구나.23. Phobia
'06.1.5 4:23 PM오므라이스 할 때마다 실패하고 그냥 계란 볶음밥으로 하는데 맛나게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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