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저 정말 의사 선생님 찾아봐야 하나봐요...
어디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내용인 즉슨... (저의 기나긴 서론을 먼저 들어주시와요)
어제는 보배 프리스쿨이 있었던 날입니다.
작년에는 죽어라 저를 떨어지지 않고 울고불고 해서 학교 보내기가 죽을 맛이었는데, 어제 첫날은 보배가 학교에 들어서자 마자 쏜살같이 달려 들어가더니 저를 쳐다보지도 않더이다. 서운한 마음 반(아들 키워놔 봐야 소용도 없다...뭐) 기쁜마음 반으로 같은 프리스쿨 다니는 아이의 엄마이자 제 친구가 된 웬디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었답니다. 그 두시간이 왜 그리 소중하고 짜릿짜릿 하던지.
그리고는 보배 학교 마치자 마자 붕붕붕 운전을 해서 한국 상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지요.
지난번에 말씀 드렸던 음식 잘 하신다는 할머니네와 점심 약속이 있었거든요. 멀리서 사는 딸들 둘이 한 2주 와 있다는데, 요즘 제가 오른쪽 어깨부터, 손 마디마디가 아파서 초대해서 밥 한끼도 못하겠길래 한국 식당에서 밥이나 먹자고 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그 집 딸 둘(저보다 훨쓱 나이가 많답니다), 저와 보배가 스페셜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시켰는데, 모두들 "오 마이 갓!"을 얼마나 외치던지. 식탁위의 부르스타에서 부글부글 끌여먹는 샤브샤브, 해물 파전, 불고기, 찐만두가 애국을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아이고 뭘 이런 것을 가지고 그러세요~~"하고 잘난척도 좀 해보았지요. 할아버지는 꼬옥 다음주에 우리 신랑이랑 그집 아들들 데리고 다시오자, 그때는 내가 낸다, 잊지 마라. 다짐다짐을 하셨지요.
거기까지는 정말 남부러울 것 없는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본론은 지금부터)
점심식사 후에 한국시장에 들렸죠.
여름나라님께서 올리신 김치에 자극을 받아서 저도 뭐 좀 만들어 먹어볼까 해서 말이예요.
손바닥 만한 길이의 오이가 보이데요. 오이 소박이 해먹을까 싶어 봉지에 집어 넣다가 보니, 아참 카레 피클인가 뭔가, 간편 장아찌인가 뭔가도 좀 만들어 봐야지 싶더군요. 오이 좀 더 집어 들었습니다. 너무 작아서 양이 감이 잘 안잡혀 하면서.
그런데 갑자기 파를 보니 파김치가 먹고 싶데요. 그래서 파도 잔뜩 카트 위에 실었습니다.
룰루랄라 하면서 또 붕붕붕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와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했죠.
"엄마, 나 파김치랑 오이지랑 해먹으려고 한국시장 다녀왔어."
"오이 소박이 말이냐?"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아 참. 그게 오이 소박이였지, 오이지가 아니라..."
"부추도 샀지?"
(으엥~!) "아이고, 깜박했다! 할 수 없이 다시 가야겠네, 내일."
"또 가?"
"괜찮아요. 내일 웬디가 한국시장에서 쌀국수랑 당면 사고 싶다고 해서 어차피 데리고 가야되서."
그리고는 저녁 늦게까지 카레 피클을 담그며 너무 흐뭇했지요. 간편 장아찌를 담글 때는 흥이 절정에 달했는데, 이게 웬걸 오이가 모자라네요, 오이 소박이 하려면. 어차피 부추 사러 가야 하는데 뭐...
저녁 늦게 준비한 감자탕을 먹으면서 남편이 한소리 하더군요, "난 내 생일이 2월인줄 알았는데... 오늘인가?"
내가 왜 이리 칠칠치 못할까 하면서 드디어 오늘 아침.
웬디와 그의 딸 캐이틀린이 들이닥쳤습니다.
"보배, 아이 러브 유~~!" "아이 러브 유, 투, 캐이틀린."
(보배야, 엄마는 아직 며느리 볼 나이가 안되었단다)
한국 시장에 들어서자 마자 저는 부추부터 집어 들었습니다.
밤 구신인 제가 얼씨구나 밤도 잔뜩 주어담고, 고추도 맵다고 하길래 한봉다리, 오마나~~! 아기다리 고기다리 치킨 튀김가루를 보자마자 후다닥 집어드니, 제 친구 웬디도 나도나도 하데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6불 99전 한다는 순대도 냉큼 집어넣었죠. 좀 이상하데요. 분명히 인쇄된 글씨는 'mixed meats'라고 되어 있는데, 매직 글씨로 '야채 순대'라고 덧써있어서.(오늘 점심에 먹어보니 디립다 맛없었어요)
보배가 "마미! 초코파이 플리이~~즈"하길래 오X온 것으로 하나 샀더니 캐이틀린이 한번 먹어보고는 "One more please~~!"하고 아양을 떱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한국의 위상을... 미국인의 한국화는 3살박이 어린이부터!
집에 돌아와서 부추단부터 풀어 놓고 기분 좋아 소박이를 담그려고 오이를 찾으니, 아차!
오이 사온다는 것을 또 잊었습니다. '오 마이 갓~!'을 외친들 그 '갓(God)'은 저를 이미 외면한지 오래 더이다. 기필코 내일은! 쇼핑 목록을 적어 단단히 가방에 넣고 또 확인하고. 그러다 보니 가방 안에 키가 없네요. 현관문 따고 들어오면 언제나 가방에 넣는 습관이 있는데.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은 후 반나절이 지나고 저의 중증 건망증에 풀이 파악 죽어 대문 밖에 뭐 좀 가질러 나갔는데 글쎄. 키가 대롱대롱 대문 밖에 꽂혀 있지 뭡니까!
매일 쇼핑 목록 적어 놓은 것 집에 두고 쇼핑하러 가고,
방에 뭐 가질러 들어왔다 내가 뭐하러 들어왔나 암만 생각해도 모르겠고.
저 아무래도 의사 선생님 상담 받아봐야 하나봐요.(혹 정신병? 으으윽.)
이 일을 어찌하나, 이 일을 어찌하나.
아이고!
이 글 쓰느라 정신 팔려 내일 보배 프리스쿨에 가지고 가려고 만들고 있던 붕어빵까지 까맣게... 흑흑흑.
도와주시와요, 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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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yu
'05.9.29 5:15 PM정상입니다.
ㅋㅋㅋ2. 수국
'05.9.29 5:29 PMㅎㅎㅎ 보배어머니 뭘 그런걸 가지고...?
아직도 정상이신데요...
뭘 그까짓것 가지고....
전 친구랑 전화하면서 내 핸폰 어디갔지? 니가 내 핸폰에 전화 좀 해봐
소리 듣고 찾게...
오잉~~~~~ 내가 지금 내 핸폰으로 친구랑 수다 중....3. 박하사탕
'05.9.29 5:30 PM윗사진 호박처럼 보이는데...
4. 초록별
'05.9.29 5:48 PM저두 호박인줄 알았어요.....^^ㆀ
무슨 오이가 저리 굵데요?5. 보배엄마
'05.9.29 5:52 PM아니예요, 사실은 사진이 확대되어서 그렇게 보이네요, 제가 봐도. 실제로는 12-3센티 정도의 길이에 자잘하게 생긴 피클용 오이예요.
6. 보노보노
'05.9.29 5:56 PM저 웃다가 쓰러지고 갑니다. 저하고 똑같은 증세세요.. ^^
7. sm1000
'05.9.29 6:03 PM중증 이시네...
잘 고치는 의사 있으시면 저도 소개를..
입원 하실거면 같이 하시죠... 심심치 않겠다!8. 생강나무꽃
'05.9.29 6:07 PM - 삭제된댓글수국님^^;;;;... 저도 안경쓴 채로 안경찾아본 적 있어요^^;;;;
9. 달래언니
'05.9.29 6:34 PM저도 수국님과 같은 경험이 있어요,^^
친구 : " 그럼 지금 전화 누꺼로 하는기고?"
나 : 엥?~10. 라이사랑
'05.9.29 8:54 PM아무리 봐도 오이로 안 보여요.. 어떡하죠?
주부들의 건망증은 풀리지않는 숙제일것 같아요.. 저도 수시로 깜빡거리거든요..
그래도 힘내세요... 활기차게 사시는것 같네요..11. 여름나라
'05.9.29 9:26 PMㅋㅋ.보배엄마님..얼릉 국제치대 등록하세요...아시죠..등록금 무료인거~~~~~~~~^^*
12. 날으는원더뚱♡
'05.9.29 9:39 PM보배엄마님. 그래도 저보다는 나은거 같은데요.
전 무선전화기를 냉동실에 넣질 않나 이건 우리들이 시간을
너무 빨리 많이 먹어 버린탓이 아닐까(?) 싶습니다.ㅋㅋㅋ13. 이쁜이
'05.9.29 10:02 PM저~~ 저두요 오이로 안 보이걸랑요.
사진만 보고 호박인줄 알았는뎅, 오이였군요.ㅋㅋㅋ
저두 가끔 키 문에다 꽂아 놓을 때 있구요 시장보러 갔다가 빼 먹는 거 많아서 메모를 해서 가죠14. 민트
'05.9.29 11:28 PM전 기저귀도 쓰레기통이라고 세탁기 넣고 돌렸답니다. 뭘 가지러 거실에 나와서도 뭘 가지러 나왔나 생각하고 있고요. ㅋㅋ
15. 비타민
'05.9.30 6:57 AM전... 사진보고... 오이사오신다고.. 호박을 잔뜩 사오셨구나... 했어요...^^
16. 이규원
'05.9.30 9:05 AM저를 포함하여 증상이 좀 심한 사람끼리
참한 병원 통채로 빌려 입원하면 어떨까요?
아마도 너무 어무 재미있어
증상이 호전되어도
계속 병원에 남아 있고 싶어하지 않을까요!!!!!!!!!!!!!!17. 윤희경
'05.9.30 9:45 AM저도 잠깐....저의집은 빌라인데 주차공간이 부족해요
아침에 바쁜데, 주차장에 차가 중간에 있어 차를 못빼겠더군요
그래서 핸드폰으로 전화하니 안 받느거예요
집앞에 주차번호를 적어놨거든요 어느집 차인지
그래서 찾아보니 402호 더군요...
인터폰했쬬.... 6295 차빼주세요
잠이 든깬 왠 남자 내차 아니예요 하더군요
똑같은 차번호가 두개라구 3층일거라는거예요
그래서 저는 네 죄송합니다....그러고 뒤돌아 서는데, 누나~~~ 여기 누나집이야!!!
어??? 우리집???
아차 그렇지 우리집 402호지....ㅋㅋㅋ18. 카푸치노
'05.9.30 10:24 AM흐흐..그 정도는 정상이시죠 뭐..
전 가끔 아이들 시터에게 맡기고 외출해서는, 약속된 시간에 사람 만나 상대가 "애들 어딨어?"
하고 물으면 혼자서 깜짝깜짝 놀랍니다..
"어? 애들..우리애들??..두리번..버벅..가만..아..마자 집에..아줌마가 봐주고 계셔"
잠시 몇초간 혼자 놀래며 안절부절입니다..왜 종종 집인지 밖인지 구분이 안되는건지..
뭐 주변사람들 뒤집어 집니다..19. 보배엄마
'05.9.30 10:38 AM수국님도? 날으는 원더뚱님도? 민트님도요? 윤희경님, 카푸치노니임~! 막 좋아질라고 하는 데 어떻하죠? 저하고 증세가 너무 같은지라. 꼬리말 달아주신 분들이 다 이렇게 정상이라고 하니 이거 원 참. (나 정말 정상인가? 아니면 이 싸이트에서 들락날락 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무서워요~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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