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희 동네 미세먼지 수치가 372 입니다.
냉장고에 반찬이라고 달걀, 명란, 스팸!
플라스틱 부담으로 배달음식은 절대 안 시키기로 하여
저녁은 저 세 가지로 대충 해먹어야 하는데 뭔가 아쉽습니다.
나갈 수도 없고 타의에 의해 고립된 듯한 그런 저녁입니다.
지난 주말 봄비가 촐촐 와 츄리닝차림으로 중국집객사같은 술집을 갔습니다.
당연 혼자지요.
이제 혼술하는 것도 지겨울만한데 누구 부르기도 귀찮고 행여 시간이 안된다는
미리 상심하는 거절도 두렵고(?)
그래서 늘 혼자입니다.
깐풍기입니다. 이게 궁금했습니다.
브로콜리와 그린빈을 같이 튀겼습니다. 발상이 신선합니다.
맛도 괜찮았습니다.
연태고량주 오랫 만에 한 병 시켜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청년이 하는 술집입니다. 크게 돈 들여 하지 않는 인테리어에
짜장면도 없지만 몇 가지 요리에만 집중한.
그럭저럭 손님이 있었습니다.
뭔가 이야기가 있을 법한 술집 다니는 걸 좋아했습니다.
먹을 만치 먹었나 봅니다. ㅎ
그닥 이제 먹으러 다니는 일이 즐겁지도 않고(코로나 탓도 있고)
가끔 혼자 술상에 맞은 편에 말이 되고 비쥬얼도 좀 되는 남자 하나가
앉아있으면 좋겠구만 뭐 그런 비현실적인 바램도 가져 봅니나. ㅎ
저는 잠에 아주 예민한 편입니다.
밖이 숲인데도 모든 빛을 차단합니다. 인터넷 불빛도 거슬려 덮어두고 가리고
그럽니다. 이불빨래가 취미처럼 보일 정도로 세탁기가 제 집에서 젤 바쁩니다.
40대 중반에 극심한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가 자유게시판 자주 나오지만 거기에 댓글을 못 답니다.
햇볕을 쬐라, 운동을 해라, 병원에 가라
늘 나오는 답변들이지만 당사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침대가 땅 밑으로 푹 꺼져내려가면서 내 몸도 같이.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순간이
지속됩니다. 이불이 마치 돌덩이 같습니다.
밤새 그러고 있다가 날이 밝으면 일 때문에 할 수없이 기어나와야 했습니다.
강아지들 밥 먹이고 그 상태로 운전해서 일터에 나가야 할 수 밖에없는.
아무 것도 먹지도 못했고 직원들 없을 때 이유없이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겨우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소파에 앉아 몇 시간이고 허공에 눈을 대고 있었습니다.
아 이러다 죽겠구나, 17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허상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담날 알음알음으로 찾은 병원에 갔습니다.
약과 심리상담을 같이 했습니다.
그때 온 우울증은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고(사업한답시고 매일 긴장의 연속과
성공 강박이 심했습니다.) 유통기간도 한참 지난 묵은 감정들을 다 쏟아내어
그것들을 살펴보는 과정을 약 2년 정도 했습니다.
이게 마흔에서 오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그 고개 넘는 것이 참 힘들더군요.
지금도 가끔 우울이 살짝 오는 걸 본능적으로 압니다.
가만히 날 들여다 봅니다.
그 우울이 빠져나갈 때까지 지켜봅니다.
기질이 예민하고 약간의 강박도 남아있어 세상살기 편한 성격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고 되도록 타인과 관계맺는데 조심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잘 다치기 쉽고 남을 다치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아는 나이입니다.
떠들썩하게 살았을 때의 나는 권력을 쥐고 싶었고,
그 분야에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강렬한 인정욕구가 무시무시하게 자리 틀고 앉아
나를 조종했던 것이지요.
이런 시절을 지내고 나서 보니 아무래도 그때 내가 미쳤지하고
웃습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ㅎㅎㅎ
이야기가 우울하군요. ㅎ
결론은 현대 의학의 힘을 빌리라는 겁니다.
거기에다 자신을 까발리는데 저항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자백해야 합니다.
알고보면 우리는 많이 좀 엉터리입니다.
그리 잘난 존재가 아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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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먹고 싶은 게 많아 못 죽는다였는데
그것도 이제 시들해졌습니다.
이제는 읽고 보고 싶은 게 많아 못 죽겠습니다. ㅎ
저희집 둘리, 밥 먹고 딱 지 방에 들어가 죙일 자빠져 자다
또 배고프면 나와 제 발을 탁탁 칩니다.
밥 도!
저도 얼마 안되는 반찬으로 저녁 차려 먹겠습니다.
입맛이 살아야 삶도 살아집니다.
늙은 엄마가 입맛 없다고 할 때 제가 젤 긴장합니다.
오늘도 역시나 두서가 없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