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집은 다른 곳도 넓지만, 무엇보다도 부엌이 넓어서 참 좋아요.
싱크대가 넓어서 물건을 잔뜩 늘어놓고 요리를 할 수 있고, 아이들이 보던 책, 남편이 쓰던 공구 (아니, 도대체 못과 망치를 왜 여기에 두냐고요... ㅠ.ㅠ), 등등 부엌과 상관없는 물건들이 널려있어도 요리하고 밥먹는 데에 지장이 없으니, 잔소리를 안해도 되어서 마음이 참 편해졌어요.
조리도구와 주방기계도 손닿는 가까운 장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으니, 이제는 조금 더 부지런하게 집밥을 해먹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에어프라이어로 삼겹살 구이
아이스크림 기계로 슬러쉬도 만들어 먹고요...
(복숭아 통조림 넣고 소르베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아직 못해봤군요 :-)
요거트 메이커도 꺼내서 써보고...
레몬 스퀴저도 써보고...
주방기계를 "사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집에 기계는 많습니다만, 사다놓기만 하고 요리는 하지 않으니 창고 안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것들을 이제는 가까운 곳에 두고 제가 자주 사용하려고 해요.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도 바깥에서 뛰어놀기 좋아하는 둘리양에게
직접 만든 레모네이드를 먹이면 마치 좋은 엄마가 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혼자 우쭐~ 해요 ㅎㅎㅎ
주방에서 또 뭐 만들어볼 것이 없나, 싶어서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말하랬더니 코난군이 고난이도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홈메이드 감자칩!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까이꺼 뭐 대~충 감자 얇게 썰어가지고 굽든 튀기든 익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녀~? 하고 만만하게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더라~ 이말임돠!
기름발라 오븐에 구워보기를 수 차례...
온도와 시간을 달리해서 비교해가며 여러 번 실험해본 결과 화씨 450도에서 9분간 굽는 것이 가장 감자칩 스러운 식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오븐팬에 얇게 썬 감자를 하나하나 늘어놓고 굽자니, 한 판에 만들어지는 양이 코난군이 먹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픔이...
게다가 저렇게 감자 줄세우기를 하자니 제 다리도 아프고요...
그래서 에어프라이어로 모양과 바삭함은 조금 부족해도 대량생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얇게 썬 감자에 (이것도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푸드프로세서로 써는 것은 만족스러울 만큼 얇지 않아서 채칼로 썰었습니다) 올리브오일과 소금으로 버무려서 에어프라이어 온도 화씨 400도에 5분간 돌리고, 젓가락으로 휘저어 아래위를 섞어준 다음 또 5분 돌리고...
코난군은 이래도 저래도 맛있다고 잘 먹었어요.
그럼 된거죠 :-)
저는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고기를 무척 좋아했다고 해요.
엄마 손잡고 시장에 가면 생닭을 주욱 늘어놓고 파는 가게 앞에서 "우와~~~ 통닭봐라!" 하고 감탄하면서 군침을 꾸~울꺽 삼키곤 했대요 ㅋㅋㅋ
맛있게 튀기거나 익힌 것이 아닌 생닭을 보고 말이죠 ㅋㅋㅋ
목청까지 커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런 저를 보고 웃곤 했다는데, 엄마는 그런 제가 챙피해서 빨리 가자고 손을 잡아 끄셨대요.
그리고 어떤 날은, "나는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돈 많이 벌어서 $$동 고모처럼 큰 다라이 (주: 대야를 이르는 말.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경상도에서 방언처럼 사용하는 듯 :-) 에다가 갈비 재워놓고 구워먹을래요!" 하고 포부를 밝히더랍니다.
$$동 고모는 저희 아버지의 누님이신데 저희 일가 친척 중에 가장 부유하게 사시던 분이죠.
명절이나 다른 일로 그 고모댁을 방문하면 제가 좋아하는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
세숫대야 만큼이나 큰 스뎅 양푼에 갈비를 재웠습니다.
크하하~
그것도 이렇게 멋지고 넓은 부엌에서요!
요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코난군이 입맛이 없어서 뭘 잘 먹으려고 하지 않아요.
뭘 해주면 밥을 좀 먹을까 고민하다가 좋아하던 엘에이갈비를 구워주니 오랜만에 식사를 맛있게 하네요.
코난군이 모처럼 맛있게 식사를 했고, 저는 어릴적 소원을 이루었다는 행복감을 느꼈던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
다음편 예고:
명왕성에 사는 불쌍한 딸래미/며느리/친구/선배에게 한국에서 가져다주시는 선물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김과 마른멸치입니다.
그런데 소년공원은 어느날 유수 과학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엠에스지가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접한 뒤로 마른멸치 보다는 고향의 맛으로 육수를 간편하게 만들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냉동고에서 잊혀져 가던 멸치를 이삿짐을 옮기다가 발견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멸치 미이라를 만들 수 없다!
결심하고 82쿡 히트레서피를 검색했습니다.
다음번에는 요걸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
안녕히 계세요~
글을 다 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올려둔 사진이 남았군요 ㅋㅋㅋ
며칠 전에 산책하다 본 쌍무지개 입니다.
한 쪽 끝은 저희 동네 고등학교 건물 지붕위에서 시작했고, 나머지 끝은...
저희동네 어느집 마당에 놓인 트램폴린 옆에서 시작하네요.
저 집은 참 좋겠어요.
뒷마당에 무지개 뜨니 말이예요
저 아래를 파보면 금화가 가득 담긴 항아리가 나올 것 같아요.
그럼 진짜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