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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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잘 못 지냈어요!
뒤지게 바쁘게 일만 하면서 보냈어요!!
누구 때문이냐구요? 부녀회장님이랑 엄마랑 자식들이랑 식구들이랑....
하아... 누굴 탓하겠어요. 일할 거 있으면 못 참는 제 탓이지요.ㅎㅎㅎ
주말내내 일만 하다가, 그냥 이렇게 주말을 보내긴 아까워서
솔이네 소식, 아니 솔이엄마 일한 소식 좀 전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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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아버지랑 엄마랑 점심드시러 집으로 오시라고 했어요.
친정부모님은 비빔냉면을 좋아하셔서 점심에 냉면을 해드리고,
금요일에 마트에서 산 돼지갈비로 맵지않은 돼지갈비찜도 했어요.
소갈비찜이나 돼지갈비찜을 할 때는 사과나 배, 양파, 마늘, 생강 등을 갈고
간장에 매실청이나 꿀을 넣어서 시간은 걸리더라도 정성을 다해 만들었었는데...
요새처럼 바쁠 때는 그냥 시판양념 사다가
마늘이랑 참기름, 생강을 듬뿍 넣고 압력솥에 30분쯤 끓여줍니다.
고기살도 야들야들하고 양념도 잘 배었다고 아버지도 엄마도 잘 드셨어요.^^
아, 돼지갈비는 피를 세시간 정도 뺀 다음에 뜨거운 물에 삶아내고
깨끗이 씻어서 양념을 하시는 거 다 아시죠? ^^
아버지는 젓가락질을 힘들어 하셔서 엄마가 곁에서 먹여드리세요.
아버지 다 드시면 엄마가 드실 수있도록, 일단 아버지 냉면만 먼저 준비했습니다.
점심식사를 다 하시고 잠깐 티비시청 중이신 울아버지.^^
그런데요. 저는 울아버지가 나를 조련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가끔씩 들어요.
엄마 : 여보, 큰딸네 집에 와서 냉면도 먹고 아주 대접 잘 받죠?
아빠 :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절래절래 흔드신다.)
엄마 :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어머, 당신. 딸이 대접 잘해주니까 좋지?
아빠 :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더 격렬하게 절래절래 흔드신다.)
엄마 : (더 당황해하며) 어머, 네 아버지가 정신이 없어서 그래...
"엄마! 아버지 정신 말짱해보이거든~~~~~ 어흑~~~ㅋㅋㅋ"
토요일에는 목욕시켜주시는 요양사분이 12시쯤 친정으로 오시기 때문에
아버지랑 엄마는 이른 점심을 드시고 친정으로 일찍 되돌아가셨어요.
친정부모님께서 집으로 돌아가신 후,
일하고 돌아온 남편과 학원에서 돌아온 작은 아들에게 냉면을 만들어 주었어요.
물냉과 비냉중에 고르라니까, 남편은 비냉, 아들은 물냉을 먹고싶다네요.
에이C, 이왕 베린 몸! 그래 원하는대로 해주지!
울엄마는 내가 고생하는 게 제일 싫다는데...
매번 일 좀 그만하고 주말에는 좀 쉬라는데....
왜 마트에서 오이 세일한다고 반접을 저한테 배달시키신 겁니꽈...
정신을 가다듬고 이느무 오이를 어찌할까 하다가
소면에 말아먹으려고 오이물김치를 담았어요.
토요일에 담은 오이물김치가 하루 사이에 잘 익어서,
냉장고 청소하다가 지친 오늘 낮에, 소면을 삶아서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설탕이랑 식초를 넉넉히 치고, 물김치 육수도 션하게 얼렸다가 부어먹으니 좋더라구요.
저희집은 노각을 안 먹고 백오이로 생채를 만들어요.
그러면 씹는 맛이 훨씬 아삭아삭하더라구요.
오이의 껍질을 벗겨서 세로로 반을 자른 다음에
오이의 속을 긁어내고 길게 채쳐서 소금을 절여놨다가
오이가 절여지면 살짝 헹궈서 고추장이랑 고춧가루 약간,
다진마늘, 참기름, 식초 약간을 넣고 무쳐놓으면 이만한 여름반찬이 없죠.
주면 주는대로 먹는 편인 둘째아이에게 오이생채 비빔밥도 만들어줬어요.
오이 반접을 어찌어찌 처리하고 나니...
부녀회장님께서 잠깐 일층으로 내려오라고 전화를 하셨습니다.
불안한 기운 감지...
배추나 열무같은 거 담는 크고 퍼런 비닐봉지 아시죠?
그 비닐봉지에 한가득 깻단을 담아, 얼마 안된다며 주시고 가셨어요.
집에서 편안히 쉬고 있다는 14층 정빈엄마를,
오이지를 주겠다며 유혹해서 집으로 불러들인 후
같이 깻단을 다듬었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
큰 깻잎은 따로 모아서 깻잎찜을 만들었어요.
그 와중에, 온 집안에 깻잎향기가 나는 것이 참 좋더라구요.
손톱밑 까매져가며 같이 깻단 다듬은 정빈엄마에게도 깻잎찜을 나눠주었습니다.
나머지 잔챙이들은 뜨거운 물에 데쳐서 여러번 헹구었어요.
깻단의 대도 버리지 말라는 엄마의 신신당부를 전화로 들으며...^^
깨끗이 손질해서 꼭 짠 깻단입니다.
깻잎이 많으니 깻잎전도 해먹었어요.
(냉장실에 다진 돼지고기랑 두부는 또 왜 있었던거야....ㅠㅠ)
전 부치기 너무 싫어서 대충 부친 거 다 티나네요.ㅎㅎㅎ
오이를 주재료로 한 반찬이 벌써 몇 가지째인지...
냉장실을 비우려고 여섯개쯤 남은 오이지로 오이지무침도 만들었어요.
반찬을 여러 개 만드는 김에 냉장고 청소도 했어요.
냉장실 공개는 몇년 전에 하고 또 오랜만이죠? ㅎㅎㅎ
냉장실에는 오이지무침, 오이물김치, 오이생채, 깻잎찜
브로컬리 데침, 씻은 복숭아, 껍질만 깍아놓은 참외 등이 들어있어요.
실은 제가 내일 정말 오랜만에 서울에서 친구들과 만나기로 해서
제가 없으면 식구들 굶을까봐^^ 북어국이랑 카레도 만들어놓았답니다.
제가 주말동안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다고 여러분께 투정부리고
부녀회장님이랑 엄마랑 깻단이랑 오이를 안겨줘서 싫다고 했지만
회장님이 주신 깻단을 다듬느라 이웃이랑 차도 한잔 마시고,
같이 다듬은 깻잎으로 만든 향긋한 깻잎찜도 나눠 먹고,
엄마가 사준 오이 덕분에 시원한 오이물김치에 국수도 말아먹고,
일 끝내고 온 남편에게 시원하게 잘 만들었다고 칭찬도 들으니
실은 힘든 것보다 기쁜 일이 더 많았던 주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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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좋은 일, 나쁜 일, 힘든 일, 즐거운 일,
괴로운 일, 신경질 나는 일, 걱정되는 일, 행복한 일
이런 일들이 차~암 많죠?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기분 좋았던 일을 생각하면서
막 기분 나쁜 일을 덮어버려!
힘든 일이 있으면 행복한 일을 만들어서
힘든 일을 막막 눌러버려!
이게 해결방안인지 억지인지 모르겠지만^^
82식구님들이 모두 평안했으면 하는
저의 바람이라 생각하시고 웃고 넘어가줘용~^^
모두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