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바삭한 피자 크러스트였다
어릴 때부터 바삭한 걸 좋아했어요 . 누룽지는 기본이고 생쌀도 씹어먹는 야생성 ~~~
피자 크러스트도 바삭한 걸 좋아해서 평소에 돌판에 피자를 구워먹는데 ,
어느 이탈리안 식당의 피자가 부드러운 듯 , 살짝 바삭한 듯 , 느낌이 좋아서
(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 혹시 세몰리나로 만든 거냐고 물었더니
너무나도 친절한 직원이 손님의 입맛 센서에 반색하며 친절하게 인터넷 검색해서 어떤 상표인지까지 보여주더군요 .
당장 저도 주문을 했는데 ... 한 봉지가 겨우 1kg.
저 , 밀가루 살 때만 손 큰 뇨자입니다 . 그래서 10 봉지를 주문했죠 .
배송된 10kg... 음 ... 좀 많네 ???
이제 구글님께 레시피 물어보기 . 당연히 세몰리나로만 만드는 줄 알았더니
경질 밀이라서 반죽이 너무 딱딱해진다고 20% 이하로 쓰래요 .
전부 세몰리나로 하는 게 아니었어 ... 흑흑 ...
강력분 80%, 세몰리나 20% 로 시작 . 너무 딱딱해 . 줄여 , 줄여 . 그래도 딱딱해 .
식당처럼 나오지 않는 건 가정용 오븐 탓으로 돌리고 , 결국 강력분 100% 가 가장 낫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 ( 비율을 실험하다가 전보다 물 양을 10ml 늘렸더니 아주 맘에 드는 반죽이 탄생 .)
맛있쩡 .... 그런데 세몰리나는 고스란히 남았네???
( 강력분 200g, 물 135ml, 소금 1t, 설탕 1.5t, 이스트 1/4t, 올리브유 약간 .
섞어 , 섞어 , 마구 섞어 ,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던져 넣고 사흘 숙성 . 두어 시간 전에 꺼내 실온 . 신난다 , 굽자 . 220 도 , 10 분 . 고르곤졸라 피자를 굽자 . 꿀에 마늘 섞어 피자에 발라먹자 ~~ 깔끔하고 맛있쩡 ~~)
2. 생면 파스타 반죽에 도전하다
네 ... 그러나 신에게는 아직도 세몰리나 9 봉지가 남아 있사옵니다 .
주워들은 건 있어서 , 이번엔 생면 파스타 반죽에 도전 . 아니 , 그런데 이것도 세몰리나 100% 로 하는 게 아니네 ??? 치킨 반반 , 무 많이 ... 세몰리나 반 , 강력분 반이 필요해요 . 달걀 : 세몰리나 : 강력분 =1:1:1 소금과 올리브유 조금 넣고 . 또 반죽기 돌려 , 돌려 ...
그런데 잘 안돌아가요 . 반죽기야 , 넌 피자 반죽처럼 말랑말랑한 반죽만 사랑하는구나 . 그래 ... 아무래도 그렇겠지 ? 나도 말랑말랑한 아기 때의 내 딸을 그리워하니 말이야 .
할 수 없이 손으로 치대다가 ... 내 손목은 너무 연약하니까 비닐 석 장에 고이 모셔서 발로 밟기 시작 . 몇 번 접어가며 밟아준 뒤 , 냉장고에서 한 시간 이상 숙성 .
그런데 이게 고집 센 반죽이다 보니 , 밀대로 미는데 땀이 뻘뻘 ...
아니 , 게다가 국수를 삶아 보니 왜 이리 딱딱해 ... ? 두 번은 못해먹겠다 싶으니 절로 한숨이 나고 , 눈길은 자연히 제면기로 꽂힙니다 .
3. 놀라운 제면기 장인을 발견하다
이번엔 유튜브 신에게 여쭙니다 . 수동과 전동을 보여주시는군요 . 당연히 전동이 편하나 가격의 압박이 장난 아닙니다 .
그런데 수동제면기로 반죽을 펼 때 엄청난 내공을 보여주는 장인을 발견 !
https://www.youtube.com/watch?v=ZpIBAR_7NRY
3:50~6:09 보세요 .
저런 손놀림은 엄청난 훈련과 내공에서 나올 듯 . 나는 비루하니까 싶어 미리 포기하고 ,
원래 가지고 있는 키친에이드 반죽기의 모터를 이용하려고 아마존을 검색해서 파스타 메이커 3 종 세트를 주문합니다 . - 반죽 펴는 것 , 페투치니 면 용 , 스파게티면 용 .
띵똥 ~! 알맞게 크리스마스 때 도착합니다 . 선물을 참 오랜만에 받아보는군 .
자
,
이제 신나게 작업 시작
.
그런데 생면 맛이 원래 이런 건가
?
물을 안 넣고 달걀로만 반죽해서 그런지 끓는 물에 국수를 삶으면 쫙 조여든 단백질 느낌
...?
그러나 몇 번 하다 보니
,
반죽을 여러 번 접었다 늘였다 하면 쫄깃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고
(
아
~!
발효빵 만들 때랑 똑같구나
!)
면 뽑을 때 나무젓가락으로 받치는 신공까지 발휘
~~
페투치니로 로제와 단호박크림 파스타도 해 먹고
,
볼로네제 소스 만들어 라자냐도 해 먹고
~~
에헤라디여
~~~
먹고 나서 공원 한 바퀴
.
4. 내친 김에 라비올리로 가자 !
그래도 세몰리나 8 봉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 흑흑 . 그럼 이번에는 라비올리에 도전해 봐 ? 이름이 우아해서 그렇지 , 그래봤자 만두잖아 . 전에 한 번 해 봤잖아 ... 라고 기억을 더듬어보니 25 년 전이구랴 .
또 검색에 들어가서 , 닭고기와 크림치즈 , 각종 야채 섞어서 속을 만들고 , 반죽 넓게 펴서 숟가락으로 뚝뚝 떠 놓고 , 반죽 하나 더 덮고 꾹꾹 눌러 만들 .... 어 보지만 아 , 사반세기 전에는 ‘ 만두피 ’ 라는 걸 사다 썼었지 ... 곰손으로 만든, 곰도 반기지 않을 커다랗고 뜨악하게 생긴 라비올리 ... 두 개 이상은 부담스러운 이태리 왕만두 . 그래도 소스가 맛있다고 딸이 잘 먹어줍니다 .
나도 유튜버들처럼 예쁜 모양으로 만들고 싶다
,
싶다
,
싶다
.
또 검색에 들어가요
.
키친에이드 부속이 있지만
,
대포를 싸게 팔고 대포알은 비싸게 판다더니
,
얘네가 딱 그러네
?
에이
,
이건 포기하고 요런 걸로 주문합니다
.
모양은 그럴싸한데 ... 겸손하게 맛은 그저 그런 ... 맛있는 속의 즙이 다 빠져 나가게 왜 물만두로 데쳐내서 소스와 비비는지 잘 모르겠는 1 인 . 다음에는 군만두로 해 볼까 봐요 . 그나저나 세몰리나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네요 . 하하하
언젠가 밥 한 끼 하려고 쌀 10kg 샀다가 떡시루까지 살 것 같은 예감 .
마무리는 내 사랑
,
호밀빵으로
.
http://breadtopia.com/sourdough-rye-bread/ ( 동영상 있음 )
보고 따라했어요 .
* 사워도우 스타터 버전 생략 , 저는 이스트 넣고 했어요 .
각종 seeds - 생략 . 가끔 해바라기 씨 넣기도 했는데 , 안 넣는 게 나은 듯 .
호밀빵
재료
물 : 400g ( 보리차 , 옥수수차 , 우엉 , 둥글레 등등 넣어 끓인 물 넣으면 더 구수해요 )
이스트 : 1tsp
호밀가루 : 245g
강력분 : 245 g
당밀 : 44 g(2 Tbs.) ( 당밀 없어서 꿀이든 잼이든 단 종류를 넣었어요 .)
소금 : 12 g(1 3/4 tsp)
오렌지 제스트 약간 ( 넣을 때도 있고 안 넣을 때도 있고 ..)
젖은 재료 다 섞고 ,
밀가루에 넣고 저은 뒤 , 15 분 휴지 . 그래야 밀가루가 물 잘 먹고 글루텐 생성 도움 .
( 비닐 씌우기 ) - 냉장고에 하루 밤 . ( 그릇 비닐 )
밀가루 비벼 뿌려 깔고 , 스크래퍼로 반죽에 덧밀가루 조금 뿌려 살살 늘림 ,
스크래퍼로 양쪽 접는다 . 덧밀가루 털어가면서 . 살살 모양 만들고 , ( 스크래퍼와 손 이용 )
비닐 덮어 15-20 분 휴지 .
proofing basket 에 덧밀가루 뿌리고 , 반죽 뒤집어서 담은 뒤 , 덧밀가루 조금 뿌리고 , 비닐 덮어 또 발효 . 1 시간 -1 시간 반 정도 .
별로 안 부풀어도 상관없음 . 일단 오븐에 들어가면 부푼다 .
과발효되면 오븐 스프링이 별로 안 나옴 .
오븐에 돌판 ( 저는 피자판 뒤집어서 씀 ) 넣고 475°F(250 ℃ ) 예열
쟁반 뒤집어서 ( 피자집 피자삽처럼 쓰는 용도 )
종이호일 깔고 , 반죽 뒤집어 놓고 , 칼로 scoring 한 뒤
조심스럽게 오븐 속 돌판에 종이호일째 옮깁니다 .
뚜껑 덮어서 30 분 굽고 , ( 무쇠 웍 뒤집어서 뚜껑 대용으로 씀 )
뚜껑 열고 450°F(232 ℃ ) 로 줄여 , 10 분 정도 .
꺼내서 빵 온도가 200 ℃ 정도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