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탈자가 눈에 거슬려 무심코 폰으로 수정하다가 글을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댓글 달아주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혹시나 해서 저장해 두었던 텍스트와 사진을 찾아 다시 올립니다. "
남자들에게 취미란? 장비를 의미합니다.
등산이건, 낚시건, 골프건, 야구건... 수컷들의 취미는 장비와 이음동의어입니다.
테팔 코팅팬이 편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수명이 너무 짧습니다. 가격 대비 가성비가 별로입니다. 그리고 불소 수지 코팅팬은 온도가 250도 정도가 한계라고 합니다. 남자의 장비로는 너무 노멀합니다. 그러면 우린 싫습니다. 수컷들의 장비는 남달라야 합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터크팬입니다. 롯지팬은 주물입니다. 틀에 쇳물을 부어 만들거죠. 그런데 이 놈들은 단조팬입니다. 무쇠를 망치로 두들겨 만든 팬입니다. 사람이 직접. 망치로 두들겨 만들었다는 것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팬의 표면 온도도 높습니다. 온도가 많이 올라가니 기름이 들어가는 음식은 무조건 맛과 식감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이 놈들은 시즈닝이 중요합니다. 따뜻한 물로 세척한 후 불에 말립니다. 오일을 발라서 팬을 굽습니다. 연기가 납니다. 닦아내고 또 오일을 발라 굽습니다. 그리고 감자 껍질이나 야채 자투리들을 볶아 내어 버립니다. 두어 차례 반복합니다. 새 제품인데 10년은 쓴 물건 같습니다. 그게 매력이라고 합니다. 손잡이만 용접이고, 팬 자체가 한 덩어리의 무쇠입니다. 요리 하다가 용접이 떨어질리가 없겠죠. 그래서 반영구적이라고 합니다. 평생 친구처럼 같이 갈 놈들입니다. 설거지는 세제 없이 쇠수세미로 쓱싹. 불에 말리고 기름칠. 끝입니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과 페페로치노를 넣고 향을 냅니다. 핏물을 뺀 등갈비에 소금, 후추, 바질 정도를 뿌려서 올려줍니다. 지글거립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잘 익었습니다. 접시에 옮길 것 없이, 옆에 채소만 올려 테이블에 놓습니다. 팬이 뜨겁습니다.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생강과 간장으로 양념한 돼지 고기도 볶아 봅니다. 불맛이 제법 납니다. 석쇠 돼지 불고기 맛이 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제법 느낌이 있습니다.
볶음밥과 목살입니다. 찬 밥에 야채 부스러기에 계란물이 끝입니다. 철판 볶음밥입니다. 터크팬에 벌집 삽겹살을 구워 먹으면 참 맛있습니다. 두꺼운 삽겹살도 튀겨지듯 구워집니다. 다만, 기름이 튀어 주방이 난장판이 됩니다. 그래서 목살 정도로 참습니다. 언제 한번 캠핑 가면 한 번 모닥불 피어놓고 그 위에서 제대로 구워 먹어 볼려고 합니다.
다만, 이 놈들을 친구하기로 했으면 매일 써 주셔야 합니다. 쓰시면 바로 닦아 기름칠 해 주셔야 됩니다. 그래야 기름이 제대로 먹어서 오래 오래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뭐든지 친구 만드는건 관심입니다. 안그러면 동음이의어로 '산화' 합니다. 꽃이 흩어져 사라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