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또 해가 쨍! 어지러운 휴가를 보내고 일상에 복귀합니다.
뭐.. 휴가라야 아이들이나 남편은 일상과 확연히 다른 시간을 보내겠지만
전 주방의 모습과 장소만 바뀌었을뿐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다르려니 하고 보낸거지요.
하다못해 텐트 청소라도 하면서 말이지요.ㅋㅋ
일요일 밤엔 어찌나 바람이 무섭던지...
이사오기 전에는 태풍이 몰려온다해도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환경이 바뀌고 나니 바람의 강도가 상상이상입니다.
바람에 좌우로 밀려 쿵쿵거리는 방충망을 어이없이 바라보며
우리 부부 그렇게 앉아있었네요.
참.... 자연앞에 무력하고 나약한 인간, 그 자체일뿐이었습니다.
휴가중 하루는 친정에, 하루는 시댁에 다녀왔어요.
엄마가 이것저것 싸주시기에 이번엔 사양치 않고 모두 가져왔답니다.
전엔 가까이 살아서 늘 가져다 먹고 집밖에만 나가도 금방금방 사먹기도 쉬워
안가져간다고 실랑이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사한 후 주변을 살펴보니 상설시장이 없고 목요시장, 아니면 마트뿐이네요.
물가도 훨씬 비싸구요. 이런저런 하소연을 흘려듣질 못하시고 어찌나 바리바리 싸주시는지...
그런 엄마 마음이 느껴져서 주시는대로 받아왔어요.
ㅋㅋ 손큰 울엄마, 보따리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네요.


들깨모종을 위해 심으셨다가 이웃에서 더 실하고 좋은 모종을 얻으셔서 소용없어진 어린 들깨의 깨순을
몽땅 뜯어서 절 주셨어요. 바구니에 부려놓은걸 찍어둘껄...ㅋㅋ
암튼 그 깨순으로 김치를 담궜습니다. 저도 처음 해봤는데... 맛이...음... 씁쓸한 맛이 없는 꼬들빼기 김치?
그렇게 상상하시면 되겠어요. 요즘 잘 먹고 있습니다.




김치 담글때 일부러 깨순을 조금 남겨두었어요.
이렇게 듬뿍 넣고 감자채도 넣고(감자채는 이따가 말씀드릴께요)
매운고추와 양파도 넣었지요. 튀김가루를 재료가 엉길 정도만 넣어 가볍게 반죽해서
넉넉한 기름에 튀기다시피 지진 부침입니다.
가끔 남편이 이런 부침개에 감동하면서 꼭 부침개장수를 해보라고 치켜주는데
솜씨를 칭찬하는건지 돈벌어오라고 내모는건지 헷깔릴때가 있어요.
이번엔 칭찬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은 맛이었네요.ㅋㅋ

요건 고구마와 깨순만 넣은 부침...


계란을 여덟개 깨넣고 밥은 두공기쯤? 깨순과 양파 당근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를 넣고 섞어
두툼한 계란밥피자를 만들어서 가볍게 한끼 넘겼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증거사진은 없고 서로 나는 조금밖에 못먹었다고 아웅거리는 머시마 둘만 남아있었다는....

깨순을 보드랍게 데쳐내고 양파를 썰고 잔멸치를 넣어 국간장에 볶아낸 깨순나물입니다.
어릴적 이가 안좋으신 할머니께서 무척 달게 드시던 생각이 떠올라 잠깐 안구에 습기가...ㅋㅋ
그때가 초등 1,2학년쯤이었을텐데 제가 할머니랑 무척 싸웠거든요.
그 시절 노인네들의 위생관념이란것이 어린 깜냥에도 영 아니었던지
할머니한테 이것저것 지적질하는 못된 손녀였는데
생각해보니 크게 혼나지 않은것은 할머니의 무조건적 애정이었겠지요.
더 어릴적 도시에서 밥벌이하시던 부모님 대신 저를 키워주시던 울 할매...
돌아가시기 1년전부터 거동을 못하시고 누워만 계셔서 같이 방을 썼던 제가 밤엔 할머니 수발을 했었어요.
가끔 짜증도 냈었겠지만 한번만 불러도 얼른 일어나서 돌려눕히고 주무르고 용변수발도 들고...
그래서 일가 친척분들께 칭찬도 많이 듣곤 했었지요.
(제 친정엄마는 자게에 세 페이지 정도는 도배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아프신 할머니라도 다시 뵙고 싶은... 그런 순간을 나물을 볶으면서 느꼈습니다.
흠흠... 어쩌다 삼천포까지 갑니다.ㅋㅋ
암튼 그렇게 지져먹고 볶아먹고도 남은 깨순은 나중 계란밥피자를 위해 지금 냉동고에서 화석이 되어갑니다.
많다고 함부로 먹어없애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알뜰을 떠는 "나는 4호선 1번 출구이다"....우어~~~~~


커다란 청둥호박, 가지, 노각도 적지않게 덜어 시댁에 드리고도 엄청나게 남도록 주셨지요.
호박은 바로 쪼개어 속을 모두 파내고 넓직하게 썰어 팩에 싸둡니다.
그렇게 야채실에 넣어두고 야금야금 꺼내쓰면 간편하고도 상하지않게 끝까지 먹기 좋아요.
한번은 새우젓넣고 맑은 국으로,
또 한번은 이렇게 된장풀고 토장국으로...보들보들 소박한 국을 맛있게 먹고 있네요.



가지도 쪄내서 쓱쓱 썰어 절반은 국간장에 무쳐 나물로 먹고
절반은 냉장고에 두어 차게 식혔다가 냉국으로 먹습니다.
가지냉국은 오이같은 향긋한 향이나 미역과 같은 꼬들꼬들한 식감은 없으나
보드랍게 넘기기 좋은 식감이 어르신 반찬으로 좋습니다.
대신 국물은 공들여 새콤달콤하고 얼큰하게 맛을 잘 내야겠지요.



노각은 껍질을 벗기고 속을 파내어 얇게 썰어 뱃두리를 만듭니다.
굵은 소금으로 슬쩍 간을 해 두고요.
그중 조금 덜어내어 두꺼운 냄비에 담고 마늘 멸치만 조금 첨가하여 약한불에 올려둡니다.
오이에서 국물이 생기고 그 국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들깨가루를 밥수저 두어개정도 넣어 익히다가
참기름 둘러 마무리합니다. 요것도 울 할머니 잘드시던 반찬 노각나물입니다.


넓은 스텐 대야에서 절여지던 노각은 건더기만 건져두고 진간장과 물엿, 청양고추를 넣고 팔팔 끓인후 뜨거울때 부어줍니다.
노각이 워낙 물이 많아 먼저 절인거구요.
양념이 배어들면서 또 물이 생기므로 따로 물을 첨가하지는 않습니다.
끓이면서 금방 넘칠수 있으니 지켜서있어야합니다.
양념후 하루이틀 후에 보면 너무 허무하게도 건더기가 쫄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싱싱하던 노각이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소리를 자랑하며 개운한 반찬거리로 거듭나있는 뿌듯함도
더불어 느낄 수 있어요.
그대로 장아찌로 먹거나 건더기를 꼭 짜서 고춧가루, 참기름, 마늘을 넣어 무치면 노각장아찌 무침이 됩니다.
이렇게 해서 내 튼실한 팔뚝만한 노각을 모두 저장식량화하는데 성공하구요.


부추도 가져왔는데 살짝 잊어버리는 만행을...
아직 늦지 않았으니 얼른 다듬어 김치를 담급니다.
살짝 꽂힌 통영식 반찬도 해보고(애들도 잘먹드만요^^)
청양고추 양파 다져넣고 액젓, 마늘만 넣은 고추장물? 암튼 그동네 반찬 하나 더 만들어 자~~알 먹고요^^



한줌 남겨 양파, 청양고추와 같이 다져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양배추쌈에도 곁들이구요.
그리고 감자...
아... 할말이 많습니다.
휴가전 뭔 바람이 불어 감자를 한박스나 샀습니다.
아니 큼지막한 반찬용, 자잘한 찜용 두가지를 한박스씩 사서
반반씩 섞어서 두박스를 만든후에 가까이 사는 선배와 한박스씩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쪄먹고 지져먹고 조려먹고 볶아먹고 튀겨먹고,,,
그러다 엄마한테 또 한박스를 받아온겁니다.
집에 감자 한박스 있다해도 기어이 트렁크에 실어버린 울엄마 한마디!
"떨어졌다고 또 사먹지 말고 이놈 뒀다 묵엇!!!"
네... 그렇게 가져온 감자가 싹이 트고 있었습니다.
얼른 먹어없애야겠지요.



넉넉하게 싹을 도려내고 부지런히 쪄먹고
뭉텅 덜어내어 왕창 껍질을 벗기고 넓은면은 채로 썰어두고
양끝 둥근부분은 조림으로 쓰려고 따로 두고...
물에 담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수시로 밥상에 올립니다.


먼저 물을 팔팔 끓여서 체에 채친 감자를 담아 끓는 물에 슬쩍 데쳐냅니다.
너무 데치면 부서지고 아삭한 맛이 없으므로 그야말로 살짝...
찬물에 담가 열기를 식히고 나서 물기를 잘 뺍니다.
고춧가루, 소금, 마늘, 참기름, 다진파에 잘 무치면 감자채 매운나물이 됩니다.
주재료의 별 특별한 맛은 없고 아삭한 식감과 갖은양념맛에 먹는 한끼 반찬입니다.





아까 언급한 부침에도 넣고
청양고추 길게 채썰어 맑은 국도 끓여먹고
데쳐서 콩국 부어 냉국으로도 먹고
담가놓느라 전분이 빠져버렸으므로 다시 전분가루랑 버무려 감자채 전도 부칩니다.
만만하게 기름에 볶은 나물도 해먹고요

채썰다 남은 조각은 멸치만 넣어서 빨갛게 조리구요.



찐 감자도 뜨거울때 잘 먹다가 남으면
고민하지 말고 껍질벗겨 다듬어두었다가 버터에도 볶아먹고
크림스파게티에도 넣어먹고
그냥 간장양념넣어 살짝 볶아도 좋지요.
ㅋㅋ
잠수중에도 감자반찬 숙제는 열심히 해뜸!



아까 노각장아찌에 흥덩하게 있는 간장을 따로 담아두었다가
간장과 물엿이 들어가는 요리에 쓰고 있습니다.
콩자반...
평소엔 물엿을 제일 나중에 넣어서 괜찮았는데
이미 물엿이 섞인 간장양념을 썼더니 살짝 눌었습니다.
그것도 애들한테 잔소리하다가...ㅋㅋㅋ 지못미 콩자반~~
어쩔수없이 물엿이 들어가버린 장조림...
그래도 맛있네요.


중간중간 주로 감자로 때웠지만 그래도 간식...
맘대로 콩배기를 잔뜩 넣어버린 머핀입니다. 애들은 윗부분만 뜯어먹고
책상위에 살짝쿵 남겨두는 만행을 하다가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잔소리에 콩자반을 태웠습니다.
이래저래 콩이 원망이 많을듯합니다.ㅋㅋㅋ


햄버거를 꺼내 먹고 뭔가 쓸데가 있을것같아 잘 접어둔 종이봉투...
미니도넛을 튀겨 기름기를 뺀후 설탕을 넣은 봉투에 넣고 리듬에 맞춰 조금 몸을 흔들어주면
골고루 잘 묻어납니다. 제법 많이 튀겨 신나게 집어먹다가 아차 증거를 남기자! 해서 건진 녀석들...









스펀지쿠키를 한입크기로 이쁘게 구울라다가
에라 모르겄다... 한판 넓적하게 구워서는 조금 식힌후 종이호일을 벗겨냅니다.
대칭으로 2등분한후 한쪽만 뒤집어 초코시럽(팥빙수에 넣어먹는다고 샀는데...
팥빙수에 넣어보니 애들도 안먹어요 ㅋㅋ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쓰는중...)을
잘 펴 바르고 나머지 반쪽을 덮어서 잠시 두었다가
재단을 잘 해서 자투리를 먼저 잘라내고
균일한 모양으로 이쁘게 잘라서리....
남편 간식통에 가지런히 넣습니다.
겉은 파사삭하고 속은 촉촉한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표면까지 많이 눅어져요
할 수 없이 내일 가지고갈 남편꺼는 포크 서너개 집어넣습니다.
이냥반은 고걸 동네방네 나눠먹고 헤벌레합니다. 바부팅이...
어쨌거나 이건 만들어서 바로 드셔야겠네요^^

빙수용으로 만들어둔 팥배기를 다 먹어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작년엔 시간이 없어 사다 먹었는데
빙수 만들때마다 팥을 넣을라치면 손을 부들부들 떨었어요.
어찌나 헤프던지...
올해는 역시 엄마께 얻어온 팥을 넉넉히 삶아 졸여서 푹푹 퍼넣고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역쉬 빙수엔 팥이 왕입니다.^^



팥을 조린김에 찐빵도 만듭니다.
남편이 어릴적... 성당의 유치원을 다녔대요.
늘 간식시간이면 기도를 마치고 간식을 먹었는데 유독 찐빵이 나온 날이면
친구들 기도할때 니꺼 내꺼 혼자 먹고 앉았을 정도로 어릴적부터 찐빵을 좋아했다네요.
그때 얻게 된 별명이 "빵재"래요. 시댁에서 가끔 쓰더구만요^^;;
처음으로 만들어보는거라 옛날글까지 뒤져보니 안젤라님의 레시피가 있네요^^
레시피대로 하니 찐빵 25개가 나옵니다.
근데 이쁜건 딱 세개고 나머지는 저모냥이여요^^;;
이거 마지막 사먹은 가격대로 계산하믄 만오처넌어치...
낼 가지고 갈 간식은 잘 담아두고
저녁 야식으로 주었더니 삼부자가 16개를 해치웠습니다.
빵값은 아직 수금도 못했는데...ㅋㅋㅋ 도야지들.... ㅋㅋㅋㅋㅋ

식빵을 굽고 나면 고소한 껍질쪽은 샌드위치를 두툼하게 만들어서 아이들 간식으로...
얇은 부분보다 더 맛난듯해요^^


가끔 발등을 찧고 싶은게요.
제가 이녀석들 밥상 눈높이를 너무 높여놨나 싶은게...
하루는 반찬챙기기 싫어 볶음밥으로 들이밀려 작정한걸 간파했는지 어쨌는지...
"그러면 오무라이스로 이쁘게 싸주세요~" ㅠㅠ
혹떼려다 혹붙인꼴...




아들넘들 요리수업은 쭈욱 진행형..
이번엔 떡볶이인데요. 방학 숙제로 떡볶이해야 한다며 방학식 하고 온 날부터 저를 볶아대는 민탱이.
드뎌 떡볶이실행중 뜨거움에 몸이 배배 꼬입니다.
맛나게 되어서 식구들과 저녁식사로 대신했는데
이걸 확~ 야밤에 올려뿌까 하다가 ^^;; 참아뜸!
작성 이틀째...
어제 날씨는 꼭 추석무렵 태풍오는것처럼 바람불고 비오고 으슬으슬하고 하드만 오늘은 그나마 얌전함.
진작에 일어날 시간이 지나가고 있지만 그냥 푹 자라고 애들을 깨우지 않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얇은 이불로 번데기를 만들고 자는 모습이 귀엽네요
입도 헤~ 벌리고...ㅋㅋㅋㅋ 비오는날은 괜히 꿀잠이잖아요. 맛나게 자라...
새벽밥먹고 일하러 간 서방님... 지못미... ㅠㅠ
ㅠㅠ 쓱쓱 눙물 딲고!
놀라지 말고 읽읍서!
준탱이 민탱이를 데리고 싸파리 여행에 나섰습니다.
처음엔 얌전히 동물들 잔등에서 으시대며 사진찍고 했는데
어느순간 작은넘 민탱이가 캥거루 꼬드겨 권투하고, 잠자는 사자 콧털을 뽑고 떵침을 놓고,
얼룩말 잡아 조련한다고 난리더니
급기야 맹수에게 쫒기고 받히고... 겨우 살아왔습니다.
왜 싸파리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화면 한페이지를 내려보면 압니다.
틀림없는 싸파리니까요.^^














츠암~~~~ 싸지요잉?^^
그래서 제가 싸!파리라고 했잖슴?ㅋㅋㅋ
자자! 싸파리 구경에 무임승차 하셨으니 감상평을 남기시오!
안그러면 이 아자씨들처럼.... 벌을 줄까? ㅋㅋㅋ
(울 아이들은 이러고 놉니다요...)

미안미안...
미안한 마음에 안구정화짤 나갑니다.

내 비록 험난한 세상을 딛고 서 있으나
바람결에 향기 한자락 날려보내니
꿈결에 그 향기 맡거든 나인듯 느끼소서... 쿨럭! 황진이 버전 ㅋㅋㅋ
┏(;-_-)┛ 매일 개학 생각… 매일 개학 생각… 매일 개학 생각… 매일 개학 생각… 매일 개학 생각 … ┏(;-_-)┛
ㅠㅠ 언제 개학하냐고~~~~~
(ㅋㅋ 부관훼리님께 로열티 드려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