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김치”라는 걸 만들었어요.
큰 아이가 아직 매운 걸 못 먹거든요.
놀이방에서는 김치를 먹는다는데, 집에서는 안 먹어요.
저도 굳이 먹이려고 하지도 않구요.
아직 어리기도 하고, 어른들 먹는 걸 물에 씻어주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이제는 슬슬 시작해도 되지 않나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하고,
놀이방 원장님께도 여쭤보고 해서 아이 김치를 만들어봤어요.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는 아니지만...
이거 쬐끔 만드는데 하루 죙일 걸렸음. -,.-
다듬고, 절이고, 배즙 내고, 양념 만들어서 갈고, 베보자기에 내리고... ㅠㅠ
김치 만드는 것도 처음인데다가 짜지 않게, 맵지 않게를 염두해서 만드니
만들고 나서 한 입 먹었는데, 이건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풀맛;;;
그래도 완성하고 너무 뿌듯한 마음에 사진을 찍어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양심은 있어서 김치를 담았다고는 못하고 ‘김치 비스꾸레’한 걸 담았다고 했죠.
그랬더니
“내가 먹어야 되는 건 아니지?”
하고 답문이 왔네요.
흥, 오자마자 한 대접 퍼줄란다. -.-ㅗ
아이가 기억하는 엄마의 김치는 이런 맛일텐데...
김치라는 건 원래 이것보다 훨씬 맛있는 거란다... 하고 꼭 말해주고 싶네요.
음음, 어쨌거나 김치로 면치레(?)는 한 것 같으니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서 그 동안 먹었던 전투식량이나 주섬주섬 늘어놓을까 합니다.
왜 짧은 쪽으로 싸냐고 물으실까봐 이번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김을 긴 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지난번에는 김치를 볶는 밑준비가 필요했지만, 이번엔 밑준비 없이 더 간단버전입니다.
다만 설거지 0%는 아니고 가위 하나 정도는 씻으셔야 할 것 같네요.
실미도 버전 밥 양념은 아시죠?
밥 올리고 소금 솔솔 뿌리고, 들기름 (혹은 참기름) 한줄 쭉~ 뿌려주시고.
가장 핵심인 명란을 꺼냅니다.
이렇게 올려줍니다.
냉동실에 있는 명란은 하루 전날 냉장실로 옮겨서 해동시켜주세요.
그리고 가위로 잘게 잘라주세요.
이렇게 만날 터트려 먹으면서 터진 건 안 사는 이 심리를 모르겠어요...-,.-
통으로 먹어도 되기는 하지만 명란이 빠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고,
밥과 잘 어우러질 수 있게 잘라주는 게 더 좋아요.
이쯤 되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뭐~어? 냉동실에 명란? 명~ 라~ 안?”
아니, 냉동실에 명란도 없어요?
사실 어느 집이나 냉동실에 푸아그라나 캐비어 하나쯤은 얼려놓잖아요?
그 정도도 없으면 살림집 아니잖아요, 하숙집이지.
아니 표정들이 왜 그래요?
코**코 양파커터기 앞에서 김치통 들고 서 있는 사람들처럼...
(웃자는 농담에 죽자고 달려들지 말길... 웃지 못하는 당신은... 정녕???)
요렇게 해서 쿠킹호일에 싸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우왕, 굿!!!
설거지라고는 가위 하나~ㅋㅋㅋ
이걸 먹으면 언니와 도쿄 여행을 갔던 기억이 나요.
도쿄 밤도깨비 여행이라고 금요일 밤에 출발했다 일요일 밤에 돌아오는 상품이 유행한 적 있었어요.
2000년도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 오가는 항공편이 일본 저가 항공사였거든요.
거기서 기내식으로 삼각김밥이 나왔어요.
듣보잡의 두껍고 질긴 일본김인데, 안에 명란...
오홋, 그런데 그게 은근 맛있는 거에요.
명란이라는 단어를 기억해뒀다가 편의점에서 완전 많이 사와서 숙소에서 와구와구 먹었던 기억이 나요.
여행은 어땠냐구요?
자매가 으싸으싸해서 부푼 가슴 안고 떠났는데...
싸워서 반나절씩 말을 안 해;;;;;;;;;;;;;;;;;;;
분초를 나눠 써도 모자랄 판에 이거 대체 무신 시츄에이션?
집에서도 모자라 웬 국제적인 쌈G랄???
도쿄도청에서 신주쿠까지 큰 대로를 사이에 두고 평행선으로 걸음.
정말 제가 기억하는 최악의 여행이었네요.
이걸 먹으면 그 때 생각이 나서 미소가 지어져요...
썩소가...;;;
이건 제가 사용한 명란이에요.
젓갈 종류가 첨가물 때문에 말이 많잖아요.
집에서 만들자니 아직 그 정도 내공이 안 되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ㅋㅋㅋ
그렇다고 첨가물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소량이나마 L-글루타민산나트륨도 들어가 있고 하지만,
좋은 명란을 쓴다고 하고... 해서 한번 주문해봤어요.
근데 양껏 먹기에는 가격의 압박이 좀 있네요.
명란만 넣으면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인데, 좀 다른 버전으로 먹을 수도 있어요.
오이 하나만 채쳐서 넣어도 식감이 달라지면서 신선한 맛이 있거든요.
하지만 여기는 실미도.
언제 채를 치고 자빠졌;;;
그럴 땐 필러로 깎아서 이렇게 넣습니다.
여름이라 오이씨가 있는 속심(?)이 두꺼워요. 씨도 굵고...
어차피 바깥 부분 밖에 못쓰니까 이렇게 하면 편하고 좋죠.
일부러 돌려깎기도 하는 판에 이 정도면 고급이지요.
여기에 기름은 두르지 않는 게 좋아요.
오이향이 의외로 강해서 기름이나 명란의 고소한 맛이 좀 묻힌다고 할까?
대신 좀 신선한 맛이 있죠.
배합초로 양념을 하면 더 좋겠지만 그걸 또 언제해요.
암튼, 이렇게 해서 맛간장에 찍어먹으면 또 색다른 맛이 나요.
명란 김밥 싸고 남은 오이 반쪽은 이렇게 활용하세요.
시판 비빔면을 그대로 하면 좀 짜거든요.
그럴 때 이렇게 오이를 넣으세요.
버섯 무친 볼에 넣고 비벼서 의도하지 않게 버섯이 약간 들어갔어요.
맛에는 아~ 무 영향을 주지 않는 듯.
필러로 깎은 오이 대부분은 무칠 때 넣고 약간만 남겨서 데코를....ㅋㅋㅋ
요즘 ‘제이미의 30분 레시피’를 즐겨보는데 거기서 이렇게 데코를 많이 하데요.
갑자기 생각나서 한번 따라해봤어요.
근데, 그거 보면서 속으로 만날 그래요.
‘저렇게 다 준비되어 있으면 나도 30분만에 하겠다!!!’
가끔은 이렇게 제대로 된 김밥도 싼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서...ㅋㅋㅋ
주말에 수족관에 가기로 아이와 약속했거든요.
김밥은 나서기 전에 집에서 간단하게(?) 먹고 가려고 했어요.
근데 금요일 저녁부터 남편이 감기몸살로 끙끙 앓더군요.
그래서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집콕.
준비는 했으니 싸서 먹어야죠.
열은 오르는데 춥고 몸 전체가 다 욱씬거린다네요.
그래서 두꺼운 이불을 뚤뚤 말고 누워있더라구요.
안쓰러운 마음...은 개뿔...
성질 같아서는 귀에 확성기를 갖다 대고
“니가 왜 아퍼!!!!!!!!! 아파야 될 사람은 나라규!!!!!!!!!!!!!!”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출장도 잡혀 있는데 얼른 털고 일어나야지 싶어서 참을 인자를 열 번 쯤 새겨가며...
남편 병간호와 아이 둘 건사를 했답니다. ㅠㅠ
아이가 섭섭해할까봐 수족관은 약식 버전으로...
이렇게 해결했습니다.
뭐 나름 괜춘했어요.
아빠 다 나았으니까 다음 주에 꼭 가자~;;;
주말에 김밥을 쌌는데, 단무지 두 줄이랑 당근채가 남았더군요.
뭘 싸기에도 애매한 분량...
확 버릴까하다가 전투식량을 대비해서 소중히 남겨두었어요.
여기에 먹고 남은 불고기를 올립니다.
이 정도는 올려야 소고기 김밥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ㅋㅋㅋ
주말은 피곤하지만, 먹고 남은 잔반(?)이 있어서 평일 점심이 좀 수월해요~
먹으면서 생각해봤는데 여기 제육볶음 같은 거 넣어도 너무 맛있을 거 같아요.
(뭔들...;;;)
욕심껏 싸다보니 옆구리가 터졌네요.
다른 날에 비해 좀 심하게 굵긴 하죠? ㅋㅋㅋ
월요일 점심을 가뿐하게 해결하고 샤워하고 좀 쉬다가 큰 애랑 대충해서 저녁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직 몸이 별로라서 좀 일찍 들어와서 쉰다고...
겉으로는 “그래, 얼른 와서 쉬어. 저녁 같이 먹으면 되겠다.”라고 말했지만.
샤워도 끝냈는데 불 앞에 설 생각을 하니 ㅅㅂㅅㅂ...
그 때 울리는 구세주의 전화.
“너 김장김치 하나도 없다고 해서 보냈다.”
“날도 더운데 택배로???”
“퀵으로 보냈으니 한 30분 있으면 도착할꺼다.”
아흑, 어무이...
엄마의 안부 전화에 김장 김치도 다 떨어지고 주말에 실미도 생활 빡시게 했다고 좀 징징거렸더니 이렇게 빠른 피드백을...ㅠㅠ
엄마의 퀵.
정말 땀 한 방울도 안 흘리고, 남편에게 욕도(!) 안 하고 차린,
평화로운 월요일 저녁이었어요.
전화 끊고 2시간 밖에 안 된 거 같은데, 딸이 좋아하는 두부조림에 장조림까지 뚝딱.
감자도 삶아서...
(삶은 감자 하나로 모지란 딸 인증)
엄마의 마음이 퀵보다 빠르게 초속 3000km로 전해져 왔어요.
엄마의 김장 김치는 정말 명품이었어요.
김치 꼬다리 하나도 버리지 않을테다... 하는 마음으로 접시에 야무지게 담았지요.
비교되게시리 맨 왼쪽에 제가 담은 김치 비스꾸레도 보이네요.ㅋㅋㅋ
요즘 간단하게 먹는 것 중에 이런 것도 있습니다.
밤 호박(?)이라고 엄마가 택배로 보내 준 것인데요.
크기가 이렇게 작아요.
식감은 고구마 같고, 맛은 당도 높은 밤 같아요.
이렇게 랩으로 감싸서...
전자렌지에 5~7분 정도 돌려주면 되요.
랩의 유해성 여부는 논외로 칩시다.
논지는 굶느냐, 먹느냐 하는 생존이거든요.
그럼 이렇게 포크도 잘 들어갈 정도로 잘 익어요.
사실 전자렌지에 간단하게 채소 익히는 거 안 해봤어요,
유해성은 둘째 치고 식감이 미덥지 않아서 안 따라 했거든요.
이건 찌는 게 더 번거로울 것 같아서 해봤는데, 대박!!!
이렇게 간단하게 돌려서 우유랑 먹으면 또 간단하게 한끼 해결~
(사실은 간식;;;)
먹음직스럽게 잘라놓고 싶었는데 마음 같이 안 되네요.
그래도 제 의도가 뭐였는지는 아시겠죠?
랩의 유해성 여부와 함께 데코 역시 논외로 하겠습니다.
키톡보면서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있어요.
‘삘 받지 마라, 삘 받으면 안 돼! 넌 실미도라구!!!’
그래서 새로운 음식 만들기는 자제하고 있는데...
언제 예약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마늘이 배달되어 왔어요.
그것도 이렇게 두 개나...
저장마늘이 이맘 때 나오니까 어쩔 수 없지만... 어쩐지 야속하데요.
그래도 어째요...
애 안고 이 짓을;;;;
오른쪽에 담아놓은 건
그냥 통으로 꿔먹을란다. 에라, 모르겠다...
몰랐는데...
맨손으로 하니까 진짜 아프데요.
화상 입은 거처럼 화끈화끈 욱씬욱씬~
우유에 담가놓으면 좋다는데, 하필 마실 우유도 똑 떨어졌;;;
손질하신 분들은 라텍스 장갑 같은 거 꼭 끼고 하세요.
아니면 검수원분들이 손가락에만 끼는 뭐 그런 장갑이라도...
p.s: 아이들 사진...
둘째 낳고 한 달쯤 지났을까요?
집으로 돌아와서 애들이 나란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이가 둘이라는 게 실감나더라구요.
그래서 기념으로 찍어두었어요.
근데 갑자기 큰 녀석이 발을 구르면서 자기도 쭈쭈 달라고 잠투정을 하는 거에요.
그 바람에 곤히 자던 둘째가 깨서 울어재끼고...
애가 둘이라는 게 정말 피부로 와 닿더군요.
아이가 둘이라는 건 이 모든 것들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
늘 사고치는 사진만 보여드리는 것 같아서 이미지 쇄신용 사진 하나...
정말 진지하죠?
둘째가 형한테 까불 때 이 사진 보여주려구요. ㅋㅋㅋ
왼쪽에 있는 다리, 제 다리 아닙니다...
┏(;-_-)┛ 매일 탈출 생각… 매일 탈출 생각… 매일 탈출 생각… 매일 탈출 생각… 매일 탈출 생각 … ┏(;-_-)┛
근데 대체 언제 탈출하냐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