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 비도 내리고... 물가도 비싸서...시름이 많았던 한가위 명절이지만 그래도 정성껏..무사히 잘 마칠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한 일이고... 비가 그치자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어제는 여름 옷들 세탁해서 집어 넣고 긴 팔 옷을 꺼내 정리하느라 분주했어요.
어제 아침 밥상입니다.
여전히 추석 차례 지낸 음식들이 대세~~
그래도 김치찌개랑 생두부, 매콤짭짜름한 콩나물장조림이.. 합세해서 느끼한 명절 음식을 보완해주었어요.

전유어..... 팬에 다시 기름 두르고 굽기 보다는 오븐에 살짝 뎁히거나..렌지에 뎁혀 먹는 것이 개운하고 좋아요.

아이들의 사랑에 힘입어... 마지막 고별을 고하는 고기산적과
고기편애로 인해 상처입은 채 남겨진... 새송이 버섯 산적간의 미묘한 입장차이가 느껴지는 접시...

저희 시댁에선 추석에도 토란국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경상도식 탕국을 제사상에 올리는데...
이 탕국을 식구들이...그닥 좋아하지 않아 조금만 끓인답니다.
원래 어머니 방식대로 하면 두부를 기름에 지져서 탕국에 집어 넣는데... 그럼 국물이 더 기름지고 탁해져서 몇 년전부터는 그냥 생두부를 잘라 넣으니 그나마 나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번 탕국은 막내의 입맛에 괜찮았던지... 잘 먹어서 다행...


제사상에 나물은 비빔밥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리 저리 비벼서 먹는 바람에.... 이것도 금방 소진될 것 같아 다행....

먹을 때마다 감사한 김치...
여름에...줄 서서...싼 가격에 담근 김치가... 이번 추석처럼 비싼 배추덕에....더 빛을 발하네요.

추석 직전에..... 따른 반찬 하기가 뭐해서... 콩나물장조림하고 김치찌개를 해 먹었어요.
추석에 기름진 음식에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리고 탕국을 안 먹는 가족들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서요.


아침을 그렇게 먹고.... 추석 특집극을 보면서.... 옷정리를 시작했어요.
덥다 덥다 난리를 치던 가족들...따르르 기온이 내려가자..금방이라도 겨울이 올 것처럼... 두꺼운 옷..긴 팔 옷 꺼내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떠는 통에요.
추석 특집극도 보면 당시의 시대상에 맞춰 내용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이번 추석에 당신의 천국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는데...
참 마음이 아팠어요...
노부부의 재혼과 자식들의 입장..그리고 그 이후에 오는 불행을 보면서 모두의 입장이 가슴에 와닿아서....
끝까지 보지는 못했는데요....바로... 입이 심심할 것 같아서...
남은 식빵으로 러스크 굽느라고요...
러스크 구울라... 옷 정리할라.... 가슴 아픈 드라마 볼라... 바빴어요.


러스크 굽느라 들락날락했더니... 같이 드라마 보던 남편이...결말을 말해주는데... 결국 노부부 자살로.. 이야기가 맺어졌대요.
남편... 추석에.... 왜 이리 가슴 아픈 결말을 보여주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아마도... 우리의 세태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사람 수명은 갈수록 연장되고.... 노후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부모와 자식간에 어떻게 서로 조화롭게 살 것인가...
정말 엄청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어요....
점심은...... 명절 음식 재활용해서 먹었어요.
우선 달군 팬에...양파랑 다진 마늘 넣고 노릇하게 볶은 다음에...

제사때 쓰고 남은 산적중..고기만 소진된 터라...
남은 버섯과 오징어를 먹을려고요.

노릇하게 볶은 양파와 마늘에 떡국 떡을 조금 넣어서 볶다가....


양념이 된 오징어와 버섯은 나중에 넣어서 한번 휘리릭 센불로 섞어주듯 볶아주면 됩니다..
동그랑땡 만들고 남은 짜투리 당근도 조금 넣어주었어요.

푸른 채소로 부추를 조금 넣을까 하다... 말린 파세리를 넣어 향긋하게 해주었어요....
기름에 볶는 거라... 허브의 향긋함이 개운함을 줄까 해서요.

이렇게.... 떡볶음과 찐 고구마로..점심은 먹었답니다...
총각무 김치 꺼내서 곁들여 먹으니 정말 맛이 좋았어요.

이렇게 해서.... 오징어랑 버섯도..다 소진해버리고 나니 기분도 말끔해집니다...
괜히 차례 음식 남아 있으면 다른 것 하기도 뭐하고 그렇잖아요... 냉동실에 넣어 나중에 먹는 방법보다는 재활용해서 다른 요리로 변신시켜 후다닥 먹어버리는 것이 좋거든요.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서... 친정 어머니 뵈러 갔다 왔어요..
자꾸.... 예전같지 않다는 어머니를 뵐 때마다..마음이 참 뭐라 표현할 수가 없는데...
토란국 끓이라고 토란과 멸치육수까지 싸주셔서..... 저녁은 토란국 끓여 먹었어요.
멸치 육수에... 마른 새우를 다시 넣어서요...


명절음식은 기름지기 때문에 뭔가 깔끔하고 매콤한 그런 것이 땡길 것 같아... 저녁엔.... 상추쌈과 쌈장을 준비해보았습니다...
고추장과 국간장 약간 섞고..다진 파, 마늘에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서...

거기에 으깬 두부양념을 섞어..두부 쌈장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하면 맛도 더 좋아지고... 두부가 들어가 영양도 좋거든요.

그래서... 역시 나물이랑... 생선을 쪄서 상추쌈에 곁들여 먹었답니다...


이 두부쌈장 맛.. 괜찮아요... 여기에 조개살을 살짝 익혀서...다져도 좋고요.

상추에 밥 조금 올리고...쌈장도 넣은 다음에 나물이나 생선 살을 조금 올려서 싸 먹어도 아주 꿀맛이랍니다.

상추와 쌈장을 보자... 식구들 올레를 외치며..밥 먹으라고 부르지도 않았는데도... 자꾸 모여드네요....
왠지 사진상 부산해입니다.... ㅎㅎ


토란국도 떠 먹고... 어제 저녁 메뉴..
제가 제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꽤 참신했던 것 같아요... ㅎㅎ

오늘 아침...어제 저녁 피곤해서 일찍 자서 그런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케이블 영화 보다....
다시 잠이 들어서.... 놀래 일어나 보니..... 6시 40분...
정말 놀래서 벌떡 일어났어요..
그래도... 아직은 명절 음식이 남아 있어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아마 아침에 추워서 이불을 파고 들었던 모양....
명절 음식으로만 주기 뭐해서.... 달랑 오이 하나 무쳤어요...
얇게 동글썰기로 썰어서.... 소금 간을 한 다음에 물기 꼭 짜서... 깨소금, 참기름만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되는
담백하고 상큼한 오이나물...
전유어, 튀김, 고기, 생선 등으로 기름진 배를 한순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반찬이라 오늘 같은 날 딱 좋습니다.

마침 어제 저녁... 고기를 재워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 굽고... 오이 무치고
나머지는 그냥 꺼내서 차린 후다닥 아침밥상입니다...

아이들이 거부할 수 없는 두툼한 고기구이....
불고기 양념을 한 다음에.... 감자전분을 뿌려 윤기를 내주고...프라이팬에 구운 건데요..
맨 마지막에... 엿장을 약간 넣어서.... 살짝 버무려 주면... 맛도 더 좋고 때깔도 좋아집니다.



역시 어제 먹고 남은 상추랑..쌈장도 곁들어서.... 깨끗하게 마무리 해주었고요..
이젠.... 전유어 아주 조금만 남고... 명절음식 말끔히 정리를 해버렸서 개운하고 좋습니다.


빨간 가디건을 입고 앉아 밥을 먹는 막내...
왠지 따뜻해보이고 좋습니다...
정말 이제 완연한 가을인가 봅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어제 미처 못 빤 여름 옷들... 침대 시트를 빨아... 베란다에 널어놓으니.....
따가운 가을 햇살이 너무나 정겹게 느껴집니다...
이 따사로운 햇살에 눅진한 내 마음도 함께 널어 잘 말려.... 다른 이들에게 뽀송뽀송 다가가고 싶은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