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난 주말에 찍어둔 사진을 올릴 틈이 없었네요.
오늘도 조금전 까지 현기증이 나도록 일을 한 터라, 얼른 집에 가서 쉬고싶지만... 지금 금요일 오후 시간을 놓치면, 토요일과 일요일엔 집안일이며 아이랑 놀아주어야 해서 차분히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 안날 것 같아서, 주린 배를 안고 이렇게 앉았습니다 그려... 누가 글 좀 올려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저도 참... 그렇죠? ^__^
지난 주말에 이웃 주에 사는 가족이 저희집에 다니러 왔어요. 세상에 나온지 이제 겨우 5개월이 된 아기의 첫 장거리 나들이 이기도 했지요.
아기 엄마는 제 고등학교 후배이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임신을 하면서 장거리 부부 생활을 접고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곳으로 내려와 현재 전업주부의 길을 걷고 있어요. 조만간 다시 직장을 다니려고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면서도, 착실하게 살림하고 아이 키우며 남편 뒷바라지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아기 백일 때 아무것도 못해주어서, 이번에 뭔가 선물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며칠간 궁리했어요. 뭐가 좋을까...? 제 경험상, 아기 옷이나 장난감은 얼마 못가서 안쓰게 되거나, 부모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참 제 값을 못하는 선물이더라구요.
그래서 결심했지요!
아기 키우느라 고생하는 신참 아빠 엄마가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밑반찬을 만들어 주기로요. 참 별난 선물이겠지요?
^__^
손님이 오기 며칠 전부터 이렇게 마른 나물 종류를 불려두었어요.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도라지, 고춧잎, 무말랭이, 오이지, 무시래기, 그리고 취나물이네요. 오이지는 제가 만든 거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마켓에서 산 말린 나물들 이예요. 중국산 아니고 한국 농협에서 만들어 파는 것으로 고르느라 나름 신경쓴 거예요.
예... 제가 배가 많이 고파서요...
과정샷은 모두 생략하고, 완제품 - 완전 열심히 만든 제품 이라는 뜻...ㅋㅋㅋ - 사진 나갑니다.
요쪽에서 찍었더니 요렇게 보이고...
조쪽에서 찍었더니 조렇게 보이는군요...
말린 나물 말고도 멸치볶음과 가지나물 두부조림을 추가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재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포장용기에 담았어요.
아, 김치냉장고가 없는 그 가족을 위해, 저희집 김치냉장고에서 배추김치도 한 쪽 썰어담았네요.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제가 김치냉장고 있다고 하면 저를 부러워하는 분들이 제 주위엔 아주 많다는 것을요...
(김치냉장고가 있는 난 부잣집 싸모님! ㅋㅋㅋ)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돈줍고, 또 무슨 속담이 더 있더라...?
암튼, 별난 선물을 마련했더니 제게도 개평이 이렇게나 많이 떨어졌어요.
선물이 줄 서있는 뒤로 아련히 보이는 반찬통이 보시이나요?
한국음식 사먹기 힘든 곳에 사는 사람들은...
선물로 이렇게 반찬을 주고받고...
김치냉장고의 용도에 관해 토론도 하고...
아무것도 볼 것 없는 동네에 몇 시간을 운전해서 그저 사람 만나려고 갓난애기 데리고 1박 2일 나들이도 한답니다...
제가 불쌍하다 여기시는 분들은, 라면 한 봉지 새우깡 한 봉다리라도 기부를... 쿨럭~
자, 그럼 전 퇴근합니다.
모두들 주말에 가족이나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