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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애기 선물을 빙자한 어른 선물, 그리고 개평 얻어먹은 이야기

| 조회수 : 9,244 | 추천수 : 86
작성일 : 2010-09-11 04:38:17
이번 주는 내내 일때문에 바빴어요.
그래서 지난 주말에 찍어둔 사진을 올릴 틈이 없었네요.
오늘도 조금전 까지 현기증이 나도록 일을 한 터라, 얼른 집에 가서 쉬고싶지만... 지금 금요일 오후 시간을 놓치면, 토요일과 일요일엔 집안일이며 아이랑 놀아주어야 해서 차분히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 안날 것 같아서, 주린 배를 안고 이렇게 앉았습니다 그려... 누가 글 좀 올려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닌데... 저도 참... 그렇죠? ^__^

지난 주말에 이웃 주에 사는 가족이 저희집에 다니러 왔어요. 세상에 나온지 이제 겨우 5개월이 된 아기의 첫 장거리 나들이 이기도 했지요.

아기 엄마는 제 고등학교 후배이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임신을 하면서 장거리 부부 생활을 접고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곳으로 내려와 현재 전업주부의 길을 걷고 있어요. 조만간 다시 직장을 다니려고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면서도, 착실하게 살림하고 아이 키우며 남편 뒷바라지를 잘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아기 백일 때 아무것도 못해주어서, 이번에 뭔가 선물을 해야겠다 마음먹고 며칠간 궁리했어요. 뭐가 좋을까...? 제 경험상, 아기 옷이나 장난감은 얼마 못가서 안쓰게 되거나, 부모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참 제 값을 못하는 선물이더라구요.

그래서 결심했지요!
아기 키우느라 고생하는 신참 아빠 엄마가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밑반찬을 만들어 주기로요. 참 별난 선물이겠지요?
^__^

손님이 오기 며칠 전부터 이렇게 마른 나물 종류를 불려두었어요.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도라지, 고춧잎, 무말랭이, 오이지, 무시래기, 그리고 취나물이네요. 오이지는 제가 만든 거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마켓에서 산 말린 나물들 이예요. 중국산 아니고 한국 농협에서 만들어 파는 것으로 고르느라 나름 신경쓴 거예요.


예... 제가 배가 많이 고파서요...
과정샷은 모두 생략하고, 완제품 - 완전 열심히 만든 제품 이라는 뜻...ㅋㅋㅋ - 사진 나갑니다.

요쪽에서 찍었더니 요렇게 보이고...


조쪽에서 찍었더니 조렇게 보이는군요...

말린 나물 말고도 멸치볶음과 가지나물 두부조림을 추가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재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포장용기에 담았어요.

아, 김치냉장고가 없는 그 가족을 위해, 저희집 김치냉장고에서 배추김치도 한 쪽 썰어담았네요.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제가 김치냉장고 있다고 하면 저를 부러워하는 분들이 제 주위엔 아주 많다는 것을요...
(김치냉장고가 있는 난 부잣집 싸모님! ㅋㅋㅋ)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돈줍고, 또 무슨 속담이 더 있더라...?
암튼, 별난 선물을 마련했더니 제게도 개평이 이렇게나 많이 떨어졌어요.
선물이 줄 서있는 뒤로 아련히 보이는 반찬통이 보시이나요?


한국음식 사먹기 힘든 곳에 사는 사람들은...
선물로 이렇게 반찬을 주고받고...
김치냉장고의 용도에 관해 토론도 하고...
아무것도 볼 것 없는 동네에 몇 시간을 운전해서 그저 사람 만나려고 갓난애기 데리고 1박 2일 나들이도 한답니다...

제가 불쌍하다 여기시는 분들은, 라면 한 봉지 새우깡 한 봉다리라도 기부를... 쿨럭~

자, 그럼 전 퇴근합니다.
모두들 주말에 가족이나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싸이프러스
    '10.9.11 7:26 AM

    어디든 마음 편히 다녀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 입니다.
    감사드립니다.

  • 2. 마리s
    '10.9.11 7:35 AM

    오~~ 반찬들 구경하고 후다닥 답글 달러왔더니만,
    싸이프러스님이 제가 쓰고싶은말 전부 다 써버리셨... ㅡㅡ;;;
    후배분, 저렇게 정성껏 만들어준 선물 받고 실컷 수다도 떨고,
    참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가셨겠어요~
    소년공원님, 남은 반찬들로 비빔밥 좀 해드셨쎄요??? ㅋㅋ

  • 3. 프리
    '10.9.11 8:20 AM

    오~~ 반찬들 구경하고 후다닥 답글 달러왔더니만,
    마리s님이 제가 쓰고싶은말 전부 다 써버리셨... ㅡㅡ;;; .........

    정말 남은 반찬으로 비빔밥 해 먹으면 좋겠는데요.....
    그나저나... 사우나에 이어... 김냉까지 갖고 계신 소년공원님....부잣집 싸모님 맞으신 듯... ㅎㅎㅎ

  • 4. 가브리엘라
    '10.9.11 8:21 AM

    소년공원님 날이 갈수록 필력이 느는것같아요.

    점점 빠져들라그래요.^^

    공부하면서 수시로 손님 초대도 하면서 수시로 부지런하게 이것 저것 만들어 올리고..

    이제는 후배를 위해 저런 수고로움을 즐겁게 하시다니.. 저는 소년공원님같은 예쁜 후배한명있으면

    싶네요. 가까이 있으면 그깟 새우깡 라면이 문젭니까?박스떼기로 뭐든 주고싶은 예쁜 분이실듯..

  • 5. 매력덩어리
    '10.9.11 10:26 AM

    소년공원님~항상 글 보고있는데 댓글은 처음이네요~죄송~
    댓글에 익숙해 지려 합니다. 제가 워낙 눈팅만 하던 얌체여서..
    당근 정과는요~
    당근을 타원형으로 길게 ㅇ.4두께로 썰고. 끓는물에 소금 약간넣고 3~4분 .
    당근 200g기준으로 설탕 100g과 당근을 넣고 물은 당근이 잠길정도 넣고 졸입니다.
    시럽이 거의 졸면 물엿1큰술넣고 마져 졸여서 채에 밭쳐 채반에 널어요.
    80~90%정도 마르면 적당량의 설탕을 무쳐 마져 말립니다..
    도움이 될까요??

  • 6. 매력덩어리
    '10.9.11 10:31 AM

    소년공원님~
    생강 정과도 같은 방법인데..
    단, 2~3회 삶아낼때마다(5분) 소금넣고 한번 삶고 헹구고..소금넣고 또 삶아 헹구고..
    연근도 같은 방법입니다.

  • 7. 오뎅탕
    '10.9.12 9:24 AM

    소년공원님, 혹시나 미국에 사신는가요? 저도 미국에 살고 있거든요. 김치냉장고 얘기 하시니까 맞아~맞아~그러고 반찬 만들어주는 정성보니 또 그 맘을 알것 같네요.
    후배부부 정말 기분좋을것 같아요. 그 어떤 비싼 선물보다 저런 정성스런 밑반찬들...어디서 살수도 없고... 저같으면 눈물 한바가지 흘릴것 같아요.
    주말 잘 보내시고 글도 사진도 잘봤어요.

  • 8. annabeth
    '10.9.12 11:39 PM

    요리달인 소년공원님께 배꼽인사 드리고 도망갑니다 =3=3=3 -.-;;;;^^;;ㅎ
    올 추석도 외국에서 보내시겠군여~
    행복한 명절, 좋은 가을 맞이하시길 바래요~^^

  • 9. 소년공원
    '10.9.13 10:56 PM

    오마나...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칭찬과 격려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말 내내 이메일 체크만 겨우 하고, 아이랑 놀아주기, 미루었던 집안일 하기, 등등으로 바쁘다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숨돌리고 있어요.
    오늘 내일까지 꼭 마쳐야 하는 일이 또 있어서, 계속 동동거리게 되네요.

    그래도 지난 주말에 곰국을 왕창 끓여두었으니 조금 안심이라는...ㅋㅋㅋ

  • 10. 소년공원
    '10.9.13 10:57 PM

    싸이프러스님,
    행복하고도 분주한 1박 2일 간의 주말을 잘 보냈어요.
    새우깡과 라면, 마음으로 잘 받았습니다 ^__^

  • 11. 소년공원
    '10.9.13 11:00 PM

    마리s님과 프리님,
    키친토크의 연예인급 두 분께서 연달아 댓글을 달아주시니, 영광입니다.

    비빔밥도 맛있었구요, 한 주일 내내 도시락 반찬도 해결되었답니다.

    저를 부잣집 싸모님으로 만들어준 김치냉장고... ㅋㅋㅋ
    한국에선 5-60만 원 정도 하는 가장 작고 구형 모델인데요... 그래도 여기선 1000 달러에다 운송료 100 달러를 냈으니, 백 삼십 만원은 족히 치른 셈이지요?
    그나저나, 제일 작은 크기의 김냉도 다 못채우고 사는데, 세 칸씩 나뉘어진 스탠드형 김냉을 가지기ㅗ 계신 진짜 부잣집 싸모님들은 그 안에 뭘 다 넣고 사실까요? 궁금...

  • 12. 소년공원
    '10.9.13 11:04 PM

    부산에 계신 가브리엘라님,
    박스떼기, 넉넉한 인심에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요.

    필력이라 하시면... 여기에 정말로 좋은 글 쓰시는 분들께 민망할 따름이구요...
    그냥, 이렇게 여러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격려받고, 배우고 하는 것이 즐거워서, 바쁜 와중에도 글을 올리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 13. 소년공원
    '10.9.13 11:08 PM

    매력덩어리님,
    정과 레서피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소금넣고 삶은 후에 (생강은 여러 번 삶고) 설탕물에 조려서 말리는 것이 정과 만들기의 핵심이군요? 시럽이 졸아들 때까지 조린다니, 정말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음식이겠네요.
    언제고 시간이 날 때 한 번 만들어서 고마운 분에게 선물도 하고 그러면 좋겠어요.
    여기 미국엔 싱싱하고 향긋하지만 매운맛은 덜한 생각을 싸게 팔더라구요.

    제가 제대로 만들게 되면, 사진 찍어서 매력덩어리 님께 헌정하는 글로 올릴께요.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언제?? ^__^)

  • 14. 소년공원
    '10.9.13 11:12 PM

    오뎅탕님,
    미국에 계신다니 반갑네요.

    저는 버지니아에 살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워싱턴 디씨 근교와는 거리가 아~~주 먼 시골 버지니아예요. 그래서 한국 음식은 제가 해먹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예요.

    사실, 후배네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를 적에, 제가 받으면 좋아할 것 같은 아이템을 떠올린 거예요.
    왜,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엄마 생일 선물로 아주 유치하고 반짝거리는 머리핀 같은 거 고르잖아요?
    자기중심적 사고...
    그게 바로 저였다는... ㅋㅋㅋ

  • 15. 소년공원
    '10.9.13 11:17 PM

    존경하고 아끼는 annabeth님하!

    일전에 님이 안부인사 올린 글 보았어요.
    댓글을 달까 하다가, 이메일로 다정하고 길게 이야기 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일이 너무 바빠서 계속 계속 미루기만 했네요.

    지난 금요일까지 꼭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때문에 눈썹이 휘날리도록 일했는데, 또 수요일까지 뭘 써서 제출하라는군요. 당근 영어로... 당근 강의도 해가면서 말이지요... 당근 남편과 아이도 돌봐야 하고... 당근당근...

    ^__^

    이런 제 모습을 보고, 30대에 대한 기대감이 폭삭 무너지거나, 맞벌이 여성의 비애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독신선언을 한다든지... 그런 일은 없길 바래요.

    아무리 그래도, 바쁘게 해야할 일이 있고, 사랑해 주어야 할 가족이 있고,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인터넷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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