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살 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다녀왔답니다.
생애 첫 소풍이지요. :)
가끔 일본 웹이나 블로그 등에서 엄마들이 아이들 도시락 정성들여 꾸미는 거 보면서 저도 언젠가 해보고 싶다 생각을 했었는데 제게도 드디어 그런 기회가...! ㅎㅎ.
첫 소풍이기도 하고 해서 딸래미 이쁜 도시락 싸주고 싶단 일념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뚝딱뚝딱. ^^
요리라기 보다는 공작에 가까운... ㅎㅎ.
(사실 왠만한 재료 손질은 어제 밤에 다 해둔 터라 오늘은 크게 할 일은 없었답니다)
나름 생각한 메뉴도 많았고 캐릭터로 이쁘게 꾸며서 싸주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지만 너무 오버는 하지 말자 싶어서 ^^; 적당한 선(?)에서 해결 보았어요. ㅎㅎ.
불고기 양념한 다진 쇠고기, 당근, 감자, 표고버섯 넣고 볶음밥을 만든 뒤 동글동글 뭉쳐 준 주먹밥을 메인으로 하고(원래 꼬마유부 사서 작은 유부초밥 해줄려고 했었는데 꼬마유부도 아직 딸래미에겐 큰 거 같아 주먹밥으로 급변경하고는 한 입에 쏙쏙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줬어요) 블로그 오고 가며 봤던 메추리알 토끼도 3마리(풀밭 연출을 위해 어제 마트에서 치커리도 몇 줄기 구입했다는. ㅋㅋ) 넣어주고...
윗칸에는 입가심용 키위/방울 토마토/내 맘대로 꼬치. :)



웹 돌아다니다 보니 대부분 검정깨로 토끼눈을 만드셨던데 토끼는 모름지기 눈이 빨개야 하는 법. ^^;
토끼 눈에 당근 작게 박아 넣느라 수전증 오는 줄 알았네요. ㅋㅋ.
주먹밥 위엔 치즈랑 햄으로 간단 데코. ^^


키위, 방울 토마토는 다 아실테구요.
가운데 들어간 내 맘대로 꼬치는 메추리알/어린이 큐브치즈/방울 토마토순으로 꽂아서 도트 무늬 디자인 테입으로 한번 감아서 픽을 만들어주었어요.
이쁜 픽 살려고 했는데 집 근처에는 안팔고 픽 하나 살려고 깡통시장까지 가기는 그래서... ㅎㅎ.
뾰족한 이쑤시개 끝에 입이 찔리지 않게 꼬치 끼우고 난 뒤 이쑤시개 끝은 가위로 다 뭉툭하게 잘라내주었네요. ^^

도시락 사이즈가 딱 요만해요. ㅎㅎ.
이것 저것 더 넣을려고 해도 도시락 사이즈가 작아서 더 못하겠더라구요;


키티 도시락은 예전에 아는 분께 선물 받은 거고, 키티 스푼이랑 포크는 깡통시장에서 샀던 거구요,
그리고 밥 먹기 전에 손 닦고 먹으라고 전에 치킨 시켜먹고 물티슈 온 것 놔뒀다가 치킨 회사 로고 부분은 키티 스티커로 살짝 가려줬답니다.
키티 풀 세트. ㅋㅋ.

키티로 도배한 오늘의 소풍 도시락. :)
개인적으로 키티 캐릭터 그닥 안좋아하지만 아무래도 딸래미 도시락이다 보니 키티만큼 무난히 잘 어울리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
(물론, 딸은 키티 엄청 좋아합니다. ㅎㅎ)

암튼 요렇게 싸서 음료수랑 과자랑 가방에 넣어 보냈더니 어린이집 선생님이 도시락 너무 이쁘다며 소풍 후에 따로 문자까지 주시고 딸래미도 집에 돌아와서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도시락 이쁘다고 했다며 열심히 뛰어놀아 햇볕에 발갛게 그을린 얼굴로 신나게 자랑하고... 나름 기분 좋았던 하루였네요.
이것 저것 많이 넣어서 행여나 도시락 남겨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토끼 풀밭이었던 치커리만 빼곤 도시락통 싹 비어왔더라구요. ㅋㅋㅋ.
(원래 타고난 먹성의 소유자이긴 합니다만. ^^;)
다음 소풍이라고 해봤자 가을에야 가겠지만 벌써부터 다음 도시락은 뭘 싸줄지 고민하고 있는 엄마입니다. ^^
소풍 가는 당사자인 딸 보다 도시락 싸는 엄마가 더 즐기고 있는 듯 해요. ㅎㅎ.
소풍... 그리고 도시락 하니 생각나는 것 한 가지.
저 초등학교 5학년 때 갑작스레 돌아가신 엄마...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데 편찮으셔서 김밥을 못싸주시겠다고 그냥 밥과 반찬 싸주신다는 걸 어린 저는 떼 쓰면서(어린 맘에... 다들 김밥 싸오는데 저만 맨밥 싸가면 왠지 초라한 느낌도 들고 친구들한테 창피 당할까봐) 그럴 바에 소풍 안가겠다고 해서 한 해 소풍을 안 간 적이 있었는데... 새삼 그 생각이 나네요.
그깟 김밥이 뭐라고... 지금 생각하면 엄마에게 철없이 군 것 참 미안해요. 물론, 그 땐 어려서 몰랐었지만... 자식이 그 좋아하는 소풍도 안간다고 했을 때 도시락 못싸주신 엄마는 속으로 얼마나 미안했을까요.
오랜 세월이 지나 한 여자아이의 엄마가 되어 비로소 그 속을 헤아리게 됩니다.
저희 엄마는 어느 날 훌쩍 제 곁을 떠나셨지만 저만은 정말 오래 오래 건강하게 딸 아이 곁에 있고 싶네요.
딸래미가 결혼하고 아이 낳은 뒤 미역국도 손수 끓여주면서요. ^^
(에구... 딸의 소풍 도시락 한번 싸고 별의 별 생각을 다 하네요. ㅎㅎ. 결론은... 세상 모든 엄마들은 오래 오래 건강하셔야 한다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