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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정신없고 배고픈 월요일 아침

| 조회수 : 8,320 | 추천수 : 231
작성일 : 2010-05-03 16:35:24
5월 첫 출근, 월요일이다.
5시 알람이 울리고, 10분후 다시 울릴 알람을 핑계 삼아 웅크리고 쪽잠을 잤다.
번쩍 눈을 뜨니 14분이다. 알람소리 들은 기억 없는데 젠장!

밥은 있고 냉장고에 두부 있다. 야채 칸 뒤지니 양송이버섯과 미나리도 있다.
‘뭘 하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두부부침, 된장찌개...’
‘모르겠다.’ 우선 개수대 있는 컵부터 씻는다.
그러다 부엌 창틀에 삐죽이 싹을 틔우고 놓여 있는 양파를 보고 결정했다. 고추장 두부찌개로....

다시마 한 장 얼른 씻어 물과 냄비에 담아 끓였다. 끓는 동안 두부 썰어 넣고 양파와 양송이버섯 준비하고
향을 위해 미나리 한줄기 뽑아 다듬었다. 고추장도 간장 약간 섞어 풀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약한 불로 줄여 놓고 씻으러 화장실로 달려갔다.
월요일, 성남서 대전으로 가는 첫 버스는 대체로 만원이다.
조금 늦으면 좌석이 없는 경우도 있다. 평일보다 10분은 일찍 나가야 한다.
부지런히 머리감고 나오니 그럭저럭 다시마 국물이 울어난 듯하다.

다시마 건져내고 풀어 논 고추장 넣고 양파와 버섯 그리고 미나리를 넣었다.

‘고추장 두부찌개’ 내가 처음 이걸 먹은 건 원주버스터미널 옆 식당에서다.
어릴적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 중 고추장 푼 찌개류가 있긴 했으나
제사 후 남은 전들을 넣고 끓이는 잡탕찌개거나 고추장 소고기찌개 정도였다.

어른이 되고 독립을 하고 직장을 다니며 이것저것 처음 먹는 것도 있고
어머니 손맛이 아닌 것들을 많이 먹어보았으나...
밤새 술을 푸고 첫 버스를 기다리며 원주서 먹은 고추장 두부찌개는
속 풀이와 밤샘의 고단함을 확~ 날려주는 음식으로 기억된다.

정확히 그날 내가 먹은 찌개의 이름이 그 식당에서 뭐였는지 기억은 없다.
“육개장 같이 빨갛고 매워 시원하다.”는 말에 주문했었다.
뚝배기 가득 담긴 두부와 양파, 파 등의 야채 그리고 그 뜨겁고 매운 맛.
둘이 앉아 소주 한 병을 더 안할 재간이 없었다.

두부와 고추장, 야채가 어우러진 그 맛에, 기억을 되살려 집에서 두부찌개를 만들어보고 쑥갓이나 미나리 같은 걸 보태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먹어본 걸 따라 하며 어머니 맛과 다른 음식을 식탁에 하나 더 추가했다.

5시 45분, 찬밥 데우고 달랑 찌개하나 하는데도 30분이 걸렸다. 자칫 하단 늦겠다. 주섬주섬 옷 챙겨 입고 뛰쳐나온다. 터미널 가는 버스가 지나간다. 젠장! 할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새벽이라 그런지 신호무시하고 달려주신다. 7분 만에 도착했다. 버스표 끊고도 20분 넘게 남았다. 신문하나 사들고 앉아 있는데.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배도 고파지는 듯, 집에 끓여 놓고 나온 두부찌개가 생각난다. ‘나이 먹을수록 세상에 대해선 참을성이 늘지만 배고픈 건 못 참는다.’ 더니...  “햄 빼고 김밥 한 줄 싸 줄 수 있냐.” 물었더니 된다고 해 즉석김밥 한 줄 사먹고 먼 길 출근을 한 월요일은 정신없고 고단하다. 이상하게 오늘은 하루종일 배도 고프다. 그래도 대전서 서울로 출근하는 것보단 덜 정신없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lpg113
    '10.5.3 5:41 PM - 삭제된댓글

    '오후에'님은 굉장히 정신없는 출근길이였을텐데..
    글을 읽는 저는 왜이리 입맛이 도는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얼큰한 찌개생각이 간절해서
    지금 부엌으로 갑니다...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아주 좋아보이네요...

  • 2. 윤주
    '10.5.3 6:28 PM

    나도 덕분에 얼른가서 찌개 올려놓고 왔어요.

  • 3. 이프로
    '10.5.4 8:18 AM

    전 그래서 국이나 찌개는 저녁에 미리 한소쿰 끓여놨다가 아침에 데워 먹어요 ^^

  • 4. 라랄랄라
    '10.5.4 9:16 AM

    눈으로만 봐도 시원~하고 얼큰~해 보이네요^^

    '나이들수록 세상사엔 참을성이 늘지만, 배고픈데는 참을성이 줄어든다'는 말에 절대 공감하며
    '밥심'이란걸 알게 됐다죠ㅎㅎ

  • 5. 쎄뇨라팍
    '10.5.4 9:57 AM

    맞아요^^
    한국인의 정서엔 역시 짭쫄한 찌개지요~

  • 6. whitecat
    '10.5.5 2:36 AM

    정말, 수필 하나 읽은 기분이네요.
    찌개가 감칠맛 있어 보여요. 숟가락에 밥 한술 가득 떠서 끼어들고 싶은 마음^^

    근데 기껏 끓이고 못 드신 거에요? 이런이런...
    아쉽다. 저녁에 맛있게 드셨기를^^

  • 7. 독도사랑
    '11.11.18 5:39 AM

    진짜 맛있어보이네요 ㅎㅎ 너무 먹어보고싶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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