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 곳에 와서 세 끼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매일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우리집 부엌이라면 그때그때 꺼내어서 드르륵 사용할만한 도구들이
여기에는 없는 경우가 참 많아요.
물론 이 곳도 돈을 들고 나가면 필요한 것은 다 살 수가 있지요.
하지만 그저 잠시 머무는 곳인지라...
집에 돌아가면 다 있는 것을 굳이 또 사들일 필요가 없쟎아요?...
또 매번 필요한 것을 다 갖추고 사는 것 보다
이렇게 조금 아쉬운 듯 불편하게 살아보니...
저에겐 이런 경험이 돈주고도 살 수 없는 참 많은 공부가 된답니다.
뉴질랜드의 단호박.. 유명하지요?
속도 실하고 맛도 참 달달한 것이...
여기와서 더 자주 많이 먹게되는 것 중 한가지인데
쪄먹든지 구워먹든지 볶아먹든지...
어찌나 본래 맛이 달콤한지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네요.
이 날은 달달한 호박죽을 만들어 봅니다.
<먼저 단호박을 익혀서 억센 기를 없애고 약간 설컹하게 만들어서 칼로 수월하게 반으로 뚝 잘라서...>

<껍질 벗겨내고 속 씨 긁어내고 뚝뚝 잘라서 압력솥에 물 자작하게 부어서 같이 넣고...>

<뚜껑 닫아 익혀내면 이렇게 부드럽게 푹 익혀져 나오지요>

<적당한 부엌도구로 으깨줍니다.저는 감자으깨는게 있어서 호박죽 끓일때마다 이걸로 눌러 주지요...>

<이렇게 수월하게 곱게 잘 으깨집니다.이렇게 뜨겁게 으깨어 놓은 상태로 약불로 가스불을 켜 두고...>

<마른 찹쌀가루를 봉지상태에서 그대로 부어 넣어요. 그리고 저어주면서 농도가 많이 되면 물을 좀 보충해 줍니다>

<펄떡거리니 아주 약불에 두고서 잘 저어주며,소금과 설탕으로 간 하면 완성이지요.>

마른 가루를 저리 풀어내면 제대로 죽에 고루 섞일까 싶지만...
한 입 입에 넣으면 그대로 입안이 데일 정도로 뜨거운 죽의 열기에
이 가루들도 힘을 못쓰고 결국은 다 익혀지고 맙니다.
혹시라도 작게 덩어리가 지게 되면
그 것 조차도 쫄깃한 찹쌀떡처럼 익혀서 맛있게 씹히구요.
집이라면 바로 윙 갈아버릴텐데...
이렇게 압력솥에다 쩌 내고 직접 손으로 힘주어 으깨가며
찹쌀가루 풀어서 덩어리 지지 않게 정성들여 잘 섞어주고...
마지막으로 적당한 농도에 달달한 죽 맛을 제대로 맞춰내 주는 것...^^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이제는 손에 너무 쉽게 숙달이 되었어요.
<한 그릇씩 뜨끈할 때 다들 먹고는, 남는 죽은 이런 빈 용기에 옮겨서 냉장고로.. 냉장보관하면 4~5일은 걱정없어요>

앞서 끓인 호박은 비교적 조그마한 진초록의 단호박이구요..
여기에도 우리 늙은 호박과 거의 비슷한 색, 모양의 호박이 있어요.
바로 crown 호박이지요.
할로윈 등 각종 행사에 단골 등장하는 바로 그 호박이요...^^
이 큼지막한 호박을 결국은 한 통 사 왔어요.
늙은 호박으로 끓이는 그 호박죽맛이 너무 그리워서요.
먼저 거죽부터 깨끗이 씻어 버립니다.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실물크기보다 훨씬 적어 보이지만...
실은 아주 큼직하니 아주 무겁고... 또 속도 제대로 꽉차서 아주 단단해요.

힘들게 칼을 꽂아서
이렇게 양쪽으로 반을 쫙 갈랐답니다.
반이라기 보다는
왼쪽에 보이는 큰 덩어리 쪽이 약 2/3 정도이고
조그마한 오른쪽이 그 나머지 1/3 크기에 해당되는 정도예요.
오른쪽만 가지고도 지금 쓰고 있는 압력솥에 꽉 차니
오늘은 이 둘 중에 작은 덩어리를 가지고 죽을 만들기로 했지요.

팔 힘, 손 힘이 보통분들보다 훨씬 나은 제 힘으로도
이 호박은 껍질을 제대로 벗겨낼 재간이 없어요.
반 가르는 것도 정말 겨우 한걸요...
늘 자주 다루는 우리 늙은 호박보다 이 호박품종이
분명 조직이 더 억세고 단단한 듯...
처음에는 늘 하던식으로 도마위에 두고 가르다가
나중에는 바닥에 신문지 깔고 주저앉아서 있는 힘을 다 해서 겨우 뚝 하고 반을 갈랐거든요...ㅠㅠ
그래서 죽을 만들어 낼 호박 한쪽은 이렇게 미리 푹 익혀낸 다음에
손과 칼을 사용해서 술술 수월하게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뚝뚝 역시 수월하게 끊여내서는
이렇게 압력솥에 넣습니다.
작은 호박덩어리라도 이렇게 압력솥이 꽉 차네요.
잘 아시다시피...
이제 여기에다 적당하게 물을 부어서 푹 보드랍게 익혀내는 거지요.

그냥 건드려도 바로 으스러질 정도로
제대로 푹 익혀져 나온 호박이예요.
오히려 단호박보다 이 늙은호박쪽이
호박속살의 때깔이 훨씬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네요.
마치 당근이라도 섞은 듯
발그스레한 색감 느낌이 돌아요.
원래 단호박만으로 호박죽 끓일적에도
먹음직스럽게 색감을 보정해주기 위해서
일부러 진한색의 당근을 같이 섞어서 으깨어 끓이기도 하거든요.

감자으깨는 것으로 눌러서 골고루 잘 으깨준 다음에
마찬가지로 이렇게 마른 찹쌀가루와 설탕, 소금을 넣어서

약불 상태에서
계속 이 감자으깨는 것으로 잘 섞어줍니다.
주걱으로 해도 좋은데
일부러 중간에 기구 한가지 바꾸는 것도 여러가지 낭비가 크다는 느낌이거든요.
여기에 묻어있는 죽재료들 물에 그냥 씻겨 내려가는 것도 아깝기도 하고...
괜시리 씻고 말리고 하느데 드는 물과 세제..그 시간도 아깝고...
실은 그 무엇보다도 이렇게 감자으깨는 걸 계속 사용하는게
이제는 제 손에 딱 익어서 너무 편하거든요...^^

이 압력솥에 그렇게 작은게 아닌데...
이렇게 꽉 찰 정도로 넉넉하게 달달한 호박죽이 만들어졌어요.
사진상으로 점점이 하얗게 보이는 작은 찹쌀가루의 흔적들은
이미 마른가루가 아니라
쫀득쫀득한 찹쌀로 만든 새알심같은 그런 떡으로 익혀져 있지요.
이렇게 이에 가끔씩 찹쌀떡처럼 부드럽고 쫀득하니 씹히는 그 식감...
언제 먹어도 이 느낌... 이 맛...
기분이 아주 좋아져요.
추운 겨울 날...
이런 호박죽 한그릇 훌훌 목으로 넘기면
금새 온몸이 뜨끈해 지겠지요?
호박죽 한 그릇 함께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