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반찬...
다들 많이 좋아하시지요?^^
이것만 있어도 제겐 정말 진수성찬이예요.
그동안 하루하루가 참 정신이 없었어요.
한국식품 파는 가게에서 사온 재료들로
맛있는 나물반찬들을 만들어 먹고 싶은데 마음만 한 가득...
지금은 아이들 학교 학기가 끝났지만
지난 학기중에는...늘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들 도시락 싸야하고...
학교가 멀어서 여유있게 아이들과 아침먹고 좀 일찍 집을 나서서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여러 장소로 옮겨가면서 볼일도 보고 약속된 분들과 만나고 하면
금새 아이들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가 되어요.
아이들 데리고 집으로 와서 씻고 옷 갈아입고
아이들과 근처 호숫가에서 운동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나면
또 어느덧 하루가 지나버리고...
이러니...
도무지 마른나물 삶아내고 우러내고 볶아낼 일이 엄두가 나질 않는거지요.
그러다가, 한 날은 아예 나물 봉지들을 다 꺼내놓고서 잠자리에 들었어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부엌에 내려오면 딱 눈에 띄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나물반찬 볶아내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준비해 둔거지요...^^
그랬더니 정말 효과가 있네요.
다른 반찬 만드는데 공을 좀 덜 들이더라도
우선 이 몇 안되는 나물반찬들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했답니다.
미역국 한 냄비 같이 끓여서
밥 숟가락 위에다 나물반찬 몇가지 척척 같이 얹어먹는 소박한 아침밥상....
못 먹은지 한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이 그리웠어요.
이런 수수한 반찬거리가 최고로 좋은 토종 입맛을 가졌거든요..^^
<한국마트에서 사 온 건나물 몇가지. 말린취나물과 고사리, 도라지 그리고 토란줄기...>

저희집 부엌같으면 바로바로 딱 맞는 웍이나 냄비를 꺼내 썼을텐데
오래 머물 곳이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만의 최소한의 주방살림살이 밖에 없어서...
뭐 한가지 만들적마다 아쉬운 것이 아주 많아요.
이 때에도 큼지막한 스텐웍이 없어서 또 아쉬웠지만
아침국과 찬,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이 마른 나물 몇가지를 최대한 얼른 불려서 보드랍게 볶아내야 하니...
이럴때에 쓰면 참 좋은 것이 바로 직화압력솥이지요.
건나물을 볶아낼 적에 이런저런 방법으로 참 많이도 만들어 봤지만
마른 나물들은 이 압력솥에다 바로 익혀서 볶아내는 것이
가장 편하고도 빠른 방법같아요.
물론 정석이 아니라 약간 편법?인지라...
이것도 압력솥 재질에 따라서... 또 크기에 따라서...
똑같은 방법으로 해도 결과물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참 많거든요.
압력솥 요리는 불을 끄고 한참을 기다려서 뜨거운 김과 압력이 다 빠져 나가기 전에는
그 안의 재료가 얼마만큼 익었는지를 중간에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먹어보고 경험해 보면서
어떤 요리는 어느정도 세기의 불에서 얼마만큼 익혀가다가 언제쯤 불을 꺼 줘야 하는지...
시행착오를 여러번 겪어가면서 비로소 적합한 정도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래되어 낡았지만 이전에 쓰던 경질압력솥이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저희 집 부엌이었다면 다른 더 나은 압력솥들도 있으니
그냥 천덕꾸러기 신세였을텐데...
얼마나 귀하게 대접받고 있는지 모릅니다.^^
<압력솥에 푹 삶아낸 고사리 나물>

<삶아낸 나물은 뜨겁게 좀 담궈둬야 제대로 쓰거나 쌉쌀한 잡맛도 빠지고 더 야들야들해 집니다>

<취나물도 이렇게 마찬가지로 압력솥에다 삶아 놓구요>

<야들야들해진 고사리는 깨끗이 씻어 물기 뺀 다음 맛있게 볶아 내고>

<취나물도 볶아 내고>

<뻣뻣한 마른 도라지 나물도 마찬가지로 압력솥을 이용해서 이렇게 보드랍게 익혀 내서는>

<적당히 부들부들 씹는 맛이 나도록 맛나게 볶아내구요>

다른 여러 반찬들이 없어도 이렇게 나물만 3가지 마련해도,
젓가락 갈 곳이 얼마나 많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냉장고에서 조금씩 먹을만큼 덜어내 먹을적마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마지막 끝까지... 몇가닥 안 되는 나물까지 밑바닥 달달 긁어서 고추장 양념에 비벼서
한 조각 남김없이 몇 끼 잘 먹었습니다.
강 추위속에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는지요.
저도 얼마 후...한국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매일매일 하루 세 끼 만들어 먹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들....
여기 있는동안 짤막짤막하게나마 기회 될 때마다 자주 올려보려 합니다.
특별한 것 하나 없지만 매 끼니마다 참 감사함을 느낀적이 너무 많았기에
소탈하고 단촐하지만 왠지 풍성하게만 느껴지는 먹을거리 이야기...
앞으로 많이 나누고 싶은 바램만 간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