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리 동네에 엄청난 폭설이 내렸었습니다.
백야드에 있는 가문비나무에도 눈이 쌓였는데...
그 나무 아래 가까이 그늘진 곳에 김장독이 묻혀 있습니다.
지난 이야기 (김장독을 땅속에 묻다 http://blog.dreamwiz.com/estheryoo/12239865)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김장김치. 지난 12월 7일에 그렇게 소원하던
김장독을 땅속에 묻고 흡족해하던 남편은 한 달이 되길 손꼽아 기다렸고
한 달하고도 일 주일이 넘은 오늘 드디어 열어 보았지요.
김장독을 묻은 게 처음이라서 남편은 잘한다고 장독을 비닐로 덮고 흙을 좀 쌓았는데
에궁~ 뉴욕에 몰아닥친 한파로 땅이 꽁꽁 얼어붙어서 삽이 들어가지도 않더군요.
엊그제는 그렇게 실패하고 오늘은 펄펄 끓는 물을 부어서 땅을 녹였습니다.
돌처럼 얼어버린 흙을 겨우 치워내고 비닐을 벗기니 장독뚜껑이 드러났어요.
오홋, 달팽이와 지렁이가 못오게 하려고 뿌려놓은 굵은 소금도 그대로 있네요.
장독 뚜껑을 열고보니 속비닐 안쪽으로 살얼음이 하얗게 얼어 있습니다.
Montauk에서 가져온 돌로 꽉 눌러놓은 김치는 김치국물이
흥건하게 우러나 있고 배추는 김치국물 속에 푹 잠겨 있습니다.
김치는 이렇게 김치국물에 잠겨 있어야 더 맛있지요. 평양식으로
배추김치와 통무우를 함께 넣었더니 시원한 국물이 조금 더 많이 생겼네요.
우선 맛보기로 한 포기만 꺼내 왔어요.
아직 잘 익진 않았지만 맛을 보니 냉장고에서 숙성된 김치와는 다르게
배추와 배추속이 씹힐 때 아짝!아짝! 합니다.
이제 한 보름쯤 더 있으면 잘 익지 않을까요?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뉴욕에서 담근 김장독 김치 소식을 전합니다.
김장김치, 대박입니다. 뉴욕이나 뉴욕만큼 추운 곳에
사시는 분들은 김장독을 묻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