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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아침, 장미, 약 파스타

| 조회수 : 7,794 | 추천수 : 93
작성일 : 2009-11-06 17:46:18
눈과 함께 시작되었던 11월의 첫 주가 저물어 가네요. 차차, 환한 햇살은 만나기 어려워지고, 춥거나 어둑한 시간이 그 자리를 대신해 갑니다. 시간 가는 일....의 예외 없음에 새삼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시간이 아쉬워 입을 다십니다. 다 와서 이런 미련이라니, 또 한 번 이렇게 저란 인간의 미련함을 확인하게 되네요.      

요사이는 부엌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물 끓고 간장 졸아드는 불 가까이 있으면 훈훈하고, 음식 냄새 섞여 뿌옇게 김이 서린 유리창은 집안에 안온함을 더해줍니다. 환하게 등 밝힌 부엌에서 서로 속도 맞추어가며 밥술을 뜨고 있자면, 제가 차린 조촐한 것들에도 초겨울 분위기가 그럴싸하게 감돌곤 합니다. 그렇죠. 착각이야 늘 제 마음대로이지요. ^^    

늦여름부터 지난 달까지 아이가 아침에 먹은 것 찍어 둔 사진을 올려 봅니다.

J 녀석 머리엔 아침 식사란 '밥이 아닌 다른 먹을 거' 아마 이렇게 대분류가 되어 있을 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가 말하자면 '서양식 아침'을 차려 주었으니까요. 그러니 녀석에겐 제가 가진 기억 같은 거...무거운 이불로 산을 만들어 놓고 자는데 부엌을 타고 넘어오는 칼질 소리가 있어 선잠 깨어 일어난다던가, 방금 끓었다 내려앉은 북어국이나 쑥국이 뿜어내는 허연 김을 불어가며 밥에 첫 수저를 꽂던 겨울 아침 밥상머리의 기억 같은 건 없을 테지요.
    
아이가 먹는 아침은 간단합니다. 샌드위치에 과일을 곁들여 우유와 먹는 게 기본이자 대부분입니다. 그때그때 과일과 샌드위치 종류가 달라지기는 하지만요. 그릇도 단순반복입니다. 저는 이사 오기 전부터 아이 그릇으로는 IKEA 그릇을 썼습니다. 값싸고, 희거나 환하고, 모양이 단순해서 두루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런 것이나  


이런 것들요.

제가 아침은 차려 주긴 하지만, 늦잠 자서 급할 때가 아니면 J 는 최소한 한 두 공정^^을 도와야 합니다. 엄마도 아빠처럼 아침 일찍 나가서 일해야 하니까 당연히 도와야지요.    

파일명이 날짜순이길래 적어 봤는데 가만 보니 사진 찍은 날이 아니라 옮긴 날 같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8월 21일
이 날은 똑 떨어진 줄 알았던 바질 페스토 한 병을 찾아내서 기쁜 마음에 곡물 빵에 듬뿍 발라 모짜렐라 치즈를 넣어 구워서 grilled cheese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9월 29일
사진만 봐서는 정확히 뭘 해 주었는지 모르겠네요. 비죽 나온 풀을 봐서는^^;; 전날 만든 샐러드 남은 것을 넣고, 발사믹 식초에 졸인 닭고기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탄 빵의 자태하며 자르지도 않고 통째로 담은 솜씨를 보니 녀석이 도맡아 차린 아침 같습니다.  



8월 31일
이날은 참치 샌드위치입니다. 이 며칠 전, 고추장에 묻힌 것 말고 매실즙 내고 남은 매실로 담근 장아찌를 얻었습니다. 언제 다 먹나 싶어 궁리하다가 그 매실 과육을 쫑쫑 다져서 피클처럼 섞어 봤더니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습니다. 살짝 쌉싸름하고 은근히 시큼한 것이, 독한 산에 절여 만든 불명의 피클을 넣을 때보다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 같았었고요. 이 무렵 아마도 다이소라는 곳에서 쟁반을 하나 샀지 싶습니다. 오천원인가 했는데 튼튼하고 모양도 좋아서 매일매일 잘 쓰고 있습니다.



9월 7일
이날은 에그 샌드위치입니다. 만들다 보니 속이 좀 많았는데, 아까워서 다 밀어 넣었더니 빵 볼이 터지려고 하네요.^^;; 요 무렵 아오리 사과 맛이 좋았습니다. 매일매일 몇 알씩 사다가 먹었는데...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전 아직도 몇 봉다리씩 매일 조금씩 사다 먹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습니다. 장보기를 즐기는 편도 아니고, 사다 두고 먹으면 편하고 급할 때 요긴한 줄 모르지도 않으면서 습관 고치기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9월 22일
이날은 시간이 없어서, 과일만 씻어 담아 주고 머리 감는 동안 계란 몇 개 삶아서 아이 주고 저 먹고 튀어 나온 것 같습니다. 남편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전날의 설거지를 해주고, 저녁 먹을 때 덜어 둔 국과 반찬을 챙겨 먹곤 합니다. 속이 좋지 못할 때, 어머니 와 계실 때 그런 때만 아니면 남편 아침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스럽습니다.



9월 23일
이날은 누텔라와 땅콩잼, 그리고 과일인데, 다시 봐도 허전해 보입니다. 이런 기분으로 나오는 날에는 저녁을 좀 더 신경 써서 고루고루 차려 먹이려고 노력합니다.



아주 늦게 잠드는 날은 아이에게 메모를 남겨 둡니다. 무엇무엇을 꺼내서 어떻게 저떻게 차려 먹어라. 남편에게도 같은 메모를 남겨 줍니다. 그러면 남편 지시하에^^ J가 차려 먹고 갑니다. 그래야 하는 날에는 저렇게 미리 빈 접시를 차려 두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그 때가 아닙니다만.  



9월 24일
이 날은 전날 열 마리에 오천 팔백원하던 새우를 사서 몇 마리 남겨 두었다가, 삶아서 새로 한 밥에 넣고 참기름 두르고 멸치 다져 넣고 김 부수어 뿌려서 동글밥을 만들어 준 날입니다. 어릴 때부터 잘 먹었고, 아침에 주어도 절대 마다 않고 먹는 겁니다.  



10월 4일
빵의 신선도가 신통치 않아 보이면 계란 풀고 우유를 섞어 적셔서 팬에 구워 시나몬 슈가를 뿌려 줍니다. 이 날은 아무래도 모자라겠다 싶어서(이사 와 보니 식빵이라 하는 흰빵 볼 때마다 '에게게 작아라' 싶습니다^^) 한 쪽 더 구워 주었습니다.
  




10월 5일
보통 일곱시 십 오분에서 삼십분 쯤 나가는데, 이날은 모조리 봉지와 통째로 주었네요. 제가 늦잠을 잤거나 바쁜 날이었나 봅니다. 알아서 먹고 갔겠죠. ^^;;;



이건 단감 남은 것이 있길래 저미듯 썰어서 사과랑 한 겹씩 (마구) 쌓은 뒤에 매실즙을 한 바퀴 둘러 내 준 겁니다. 샐러드 드레싱이란 게 거기서 거기일 때가 있는데, 가끔 이렇게 맑게 뿌려 주면 산뜻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손님 차림 아니고서는 샐러드 드레싱도 거의 안 씁니다. 생 채소 그대로 먹으라고 권하는 편이에요.



10월 6일
베이글하고 크림치즈를 준 것 같은데, 통 기억이 없네요. 그건 그렇지만, 대형 마트에서 묶음으로 파는 떠먹는 요거트 샀다가 아이나 남편 모두 썩 좋아하며 먹지 않길래 저렇게 아침저녁으로 안 먹으면 안 되도록 해서 준 기억은 아주 자알 납니다. J가 이게 무슨 드레싱이냐고, 이거는 요거트라고, 왜 떠먹는 요거트를 과일하고 섞어 주냐고 투덜거렸지만, 오로지 남은 요거트 갯수에만 신경이 갔던 저는 그쯤이야 가볍게 무시했습니다.  


10월 8일
이사 오기 전에는 한 주에 두 번 정도 시리얼을 먹었는데, 여기서는 순곡물 시리얼을 보지 못했고, 있어도 비싸서 아침 생각할 때 빼 버렸습니다. 이 날은 어느 댁에 놀러갔다가 한 주먹 얻어온 시리얼이 있어서 그걸 먹으라고 내 주었습니다. 무슨 반가운 친구 만난듯 얼굴 환해지던 J 보면서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날도...
곡물 빵에 계란을 입혀 구워 주었는데,
'곡물빵은 샌드위치 하면 좋고 이건 하얀빵으로 하면 좋은데...' 볼멘 소리를 내던 J에게
알았다고, 다음부턴 그렇게 해 줄 테니 오늘은 얌전히 먹으라고 은근히 협박하던 제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그뿐이 아니고,
보아라. 아무리 바빠도 과일 한쪽씩은 꼭 함께 먹어야 한다. 유세도 떨었군요.



BLT 에 C 가 더해진, 고로 베이컨 토마토 상추 치즈를 넣어 만든 샌드위치입니다.
바빠서 과일 깎는 걸 까먹거나 빼먹을 것 같아서 저렇게 올려 놓고 아이더러 씻어 먹으라고 했습니다.
밑의 샌드위치는 8월 것인데, 모양을 보니 J가 만들었나 봅니다.

꾹 누르면 터진다고 잔소리 하는 건 녀석,
빵이 이불이냐? 눌러. 눌러도 된다니까. 질질 흐르는 것보다 낫지! 하는 쪽이 저이니까요. ^^





어디서 아주 맛있는 고구마가 굴러 들어왔습니다. 저희는 아침 식사로 고구마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조금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두 사람 반응이 좋아서 요즘은 일주에 한 번 정도는 아침 먹으라고 줍니다.  



저녁 차린 사진도 몇 장 있네요. 저녁은....퇴근하고 돌아와 지친 상태에서 밥하고 차리는 상이다 보니,
뭘 찍고 어쩌고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이삿짐도 다 풀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식탁도 없고, 식탁보도 마음에 드는 것을 구하지 못하고 더 엉망이었죠.  

이 날은 무슨 날인지? 아무 날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치가 있고, 생 채소와 무침이 있고(미역 무침 같기도 하고..), 김이 있고,
생선 구이가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감자 전이 있고, 찌개가 있고 그렇습니다.
저희 수준에서는 준수한 밥상입니다.  



이 날은 비빔국수랑 만두인 것 같은데, 반찬을 다 꺼내지 않고 찍은 것 같습니다.
면으로 차렸으니 뭐 더 내 놓은 것도 없었겠지만요.
제가 싫어해서라도 불어터진 면을 내 놓은 적은 거의 없는데
사진 속의 비빔국수는 퉁퉁 불어터진 것처럼 보이네요.
식탁보를 사긴 사야겠다고 이 사진 보면서 맘먹은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이쯤 차려 놓고 아이를 부릅니다.
J 야 십 분 있으면 밥 먹을 거야. 나와서 상 차려.



그러면 J가 나와서 수저 챙기고 밥그릇 챙기고 김치 꺼내고 과일 꺼내고 그런 정도를 도와 줍니다.
과일을 식후에 먹을 건지 샐러드처럼 먹을 건지 물어 보고, 함께 먹겠다고 하면 옮겨 닮아 줍니다.
이날도 그때처럼 묶음으로 사 온 요거트 처분하느라 저렇게 어색한 반찬이 되어 어울려 있습니다.
(이날 이후 그 층층 요거트 묶음은 저희 집 장바구니에서 아웃되었습니다^^;;;;;)



보아하니 이것도 밥상 완성 전에 찍었네요. 이건 사진 자체도 녀석이 찍은 것 같습니다.
먹기 싫으니까 오이 절인 건 조오금, 먹고 싶으니까 으깬 감자는 산을 쌓아놨네요.
(아직은 훈련이 덜 되어서^^;; 설거지나 쓰레기 정리 버리기에 비해 요리는
계란 후라이, 라면 끓이기, 밥하기 정도 밖에는 할 줄 모릅니다. )
굳이 올리지 않아도 되는데 계란 먹고 싶으니까 부쳐서 올려 놓고...

이날 드럼스틱이라고 부르는 닭다리가 겨우 저만큼,
다섯 개 남짓인데 6천원 가까이 했던가 넘었던가 해서
살 때 물가가 참 비싸구나...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건 간식입니다. 후추처럼 보이지만 말린 허브와 구운 마늘 부수어 뿌린 겁니다.
마늘에 구운 마늘을 부셔서 뿌리면 아주 맛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때 엄마 근데 왜 머스터드를 여기다 놨어? 소릴 들었습니다.

이게...그냥 먹지 말이 많냐, 속으로는 꽥, 했지만
겉으로는 어서 먹으렴~ 하고 온화하게 웃어주었습니다.



지난 추석에 남산 공원 산책 갔다가 J가 찍은 장미를 입가심하시라고 보여드립니다.
녀석은 케이블 카를 타고 싶어했는데, 그날 바람이 급히 불기도 했고 세기도 했습니다.
모시고 간 어머니께서 몸이 쓸쓸하신 듯하여 다음에 또 오자고 하고 그냥 왔습니다.

장미가 둘도 있고 셋도 있는데, 왜 또 꼭 홀로인 걸 찍니.
아이가 보여주는 화면을 보며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대로 삼켰습니다.
꽃은 꽃이요, J는 J일 뿐, 녀석은 그냥 핸드폰을 갖고 놀았을 뿐인지도 모르니까...



8월부터 10월까지니까 무려 석 달인데, 이렇게 하니까 아주 간단하네요. ^^

그리고 이건 지난 번 글 올리고 난 다음 날이던가....J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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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한국 사람들은 좀 이상한 것 같애.
또 또. 한국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았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좀 이상한 것 같애.
뭐가.

약을 파스타라고 그래.
뭐?

제가 있던 방으로 건너온 녀석이 쓱 내민 건 약 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그걸 보면서도 뭐가 이상타는 건지 퍼뜩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다분히 건성으로 뭔데에, 하며 채근하던 제게
J 녀석은 여전히 말 없이 약 통 앞뒤를 손가락으로 슥슥 밀어가며 가리킵니다.  

잉, 이거 뭐야. 아비나 파스타????
웃기지.  

아니 이거 페이스트를 파스타라고 한 거네?
그게 내 말이야.

히히 J야 이거 진챠 웃기다.
응. 웃겨.

진짜 이거 모르고 그랬을까? 아니 왜 페이스트를 파스타라고 했대?
(J 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듯 미쿡 넘처럼 양 어깨를 삐쭉)

여보, 이것 좀 봐봐~으하하 이거 웃겨~








아이고 시간이 많이 갔네요. 저는 이만 들어가야겠습니다. 밥 해야죠.^^
오늘 저녁도 따뜻하게 맛있게 식사하시고, 남은 시간 마무리 잘 하시기를....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마토샤벳
    '09.11.7 12:07 AM

    ㅎㅎㅎㅎ 씁쓸한걸요.
    페이스트를 파스타라니,ㅋㅋ 아,부끄러워라,,

  • 2. 정우마미
    '09.11.7 1:39 AM

    blogless님 평등한 가정이 너무 부러워요.저희 남편은 외국에서도 살고,공부도 해서 가사분담
    잘할거 같은데 손도 까딱 안하려고 해서 제가 마음이 많이 상하는 편이에요.
    아마 어렸을때 교육이 중요한가봐요..그래 저희집 어린 놈^^들은 제가 다 교육시켜
    장가 보내려구요,^^가정내 가사분담이 행복을 좌우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부러우면 지는거라던데 저 많이 지고 싶네요^^

  • 3. 노다메구미
    '09.11.7 11:02 AM

    트레이 찌찌뽕~~ 하고 갑니다 ㅎㅎ
    저도 죠거 사서 잘 쓰고 있거든요 ^^
    주말 행복하게 보내세요~^^*

  • 4. 사라세니아
    '09.11.7 12:53 PM

    꿋꿋하게 혼자 핀 장미가 곱고 기특하다는 걸, J가 알아보았구만요.
    요즘은 밥상 차리는 거 도울 짬도 없는 아이들이 많다는데,
    실은 엄마가 그럴 짬을 주지 않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따금 세 식구 숟가락 놔주고 어깨에 힘들어가는 7살 아들,
    자알 가르쳐야지 새삼 다짐을...^^

  • 5. blogless
    '09.11.7 3:39 PM

    온니들 안냥. 토요일 점심은 맛있게 드셨나요. 저는 일이 있어서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주말인데...싶어, 남편과 아이를 일터 근처로 불러냈습니다. 얼마 전에 동료와 함께 가 본 보리밥집에 들어갔는데, 보리밥 세 그릇을 시키려다가 저녁에도 둘만 있게 될지 몰라서 미안한 마음에 양념 돼지갈비 2인분을 주문하고, 저만 보리밥을 시켜 먹었습니다. (한산해서 그랬던지, 보리밥이 함지박이나 대야 수준으로 나오더군요.) 모두모두 배불리 먹고, 마음 편하게 빠이빠이하고 와서 다 좋은데, 자꾸 눈이 감겨 죽겠습니다. ^^;;;

    전 저거...그때 저희들처럼 잠시 웃으시라고 보여드린 건데 토마토샤벳 님 말씀을 읽고 나니 순수히 유머로 다가오지 못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끈끈 연고->paste->페이스트..............잉, 근데 파스타?? 는 잘못된 번역이랑 표기로 냉정하게 바라보기엔 황당에 가까워서 전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말았거든요.

    하긴, 토마토샤벳 님의 그 기분 느낄 때가 있기는 해요. 저는 티셔츠에 틀린 말, 잘못된 말, 부적절한 말 크게 찍힌 거...아무리 예쁘고 섹시한 청춘이 입고 있어도 보기 민망하데요.."아,부끄러워라,," 해지고요. ^^;;;

    어린 애들 말 배울 때 간판 보며 많이 익히잖아요. 요즘 J가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원래 가만 앉아서 신문 귀퉁이나 종이곽 모서리에 적힌 쪼매난 글자 읽는 거 잘 하는데, 이사 와서는 발견했다고 말해주는 내용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오늘도 한 건 있었죠. 조금 전 헤어지기 전에 또 뭘 내밀더군요. 뭔데? 하니까 말없이 내밀기만 해요. 보니까 잡지에 왜 있죠, 빅뱅. 멤버들 사진이 실려 있더라고요. 이게 뭐? 하는 순간, 어? 이거 외국 잡지네? 싶더라고요. TIME지던데, 어떤 기자가 일본 팝시장을 파고들 유망 후보로 빅뱅을 찍어서 글을 썼더라고요. J 야, 이제 네 눈에 한국이 들어오는가 보구나...싶어 속으로 가만히 반가웠습니다.

  • 6. blogless
    '09.11.7 3:48 PM

    정우마미 님, 저 결혼하고 평등한 가정이란 말 처음 들어 봅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뜻밖의 말씀이어서 진심으로 듣기 좋았고, 정말 내 가정이 그런 가정이면 좋겠다, 노력하고 싶네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남편 얘기는 아이 아침 먹은 것만 써 내려가다가 불현듯, 저 집 남편은 뭘 먹고 사나? 하실지 모르겠단 생각에 두어 줄 추가한 것이었어요.

    아이 얘기도 비슷합니다. 늘, 아이가 언제 어떻게 제 품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저 없는 데서 살 때 아침을 거르지 않게 하고 싶은데, 한식은....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울 것 같았어요. 제가 J 라면, 성인이 된 뒤에도 한식 요리를 해 먹겠다? 노우, 노땡큐, 도리도리...^^ 그에 비해 채소나 치즈 위주의 샌드위치 같은 건 상대적으로 해 먹기 쉬워 보이고, 자꾸 해 주다 보면 이쯤은 나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착각^^도 심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좀 의도적으로 선택해서 해 주고 있어요.

    남편의 가사 분담은...이게 사연이 짧지 않은데 각설하고요, 그냥 저희 둘이 어떤 지점에서코드가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저는 깨끗하고 꾸며진 가정에 대한 욕심을 버렸고, 남편은 도우미 아주머님께 지불할 생각이 없고, 둘 다 아이의 이른 독립을 원하고...기타 등등. 그런데, 제게 부러워 질 일은 없으실 거예요. 흠, 어디 볼까요? 전 결혼하고 남편에게 생일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거 받아 본 적 한 번도 없는데....어떠세요. 정우마미 님, 이래도 저에게 부러워 질 것 같으세요? ^^ 이쪽이 기울면 저쪽이 조금 덜 기울고, 다들 그렇게 비슷비슷 나란나란하게 사는 것 같아요.

    노다메구미 님도 저거 쓰시는군요. 바질 페스토 바른 빵 아래 접시도 그 가게에서 산 거예요. 프린트가 흐려서 아쉬웠지만, 집에 있는 컵이랑 색이 어울려서 함께 사서 쓰고 있네요. 일본산이나 다른 외국 수입산 원목 쟁반 가격이 심하게 비싸서, 이거 뭐 이래, 하고 있을 때 살 때부터 대만족이었어요. 크기도 적당하고...

  • 7. blogless
    '09.11.7 3:55 PM

    J 는 일을 안 하면 안 돼요. 일해야 용돈이 나오거든요. ^^ 아이는 애완동물 기르기를 좋아하고 매우 열심이에요. 지금도 장수풍뎅이 여럿 기르고 있고, 거북이 물고기 도마뱀 가지가지 기르죠. 이사 오기 전에는 뱀도 길렀어요. 그러다보니 유지비가 꽤 드는데, 남편이나 저나 따로 용돈을 안 주니까 일해서 벌어서 댈 수밖에 없지요.

    밥 차리고 상치우고 쓰레기 버리는 건 용돈에 포함 안 되는 기본 의무고(가족이니까), 아빠 흰 머리 뽑아주기나 편지 부치기, 시장 볼 때 거들기, 짐 들기, 마른 옷 개키기, 그런 한시적인 일은 하면 돈을 줍니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저는 하나 뿐인 아이가 저나 남편 없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를까봐 티 못 내고 항상 걱정이어서 뭐든 잘 못해도 되니까 뭘 어떡해야 하는지는 미리미리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7살 아드님이라...........면, 사라세니아 님은 물리적으로는 제 온냐..............가 아닐 가능성이 큰데요? 그러면 지난 번엔 저만 노났던 거네요.^^ 숟가락 놔 주는 일곱 살 아이, 칭찬 마니마니 해 주세요. 아무렇게나 놓더라도 일단 무조건 칭찬. 그렇게 한참이 지나면 수저는 벌을 맞추어야 좋겠다던가, 수저는 주발 오른쪽에 놓는 거라던가...등등 추가할 틈이 보일 거예요. 그나저나.....장미 냄새 맡아 본 적이 언제던가요.

    적다보니 잠이 깨네요. 여러 분들, 토요일 저녁 즐겁게 보내세요.
    저도 그러겠습니다. 빠이~ ^^*

  • 8. 햇살
    '09.11.8 12:13 AM

    글을 쭉 읽으니 저희 가게에 오시던 모자 손님이 생각나요.
    똘똘해 보이고, 영어를 한국어보다 더 잘하던 초등생으로 보이는 아들은
    메뉴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꼼꼼히 읽고
    먹고픈것과 먹고싶지 않은것을 철저히 구분하여
    아주 디테일한 코스 주문을 했었답니다.

    그걸 적당히 잘 받아주며, 즐겁게 대화도 하고 가끔은 각자 독서도 하며 식사하는
    그 엄마와 아들이 참 새롭고도 정겨웠는데
    왠지 그 손님 생각이 나요.
    J군도 제가 봤던 그 학생처럼 아주 당차고 똘똘할것 같아요 ^^

  • 9. 트리랑
    '09.11.8 2:16 AM

    아~ 저 계란 토스트 엄청 좋아하거든요
    아 배고파
    이시간에 왠말인지..
    식빵있음 해먹을뻔 했어요 ㅎㅎ

  • 10. jeni yun
    '09.11.9 8:35 AM

    저기... 독일에서는 예를 들어 치약 같은경우 Zahnpasta... 즉, 바르는 크림이나 특히 입속에 생기는 염증에 짜는 약용크림을 파스타 라고 칭할때가 많습니다....
    물론 면 종류를 통틀어 파스타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도 같은 단어라도 다른 뜻으로 쓰일때가 있듯이.. 아마 다른 나라 언어도 그러한듯 합니다....

    전 별다르게 이상하게 생각해본적 없는데요.
    이 얘기 읽으니까, 한국어 배우는 외국인들의 상당수가 우리나라 치과 간판중 김치과 의원 을 보면, 김치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라고 오해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Paste 는 제 생각엔, 파스타의 영어식 표현인것 같습니다...

  • 11. blogless
    '09.11.9 8:59 AM

    이른 아침입니다. '아니 벌써'의 충격을 주던 11월을 한 주 겪어서 그런지, 오늘 출근길은 한결 잡념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같은 배역을 두 명 이상의 연기자가 이어 달리는 연극이 있잖아요. 햇살 님 가게를 배경으로 그 모자가 한 주, 저희 둘이 한 주, 그렇게 등장시켜보니 같은 설정이라도 분위기가 사뭇 다른 무대가 연출됩니다.^^

    뭘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건 둘이 비슷하겠네요. 그런데 J는 치밀하고 디테일한 주문...장면에서부터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을 거예요. 얼마 전 장단점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어요. 몇 가지 장점을 우물대더니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저가요(저는요 아니면 제가요가 옳다고 몇 번이나 말했건만^^;;)고르는 걸 잘 못해요. 저는 하나만 고르는 거가 어려워서요..."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할 생각이니?의 후속 질문은 "그거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고 배우려고요..."라고 대답했고요.

    J가 등장한 날 관객들은 이런 모습을 보셨을 거예요. 우선 자리를 살피고(몇 번 당했다 이거죠. 말씀들은 너 좋은 걸로 하려무나~하시지만 결국 아빠나 다른 남자 어른, 돈 내실 어른께서 고르고 땡하는 때가 있고 그러면 왜 고르라고 하느냐 가만있으라고 해야지 이게 자기에겐 이상하고 말이 안 됐나봐요), 진짜로 자기가 골라도 되는 자리면 실컷 보다가 두 개쯤 골라 제게 최종 선택을 떠밀었겠죠.

    핑계 대는 거, 대신해주는 거, 결정력 약한 걸 싫어하는 저는 그때부터 애랑 실강이를 벌였을 거예요. 두 개까지는 되면서 왜 그 중에 더 좋은 하나를 못 고르니? 이게 내 밥이야 글고, 엄마가 맨날 말했지. 이쪽에서 아무리 잘 골라도 저쪽에서 이상한 거 주면 꽝이라고. 아 글쎄 운이랑 우연도 중요하나니깐. 힘 빼고 간단하게 생각하라고. 한 번으로 끝도 아닌데...아 난 몰라. 난 너 대신해서 해 줄 생각 없으니깐 알아서 골라. 정말 저희는 이랬을 거예요. 늘 이러니까요.

    둘이 얘기 많이 하는 거, 독서는 아니지만 영화 같이 보기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악이 겹치면 좋아하고, 사람 보는 눈이 비슷하면 좋아하고...는 닮았네요. 엄마와 취향이 통한 걸 확인하면 J 녀석은 꼭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하고 아빠 앞에서 그걸 으스대며 좋아하지요. 아빠야 '잘들 논다'하는 무심한 표정으로 웃고 말 뿐이지만요. 햇살 님께 나름대로 좋게 기억된 모자 역에 저희를 끼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모자도 햇살 님 가게에 실제로 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 12. blogless
    '09.11.9 9:07 AM

    트리랑 님, 저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뭔가 허전하네..했잖아요. 아침을 안 먹고 나온 거예요. 저는 아침 안 먹고 나오면 싫은데..어쩐지...어, 오늘은 내가 머리도 말리고 앉았네, 싶더니만. 계란에 우유 조금 넣고 빵 적셔 저렇게 구워 먹으면 맛있죠. 계피와 설탕 조금씩 뿌리면 더 맛있고요. 세모낳게 잘랐다가 동그랗게 잘랐다가 직사각 정사각 장난도 치고..^^ 트리랑 님 월요일 간식으론 뭘 드시려나요. 식사 거르지 마시고 하루 건강하게 보내세요.

    jeni yun 님, 그렇다면 pasta라고 적고 파스타라고 표기를 했어야겠죠.^^ 제 아이는 paste 라고 영어로 써 놓고, 파스타라고 독일식으로 외래어 표기를 한 것이 이상했던 것 같아요. 그 순간엔 파스타가 독일어로 pasta 연고로 말한다는 걸 몰라서 더 그랬겠지만요(그 뒤에 사전 찾아서 확인은 했습니다^^). 김치과 얘기도 재밌네요. 하지만 이건 Dr. Kim Clinic 이 DrKim Clinic 아니면 Dr. KimClinic 이란 소린데, 글자 사이를 띄어쓰기 안 해서 생기는 오해라, 조금 성격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그치만 요 일화도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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