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약과 좋아하세요?
저희 엄마의 비장의 필살기 중 하나가 약과만들기 입니다.
나름 처음 글올리는 거라서 사진을 잘 찍어보려고 했는데.... 어쩜 약과가 저렇게 손이 안가고 싶게 나왔을까요....
모친의 비장의 필살기라고 설득시키기에는 약간 비주얼이 떨어지지만. 실제로 보면 위 사진보다는 맛있게 생겼습니다.
어머니의 약과 전설에 의하면 약과 만들기를 완벽하게 익히시기 까지 수많은 실패가 있으셨다고 말씀하시지만, 아무튼 제 기억에 의하면 저는 초등 1학년 때부터 아동 노동력으로 약과 만들기에 조달되었던것 같습니다.
바로 약과 반죽을 약과 틀에 꼭꼭 눌러 넣는 작업이죠.
"약과 반죽을 약과 틀에 맞춰넣는다." 이게 말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생각 보다 굉장히 힘든 작업입니다. 약과의 반죽은 질면 맛이 없어서 좀 되고 뻑뻑한 반죽을 모양을 잡아서 튀기게 되는데요 (어머니께서 그렇데고 하시네요..) 꼼꼼하게 정성껏 틀안에 자리를 잡아주지 않으면 또 기름에 넣으면 풀어져 버리거든요. 양쪽 엄지 손가락을 사용하여서 손으로 일부러 확 쥐어버리면 으스러져 버리는 정도의 점성의 반죽을 압력으로 서로 꼭꼭 눌러주다보면 무슨 게임 증후군도 아닌것이 손가락을 구부리기도 힘들어지거든요.
거기에 더불어 제가 약과를 별로 안좋아했거든요. 그래서 만들어도 난 별로 먹지도 않을껀데 수십개를 꾹꾹 누르고 앉아있다보면 정말 너무 힘들고 하기가 싫었어요.
약과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먄 약과를 먹을꺼면 엄마가 만드신거 아니면 먹기가 싫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선물세트에 들어있었다던 약과를 주거나 아니면 고등학교때 매점에서 팔던 미니 약과 이런 것들이요....
남자친구가 약과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우리 엄마가 만드는 약과가 정말 맛있다고 자랑을 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약과 만들기에 아주~ 협조적으로 동참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약과 만들기에 엄마를 많이 못도와 드릴것 같아서요.. 내년 봄에 결혼을 하게 되었거든요.
약과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 만드실 때도 딴에는 게으름 안피우고 많이 도와드려야지 했는데, 엄마하 하신 일의 양에 비하면....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힘은 또 왜이렇게 많이 드는지.
언젠가 나라는 사람도 결혼이라는 것을 하기는 하겠지 생각했지만, 막상 정말 결혼이라는 것을 정말 하게 되니 예전에 그냥 스쳐지나가던 생각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지더군요.
딸만 둘인 우리집. 명절 음식은 어떻게 준비하셔야 하나, 내가 와서 도와드리려면 언제 와서 도와드려야하나, 장은 아빠랑 둘이 보시겠지, 음식은 너무 미리 만들어 놓으면 맛이 없는데, 나랑 언니랑 다 시집가고 나면 우리 부모님은 명절날 아침에는 뭘하고 계실까 등등...
올해도 약과를 만드는데 여전히 손가락 아프고 지루하더군요... 그래도 손에 틀을 들고 앉아서 누르기도 하고, 식탁에 내려놓고 손가락 마디를 구부려서 꾹꾹 누르기고 하고 나름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보스성향이 다분하신 어머니께서 "식탁에 내려놓고 서서 누르란 말이야~!"하시기에 "제가 다 하는 방법이 있거든요? 제가 다 알아서 잘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제 고집대로 꾹꾹 누르고있자니, 나중에 시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네에~" 하며 일단 일어나거나, 아님 베시시 웃으며 "아니에요~ 이렇게 해도 잘 되요~" 하겠지 생각이 들어 참..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참, 위에 있는 그릇들에도 사연이 있어서 일부러 사진을 찍었어요.
약과가 놓인 접시는 저희 이모가 영국에서 사시다 귀국하셨을 때 조카들 결혼 선물이라고 미리 사오신 티세트의 일부에요.
하나는 나비들이 그려진 커피포트 세트였고, 하나는 꽃무늬가 있는 티포트 세트였는데 한국에 오는길에 찻잔 하나가 이가나갔지만 전 꽃부늬가 더 예뻐보여서 꽃무니로 가져가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을 했던 때가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진짜로 이제 챙겨가려니 이래저래 이 상황이 신기하기만하고, 어이도 없는것 같고 그러네요...
솔직히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냥 심심해서 접시를 뒤집어 봤는데 이렇게 써있더군요.
빌레로이&보흐
참.... 사람이 간사한게... 그것을 본 순간 왜 그 찻잔은 이가 나가서 한국에 도착했을까 너무 통탄스럽고, 이가 나간 컵을 얼마전 그릇 정리하시면서 엄마가 버리신게 새삼스럽게 너무 아깝고 그런거 있죠? 흑 저도 어쩔 수 없는 물질문명의 속물이더라구요. 예전에는 그닥 별로 예뻐보이지도 않더니... 에라이~
옆의 컵 역시 제가 어렸을 때 부터 저 시집가면 엄마한테 달라고 해야지 생각했던 컵이에요. 사실 컵보다 저 문양 큰접시가 6장이 집에 있는데 제가 그 접시를 좋아하거든요. 엄마가 컵도 6장으로 맞춰서 그릇 사고 나서 다시 영국에서 어렵게 구입하셨다고 하시는데... 집에는 컵이 두개밖에 없더군요.
누가 다 깨버렸데요... 누가 그랬겠습니까...
원래 머그 위 테두리에 금줄이 둘러져 있었는데 그것도 이제 보니 다 지워져버렸군요, 누가 다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려버렸나봐요.
누가 그랬겠습니까...
저 시리즈는 이제 판매 중단인것 같더군요.
...참 그 아이가 미워집니다.
글이 길어졌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아래의 책은 7년전 신문에서 이 책에 대한 기사를 보고 서점가서 산 책입니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학생인 저에게는 그리 실용적인 책이 아니었지만, 항상 끼고 보면서 나중에 꼭 이렇게 편하게 준비해놓고 살아야지 생각했습니다. 이야기책처럼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음식이야기는, 참기름과 후추로 양념한 김치가 들어가는 김무전 할머니의 김밥, 찬바람이 불면 역시 할머니께서가마솥에 정성껏 끓여 주셨다는 양념이 듬뿍배여 푹 무른 무가 들어있던 무탕, 그리고 꼬마 혜경샘이 양념간장에 꾹꾹 찍어드셨다던 빼두랭이 아져씨의 오징어 튀김이었어요. 어린 혜경샘이 먹기 좋은 크리고 잘라주셨다는.
이 책이 가르쳐 주는대로 지혜롭고 슬기롭게, 그리고 음식하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거워 하며 가족을 위해서 요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가 하도 애타게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는 오키나와를 같이 보자고 찾으셔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가네요. 요즘 뭐라도 같이 하고 싶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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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비언니
'09.10.6 9:19 PM사진 안되네요... 흑 일단 엄마한테...
힝 왜안되지?2. 피어나
'09.10.6 9:19 PM글을 읽으니 궁금증이 마구 솟아나는데... 저만 그런 걸까요? 사진이 안 보이네요. ㅠㅠ
3. 피어나
'09.10.6 10:03 PM아일랜드 식탁으로는 별로 안쓰게 되는 듯 해요. 그냥 상판 넓이대로 통짜로 수납공간 넓히는 게 훨씬 실용적인 듯 해요. 식탁을 없애고 아일랜드만 식탁으로 쓰는 좁은 집이 아니라면 미국처럼 아침에 시리얼 한그릇 먹고 나가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그냥 식탁에서 먹음 되니까) 별로 안쓰는 거 같음.
4. momo
'09.10.6 10:09 PM저도 사진이 안 보인다는,,,
5. spoon
'09.10.6 10:13 PM아웅.. 약과 너무 좋아하는데..^^
사진 잘 보여요~6. 데이지(단감)
'09.10.6 11:17 PM저희집에서는 이번 추석때 떡 대신 약과를 만들어 올렸어요.
많이 알려진 레시피.... 압력솥약과... 떡값 안들어 좋고 정성들어가서 좋았어요...7. 데이지(단감)
'09.10.6 11:19 PM약과틀은 어디가면 살수 있나요?
8. 미미컴
'09.10.7 3:07 PM담엔 자세한 레시피와 과정샷도 올려주실 거죠?
9. 초코봉봉
'09.10.7 4:08 PM약과 반죽을 전 푸드프로세서에 한답니다.
참기름 넣고 다시 체에 내리고 해야하는데 그냥해요
아무튼 푸드프로세서에 반죽하면 기름에 튀겨 엿물에 담그면 되니~~
약과가 반죽하기 어렵고
기름에 튀기는 것도 낮은 온도에서 해야하기에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음식이잖아요
선물용으로 어른들에게 드리면 아주 좋아들 하셨는데...
요즘엔 파이종류를 주로 만드느라~~
데이지님 약과틀은 떡관련 상품 판매하는 사이트에 간혹 나와있더군요.
플라스틱틀나 나무틀이 있구요.
틀이 작긴한데 월병도 찍어낼 수 있어요.
나무틀은 좀 더 작은 모양으로 사시면 다식도 박아내지요.
데이지님 압력솥 약과 레시피 좀 알고 싶네요.^^10. 나비언니
'09.10.7 4:46 PM피어나 님
에구, 첨 댓글 달아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인터넷으로 소통하는게 이런거네요... 아무도 아무 반응도 없으면 혼자 벽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을텐데... 따뜻한이야기 라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릇은 비주얼이 완전 "그릇 70's"죠? 따로 잘 코디하면 예쁠텐데... 두개 합쳐놓으니.. 좀 그렇구만요...
momo님
저기.. 이제는 보이세요? 조정 해 놓은건데..^^
spoon님
저도 이제는 잘 먹어요. 근데 약과도 차랑 같이 먹어야지 더 맛있는것 같아요~!
데이지님
압력솓에 하는 방법이 있군요! 저희집은 낮은 불에서 계속 튀겨서...더 오래걸리는것 같아요.
부풀어 오를때 까지요. 어떻게 보면 좀 빵같은 면도 있고...약과틀은 검색앤진에 약과틀이라고 치니까 좀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방산시장 가도 판데요.
미미컴님
네 다음에는 시도해볼게요..
근데 그러려면 배경정리정돈 청소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
초코봉봉님
아 글큰요. 푸드프로세서는 여러모로 정말 체력을 절약시켜주는 군요.
약과가 정성은 많이 들어가죠 정말... 재료도 다 고급재료고, 생강으로 향을 내는걷도 고급이고.
개성에서는 반죽해서 밀대로 밀어서 네모지게 썰어서 한테요. 용수산에서 후식으로 그걸 주는것 같아요. 용수산 할머니가 쓰신 요리책에서 다이야몬드 형으로 썰어서 튀기를걸로 나오는데 방식이 저희집하고 다르더라구요. 그게 시간절약이 더 될것 같아요~!11. 별사탕
'09.10.8 1:53 PM사진 안보여요
12. 테오
'09.10.12 9:54 PM글을 보며 이쁘기도..부럽기도요
전 요즘 시집가는 딸이 제일 부럽습니다
시집가야 할 딸이 엉뚱하게 유학가서 외롭네 어쩌네 하고 있거든요
누가 가라고 했냐고요~라고 저는 속으로 외칩니다만 그래도 겉으로는
이구 가엾어라, 고생끝에 보람이 있단다, 좋은 놈 다 어디갔누 이이쁜 애를 못보구선이라는
가증스런 발언중입니다
엄마가 약과를 만들때 옆에서 도와주는 딸의 풍경을 그리며 그립고 부럽고 그렇네요
우리딸도 명절음식할때 가물에 콩나듯이지만 도와주곤했거든요
새우껍질도 까고 맛살도 찢고 달걀껍질도 까고요..
생각해보니 참 유치한 수준으로 도왔네요, 지금도 밥을 안해먹고 학교식당에서 해결한다니
결혼하면 어느집 아들 고생좀 하겠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글도 이렇게 이쁘고 다정하게 쓰시는지 계속 부러운 맘이 가득합니다
행복하세요, 상대방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지혜로운 아내가 될 것같은 예감^^13. 단ol
'09.10.17 11:24 PM와....약과 너무 맛있을거 같아요..!!
약과 만들기 까다로울거 같은데....ㅎㅎ14. 진우엄마
'09.10.21 10:36 AM저약과완전좋아해요 ㅠㅠ
사먹는건 찜찜하던데 언제쯤 만들어먹을수잇을까요 부럽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