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다른 약속도 없고 여친님께옵서도 회사가 좀 늦게 끝난다는 소식을 급하게 듣게 되었습니다.
이때 퍼뜩 떠오른 것은................
"주말에 요리할 장을 미리 봐놓자!"
그리고 마트에 가서 또 다시 퍼뜩 떠오른 것
"그러고보니 그동안 그 좋아하는 묵을 한참동안 안 먹었네?"
하지만 묵으로 하기엔 "요리"라고 할 만한 것이 딱히 없고......
어차피 장을 보더라도 여친님네 냉장고에 쟁겨놓아야 하기에 여자친구네 집에 들러야 하는데
그 냉장고에 있는 맥주나 시원하게 마시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도토리묵은 술안주로 놓으면 되겠지요?


그래서 마련한 것이 저 "묵무침"......
평소 묵을 썰어 여친님 특제 양념장을 "얹는" 방식이 아니라
이번에는 물론 인터넷에서 알아낸 배합이긴 하지만 제가 만든 양념장으로
(간장+고춧가루+맛술+물엿+식초+참기름+다진마늘+다진파+깨소금+생강가루)
손수 버무린 묵무침입니다.
뭐 걍 간단하게 술안주로 먹을거라고 채소는 따로 안 무쳤네요. ㅎ
제가 묵무침을 마련하자, 하나로는 아쉬운데다가 안그래도 둘 다 저녁을 전혀 먹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이므로
급히 여친님께서 비빔양념 만들어주시고, 김치 썰어주시고,
예전에 골뱅이 무침때 쓰고 남은 메밀국수 삶아서 무치시어 새 메뉴를 하나 또 만드셨습니다. ㅎ


그 결과물이 이거!! "비빔메밀국수"

그리고 거기에 얻어온 쑥송편까지.....

저저저! 사진찍는 틈을 못참고 비집고 들어오는 젓가락 봐라 ㅎㅎㅎㅎ
토요일이 되어 본격적인 이번 주 요리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이번 주에는 좀 다른 것이, 수저가 두 벌이 아닌 네 벌!
친구네 커플이 저희가 주말에 요리를 해먹는다는 걸 알고,
초대를 요구했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래서 친구 커플을 초대했지요. 아니! 그 요구에 응했습니다. ㅎ



우선 "궁중떡볶이"
평소에 꼭 해보고 싶었으나 내용물에 쇠고기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일단 보류해 두었다가
이번주에 쇠고기가 재료로서 겹치는 레시피를 몇 준비한 덕분에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레시피보다 채소도 많이 넣고
고소하고 담백한 그 맛이 고추장 떡볶이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



다음 것은 "순두부 찌개"
순두부 자체에서 나오는 국물을 주로 이용한 거라서 물은 거의 안 넣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아예 넣지 말아야 하는데, 제가 순두부를 조금 빡빡한 걸 사는 바람에 별 수 없이 물을 조금 넣는 굴욕을 ^^;;
바지락도 많이 들어갔고 양념장도 조금 더 매콤~하게...............
역시 내공 높으신 주부님들께는 껌이겠지만, 그래도 저 이거 꼭 제 손으로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것은 지난주에도 보셨죠? "오코노미 야키"
이번주에는 토요일에 요리를 두 개만 준비했었고, 딱히 오코노미 야키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저녁먹으러 놀러온다는 친구 커플이 저희의 오코노미 야키를 원하기에
그럼 이러이러한 재료만 너희가 가져와라 해서 지난주의 영광을 다시 재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또 나온 한상차림.
뭔가 구색이 맞는듯한 느낌이죠? ^^
다음은 일요일 점심!
원래 일요일 점심용으로 준비한 정식메뉴는 "뚝배기불고기" 하나 뿐이었어요.
그리고 팽이버섯을 봉지로 담아놓은 것을 사면서,
그걸 쓰고 남은 건 굴소스로 볶아서 반찬으로 만들자는 생각 정도?
....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쇠고기를 좀 아주 많이 샀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남아도는 쇠고기를 주체할 수 없어 부득이 계획에 없는 새 요리까지 만들어야 했어요.
제가 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여친님이 중간에 토익시험을 보러 다녀와야 했고,
그래서 제가 혼자 만드는 동안 쇠고기가 많이 남았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새 메뉴까지 찾아서 처리했는데
시험을 보고 도착한 여친의 한마디
"얼리면 되잖아! -ㅁ-"
-ㅁ-!!!!!!!!!!!!!
아직....... 멀었구만.............


맨 위에 있는 것이 그 "뚝배기 불고기"
이것 또한 언젠가 제 손으로 꼭 한 번 만들어 먹어보겠다 결심했던 겁니다.
이건 진짜 거의 감에 의존해서 간을 맞췄는데 나름 괜찮았구요......
고소하고 짭짤하고 청양고추 많이 넣어 매콤한 뚝배기 불고기 국물에
팅팅 불은 당면과 쫄깃한 버섯을 함께 먹어주는 정도의 센스!!!!


그 다음 것은 "굴소스 버섯 볶음".....
원래는 그냥 팽이버섯 남은 걸 굴소스에 볶아주고 퉁! 하려고 했는데
쇠고기가 많이 남아서 그걸 조금 더 집어넣었으며 매콤한 맛을 살리기 위해 고추기름을 더 추가했지요.
모양은 뭐........ 걍 그렇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지막 것이 바로 남아도는 쇠고기를 처치하기 위해 급하게 만든 "쇠고기 찹쌀볶음".........
쇠고기에 찹쌀가루를 입혀서 튀기는 것이 아니라 구워내고,
상큼한 드레싱을 만들어 (간장+식초+설탕+육수+참기름+겨자+깨)
깻잎과 돗나물을 조물조물 무쳐서 올려놓은겁니다.
어제 오늘 요리에 남은 양파를 다 써버린 관계로 그냥 새 요리에서는 양파는 뺐어요.
살짝 밑간된 고소한 찹쌀 쇠고기구이를 새콤한 채소와 함께 먹는 맛. 캬!

그리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꽤나 많이 지적받았지만,
그래도 빼놓을 수 없는 맥주와 함께.....
예상치못한 메뉴 확장이었지만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주 그냥 일요일 점심은 온통 쇠고기 판이라 비슷해보이는데 나름 맛났고, 채소와 함께 어우러져 그닥 느끼하지도 않았네요.
다만 앞으로는 재료를 적절하게 조금씩만 준비해서 양을 줄이고
아무래도 욕심 많다고 레시피 잔뜩 준비했다가는 결국 그게 또 부담이 되고 과식의 원인이 되니까
다음부터는 한 주에 토요일, 일요일 해서 절대로 메뉴가 세 개를 넘지 않도록 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