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연애하고 결혼한지 삼년정도 되가네요.
원래 친구로 오랫동안 지냈기도 했고
둘다 이벤트하고 기념일 챙기고 이런 성격이 아니어서
발렌타인이나 화이트데이..이런 날 챙겨주고 이런게 거의 없었어요
게다가 남편은 크리스마스도 " 기독교인도 아닌 우리가 왜 예수탄생을 축하해야하느냐"-.-; 며 정색하는 사람이라.. 머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는데
오히려 결혼하고 나니..긴장감도 떨어지고 그 날이 그날 같고.
한해 한해가 비슷하고 ..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제가 올해부턴 기념일 좀 챙기자고 했어요.
뭐..거창하게 하자는것은 아니고..
무슨 날마다.. 직접 카드를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주자고..
그럼 한두달에 한번씩은 상대방한테 끄적거리게도 되고..나중에도 추억거리로 남을것같아서요.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발렌타인데이때 카드도 만들고. (근데 머..닭살스럽게는 못만들겠더라구요ㅎㅎ)
그냥 '부인의 뇌구조'라고..한참 유행했던 뇌구조 그림을 패러디해서 만들고요
발렌타인데이 상차림 (???)도 올렸어요. 한창 바빴던 때라 남편이 밤늦게 들어와서
저녁은 같이 못먹고. 그때쯤 남편이 전복회가 너무 궁금하다고 몇번 말했던 지라
전복을 사와서 전복회랑 전복구이를 만들어서 줬어요.
참..별거 없네요 -.- 조오기 뒤에 하트 모나카는 콜드스톤꺼여요. 귀엽죠?
그래서 내심 화이트데이를 고대하고있었는데.
토요일에 아무런 얘기도없어서..제가 먼저 "선물이나 카드, 이벤트없어?" 하니
"앗.미안. 근데 이미 지났잖어. 화이트데이 어제였어, 미안 내년에 해줄께"
숫자에 약한(?) 저는 그런가보다 어제가 화이트데이였구나 하면서 아쉬워했는데
저녁에 알고봤더니 그날이 화이트데이 맞는거있죠? -.-;;
쳇..
그런데 본론나오기 전에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
혹시 이태원에 오래된 부대찌개 식당 '바다식당'이라고 아세요? 유명한곳인데
제가 어렸을때도 가족들이랑 갔던 곳인걸 생각해보면 20년은 넘은것 같아요
'존슨탕'이라는.. 묘한맛의 부대찌개가 은근한 중독성이 있는 그런 곳여요.
칼칼하고 찌개스타일의 다른 집과는 다르게, 달큰하면서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여요.
다른곳처럼 콩이니 사리같은것이 들어가지않고 양배추와 파채가 듬뿍 들어간 개운한 탕인데요
가끔 같이 가서 소주한잔씩도 하고 그러는데 마지막으로 갔을때 너무 불친절한 직원들과
너무나 당당하게 써있는 '미국산'소고기 (티본스테이크, 갈비등을 팔아요) 때문에 기분이 확 상해서 다시는 오지말자 라고 발길을 끊었어요.
근데 항상 그걸 먹을때마다 남편은 자기도 할 수 있을것 같다는거여요.
저는 코웃음만 쳤지요. ㅋㅋ 그게 흔한 부대찌개 맛도 아닐뿐더러 남편은 정확한 계량에 의한 조리법 - 즉 정확한 레시피가 표기되어있는 라면이나 즉석식품 -.-; 만 조리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 정말 저보다 라면을 훨씬 잘 끓여요 @.@)
오늘은 화이트데이 기념으로 '바다식당' 존슨탕을 해주겠다는거여요.
그때의 불쾌했던 기억을 되살려 '열바다식당'의 스미스탕으로 이름 붙이겠대요
저는 반신반의하며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원하는 재료만 꺼내서 주욱 늘여놓고
신경끄고 방에 앉아서 도대체 몇시간이 걸릴것인가..
왠만하면 맛있다고 해줘야겠지? 이런 걱정을 하며 배고픈데 뭘 좀 먹고있을까 ,,하는데
딱 한번 "집에버터있어?" 라는 질문만 하고는
(근데 버터라니..갑자기 걱정이 확 되면서.."-없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지요)
집앞 슈퍼에 갔다오더니 따각따각 칼소리만 내며 열심히 하더라구요.
근데 수퍼에 갔다온다음에 갑자기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더니
십분있다가 밥먹자는 거여요 @.@~
얼른 밥을 데워다가 김자반만 하나 떨렁 놓고 첫숟가락을 뜨는데.
둘다 동시에 띠용~~~~~
바다식당에서 포장해왔다해도 믿을만한 똑같은 맛이 나는거여요
사실 계속 먹어보니 바다식당보다 훨씬 개운하고 깨끗한맛이여요.
저만큼의 양을 10분도 안되서 순식간에 바닥까지 긁어먹었어요..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어떻게 만들었어? 하니 어찌나 의기양양 튕기며 얘기를 안해주던지..!!
제가 어르고 달래서 겨우 비법을 알아냈어요 흐흐흐..그거 공개할께요
(알고 계신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그전에 요리에 몰입중인 쉐프님 사진..
그 뒤의 카오스상태의 부엌.. 키톡의 눈높이 좀 낮추느라 그냥 공개할랍니다. ㅋㅋ
(근데 도대체 그림같은 부엌배경으로 과정샷을 올리시는 분들은..어떻게 그런 그림이 가능???)
모자이크부위가...좀 많죠?
쉐프님의 머리크기가 남다르세요. -.-;
레시피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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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양배추를 충분히 채썹니다. 파도 길게 채썹니다
2. 소시지와 햄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놓으세요
3. 버터한큰술을 팬에 녹인후 양배추와 햄, 소시지를 볶아요
4. 숨이 죽을만큼 볶아지면 냄비에 육수(마침 사골육수가 있어서 물과 섞었대요) 를 넣고 볶을 재료를 넣고 파채를 넣고 끓여요
5. 고추가루, 마늘다진거, 국간장, 소금 넣고 팔팔 끓여요
6. 마지막에 버터 한스푼 넣고 치즈 올리고 불을 꺼요.
다른 부대찌개와 달리 '버터'가 핵심이였나봐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비밀이..
그럼 정말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양배추국물의 시원하고 달큰한,,고추가루의 얼큰한 맛이 어우러진
킹왕짱 부대찌개가 완성되어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아이들도 좋아할것 같구요
뭉근히 끓이는것보다 약간 양배추가 씹히게 센불로 화르르 끓이는게 맛있는것같아요
그리고 꼭 고기 육수를 이용해주세요
부대찌개의 대 성공으로 남편의 콧대가 하늘을 찌르길래
그럼 이제부터 아침에 도시락 번갈아가면서 싸가는걸로 하자했더니 (둘다 회사에 도시락싸가지고 다니거든요) 잘난척이 쑤욱 들어가네요 호호.
p.s 사진은 별로없고 글만 많아서 죄송해요!
저도 사진이 많아야 읽기 쉽고 재미있던데...
첫글이라 어렵네요 사진 올리는게 ^^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