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도 9살, 작은아이 6살 두녀석은
시엄니 손에서 컸다.
돈좀 벌겠다고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오는 며느리에게
싫은 내색 한번 없으시고 특식이라도 만드는 날에는 꼭 내앞에 메인디쉬를 놓으셨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손 귀한 집에 아들 둘을 안겨드렸고
몇푼을 벌든 나가 일하니
그게 정말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시아부지때문에 속이 상했던 날도
엄니보며 참았다.
엄니가 내게 잘해주시는걸로 상쇄하곤 했다.
엄니가 잘해주시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엄니가 아프셨다.
실은 젊은 시절부터 갖고 계시던 지병이 엄니를 주저앉힌 것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고
땅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그때 해보았다.
엄니가 그렇게 몸약한 분인것도 그때 알았고
내가 얼마나 속없는 며늘인지도 그때 알았다.
나도 모르게 울면서 울엄니 무사하시기만 기도했었다.
그 눈물을 큰아이는 기억하고 있다.
어느날 내게 그 얘기를 하며 기억을 상기시켜주는데... 실은 엄청 놀랐다.
그때 아주 작은 아기였는데...
엄니는 아주 신식이시다.
어지간한 뉴스는 모두 섭렵해서 항상 좌중의 대화를 리드하신다.
엄니는 요리선생님이시며 또한 진지한 학생이다.
손끝에서 언제나 뚝딱 맛난 음식이 탄생하지만
또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시는데도 주저하지 않고 열심히 배워
역시 맛나게 해 내신다
엄니의 병환을 계기로
거의 전업주부로 살다시피 하게 되었지만
그다지 나쁜 상황은 아닌것같다.
왜냐하면 나라는 사람이
지극히 "나"위주로 삶을 살던 사람이
"가족"을 나의 범주에 넣고
"주변"을 또 나의 범주에 넣고...
점점더 자라는것을 느낀다. 이게 모두 아이들과 엄니로 인해 입은 축복이다.
고기를 그다지 즐기시지 않는 엄니께
점수 딴 메뉴가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중 가장 좋아하시는게
우엉잡채와 콩나물잡채, 그리고 월남쌈이었다.
오늘 엄니계시는 시댁으로 들고 달려가지는 못했지만
주말에라도 가서 다시 만들어 밥그릇앞에 놓아 드려야겠다.
엄니께서 오래오래 내 요리를 드셔주시면 좋겠다.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면 좋겠다...


엄니는 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리는 요리를 좋아하신다.
간이나 양념을 세게 하지도 않으시고
조미료에 의존하지도 않으시고
(자게에 조미료 글이 올라올때마다 엄니가 더 좋아진다)
집에서 직접 내린 액젓이나 직접 담그신 간장, 된장, 고추장...
장에 가셔서 지키고 서 계시다가 짜오시는 참기름이며
직접말린 고추로 가루를 내시고...
그 모든것을 절반 뚝 떼어 내게 주셨다.

갖가지 계절 김치며 젓갈이며 장아찌며...
골고루 갖춰두고 상을 차리신다.
고기는 없지만 임금님 부럽지 않은 수랏상을 뚝딱뚝딱...
엄니께 가장 닮고 싶은 모습이다.
그렇게 주신 양념들로 겉절이를 무치면 대강대강 집어넣고 버무려도
맛이 난다. 간만 맞으면 뭐든 맛있게 된다.
당연하지... 엄니가 주신건데...


엄니는 내가 정말 요리를 잘 하는줄 아신다.
82를 비롯해서 온갖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녀 제일 만만한걸로
골라서 레서피에 충실하게 만들면 ... 그래서 맛이 나면
엄니는 그걸 내가 알아서! 만든줄 아신다.
그것들을 동네방네 나눠드시며 며늘 자랑을 하신다.
용돈도 많이 못드리고 좋은 선물도 못해드리는데
내 며늘은 버릴게 없다 하신다. 설마 그러랴...
그렇게 보시려 하신게지...
엄니!!! 나는 아부지보다 엄니가 더 좋아요.
그리고 엄니 며늘인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엄니도 제가 며늘인게 너무 좋으시도록 노력할게요.
엄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고구마대추찐빵... 요것도 디져트로 내었다.
나만의 비밀 하나! 나는 이걸 만들때 원래 레서피에다 커피1티스푼을 녹여서 넣는다.
커피마실때 짱이다...)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는지...
정초에 다녀왔는데 너무 많은 추억을 만들고 내려왔다.
설경이 예술이었다.)


(고드름 축제... 장관이다.
아이가 흥분해서 뛰어다닌 곳...)

(누군가 만들어두고 간 애기눈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