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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시엄니와 나...

| 조회수 : 10,288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8-01-29 00:07:32
결혼한지 9년차...
큰아이도 9살, 작은아이 6살 두녀석은
시엄니 손에서 컸다.

돈좀 벌겠다고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나 들어오는 며느리에게
싫은 내색 한번 없으시고 특식이라도 만드는 날에는 꼭 내앞에 메인디쉬를 놓으셨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손 귀한 집에 아들 둘을 안겨드렸고
몇푼을 벌든 나가 일하니
그게 정말 당연한 줄 알고
살았다.

시아부지때문에 속이 상했던 날도
엄니보며 참았다.
엄니가 내게 잘해주시는걸로 상쇄하곤 했다.
엄니가 잘해주시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엄니가 아프셨다.
실은 젊은 시절부터 갖고 계시던 지병이 엄니를 주저앉힌 것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고
땅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그때 해보았다.

엄니가 그렇게 몸약한 분인것도 그때 알았고
내가 얼마나 속없는 며늘인지도 그때 알았다.
나도 모르게 울면서 울엄니 무사하시기만 기도했었다.
그 눈물을 큰아이는 기억하고 있다.
어느날 내게 그 얘기를 하며 기억을 상기시켜주는데... 실은 엄청 놀랐다.
그때 아주 작은 아기였는데...

엄니는 아주 신식이시다.
어지간한 뉴스는 모두 섭렵해서 항상 좌중의 대화를 리드하신다.
엄니는 요리선생님이시며 또한 진지한 학생이다.
손끝에서 언제나 뚝딱 맛난 음식이 탄생하지만
또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시는데도 주저하지 않고 열심히 배워
역시 맛나게 해 내신다

엄니의 병환을 계기로
거의 전업주부로 살다시피 하게 되었지만
그다지 나쁜 상황은 아닌것같다.
왜냐하면 나라는 사람이
지극히 "나"위주로 삶을 살던 사람이
"가족"을 나의 범주에 넣고
"주변"을 또 나의 범주에 넣고...
점점더 자라는것을 느낀다. 이게 모두 아이들과 엄니로 인해 입은 축복이다.

고기를 그다지 즐기시지 않는 엄니께
점수 딴 메뉴가 여러가지 있었지만 그중 가장 좋아하시는게
우엉잡채와 콩나물잡채, 그리고 월남쌈이었다.

오늘 엄니계시는 시댁으로 들고 달려가지는 못했지만
주말에라도 가서 다시 만들어 밥그릇앞에 놓아 드려야겠다.
엄니께서 오래오래 내 요리를 드셔주시면 좋겠다.
맛있다고 칭찬해주시면 좋겠다...










엄니는 재료의 맛을 충분히 살리는 요리를 좋아하신다.
간이나 양념을 세게 하지도 않으시고
조미료에 의존하지도 않으시고
(자게에 조미료 글이 올라올때마다 엄니가 더 좋아진다)
집에서 직접 내린 액젓이나 직접 담그신 간장, 된장, 고추장...
장에 가셔서 지키고 서 계시다가 짜오시는 참기름이며
직접말린 고추로 가루를 내시고...
그 모든것을 절반 뚝 떼어 내게 주셨다.






갖가지 계절 김치며 젓갈이며 장아찌며...
골고루 갖춰두고 상을 차리신다.
고기는 없지만 임금님 부럽지 않은 수랏상을 뚝딱뚝딱...
엄니께 가장 닮고 싶은 모습이다.
그렇게 주신 양념들로 겉절이를 무치면 대강대강 집어넣고 버무려도
맛이 난다. 간만 맞으면 뭐든 맛있게 된다.
당연하지... 엄니가 주신건데...










엄니는 내가 정말 요리를 잘 하는줄 아신다.
82를 비롯해서 온갖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녀 제일 만만한걸로
골라서 레서피에 충실하게 만들면 ... 그래서 맛이 나면
엄니는 그걸 내가 알아서! 만든줄 아신다.
그것들을 동네방네 나눠드시며 며늘 자랑을 하신다.
용돈도 많이 못드리고 좋은 선물도 못해드리는데
내 며늘은 버릴게 없다 하신다. 설마 그러랴...
그렇게 보시려 하신게지...
엄니!!! 나는 아부지보다 엄니가 더 좋아요.
그리고 엄니 며늘인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엄니도 제가 며늘인게 너무 좋으시도록 노력할게요.
엄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고구마대추찐빵... 요것도 디져트로 내었다.
나만의 비밀 하나! 나는 이걸 만들때 원래 레서피에다 커피1티스푼을 녹여서 넣는다.
커피마실때 짱이다...)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는지...
정초에 다녀왔는데 너무 많은 추억을 만들고 내려왔다.
설경이 예술이었다.)









(고드름 축제... 장관이다.
아이가 흥분해서 뛰어다닌 곳...)






(누군가 만들어두고 간 애기눈사람...)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니
    '08.1.29 12:54 AM

    마음이저절로 녹는 기분이네요

  • 2. 호빵
    '08.1.29 1:28 AM

    이런 며눌이 있을까요? 님의 마음이 너무 이쁘네요~ 아마 시어머니께서 이글을 보시면 넘 감동하실 것 같아요... 두분의 사랑이 영원하길 빌게요~

  • 3. 페프
    '08.1.29 1:41 AM

    저도 그렇게 그렇게 당연한 줄만 알고 살아왔네요...
    저도 님처럼...이쁜 며늘 되어야겠어요..^^

  • 4. 팝콘
    '08.1.29 4:26 AM

    저 역시 잘 하진 못해도 하나라도 마음을 담아 시어머니께 대합니다.
    무엇하나라도 딸보다 더 챙기시고, 생일은 물론, 결혼 기념일도 9년 내내 잊지 안으셔요.
    (결혼기념일은 우리집에 시집온 날이라고) 항상 사랑 받고 있다는것을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늘 건강하게 저의 버팀목이 되어주셨음 합니다.

  • 5. Pak camy s
    '08.1.29 6:13 AM

    너무 사랑스러운 며느님이네요

  • 6. 무시칸아줌마
    '08.1.29 7:07 AM

    오... 요리 솜씨/맘씨 다 참 좋으시네요!!! 복 받으세요!

  • 7. oegzzang
    '08.1.29 7:42 AM

    넘 보기 좋아요^^

  • 8. 준&민
    '08.1.29 8:59 AM

    수도권에 사시는 큰집 큰형님이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소식에
    밤새 꿈자리도 뒤숭숭... 찌부둥한 아침입니다.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 밥먹는 동안 잠시 들어왔더니
    많은분들 다녀가셨네요.

    설이 온다고 어딜 가든 술렁거려서 마음만 바쁘시지요?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시면서 잘 준비하시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 9. lemontree
    '08.1.29 11:07 AM

    님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실 거에요

  • 10. 월남이
    '08.1.29 11:47 AM

    눈물이 나는 글이네요.
    어머니도 멋지고 훌륭한 분이시지만
    님도 너무 따뜻한 분이군요.
    정말 가슴이 훈훈해지는 글입니다.
    참, 님 솜씨도 어머니 솜씨 못지않네요.

  • 11. 햇살
    '08.1.29 2:05 PM

    그 엄니에 그 며늘님이시네요.
    행복해보이세요

  • 12. 골고루
    '08.1.29 2:50 PM

    정말 다정한 고부사이이시네요.
    두분 다 복이 많으신 게지요.
    늘 그렇게 그런마음으로 오래오래 엄니와 딸처럼 지내세요.

    전 돌아가셔서 늘 서운하답니다.

  • 13. 옥토끼
    '08.1.29 3:06 PM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고부관계는 정말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결혼한지 십년이 넘어가는데
    이제는 친정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이나 다 똑같이 제 부모님으로 여겨져요.
    늘 서로 존중해 주면서 친자식이다,친부모님이다 생각하면
    갈등은 없겠죠.어머님 아프시다니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 14. 포도공주
    '08.1.29 5:24 PM

    두분다 너무 마음이 따뜻하신 분들인가봐요.
    아직 시댁에 대한 내공이 쌓이지 않아서 그런지 시부모님은 어렵기만 한대.
    글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절로 부러움 마음이 가득하네요.

    어머님 꼭 건강해지셔서 오래오래 맛난 음식 드실수 있기를 바래요~

  • 15. 골고루
    '08.1.29 7:17 PM

    참, 고구마대추 찐빵 너무 맛있어 보여요.
    레시피 좀 알려 주시면 안될까요?
    요즘 빵값이 비싸서 만들어 먹으려구요...ㅎㅎ

  • 16. 소박한 밥상
    '08.1.29 7:46 PM

    감동적인 잔잔한 글입니다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지요.
    고구마대추찐빵 ........주인공으로 한번 올리셔요

  • 17. 망고
    '08.1.29 10:21 PM

    예쁜 며느님이시네요..
    짝짝짝.. 설경도 덩달아 예뻐요~~

  • 18. 준&민
    '08.1.29 10:42 PM

    참으로... 황송합니다.
    그냥 사는 얘기... 부대끼며 사는얘기 올렸을뿐인데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시고 답글도 남겨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효도하고 울엄니 건강하시도록 잘 살필께요.

    골고루님...
    고구마대추찐빵 레서피는 히트레시피에서 조회해서 했어요.
    박하맘님 레서피더군요.
    안그래도 오늘 떡때문에 침흘리며 읽었는데...
    전 거기에다 커피 1티스푼을 약간의 뜨거운물에 녹여 같이 섞어서 했네요.
    그렇게 하니 밀가루냄새도 안나고(울집 밀가루가 안좋았던듯...)
    커피와 같이 하기에 너무 좋았어요.

    좋은 레서피, 따뜻한 덕담이 많은 82를 너무 사랑합니다.
    우리 82님들두요...^^

  • 19. 크레파스
    '08.1.30 9:27 AM

    반성합니다. 전 시어머니가 잘해주셔도 늘 불편하고 부담스럽던데..
    두 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0. 부메랑
    '08.1.30 12:04 PM

    마음이 정말 예뻐요^&^
    언제나 그맘변치마시길
    쭉~~행복하세요

  • 21. 모야
    '08.1.30 12:52 PM

    어머님의 마음을 아는 며느님이 아~주 훌륭하십니다~~^^

  • 22. 망구
    '08.1.30 1:50 PM

    서로 주고 받는 맘이 더 예쁘십니다..
    어머님의 바다같은 맘이..
    저도 이 담에 나이 많이 먹어 며늘 들어오면 이리 할 수 있을까요..
    남의 자식을 내 품으로 보듬어 안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 며느리들 모두 알고 있지요...
    어머님 건강하세요..
    예쁜 며늘님 두셨어요...

  • 23. 일지매
    '08.1.30 6:33 PM

    오 !!!!!

    마지막에 아기 눈 사람 만든 사람이 저 올시다. 하하

    정확히는 울 딸하고 나.
    아우~~ 무지 반갑네요.

  • 24. 준&민
    '08.1.30 7:18 PM

    헉~스!!!

    애기야!! 네엄마 찾았다~~~

    와~ 여기서 눈사람 엄마까지 만날줄은 정말 몰랐네요.^^ 반갑습니다. 일지매님!

    그나저나 오늘 참 춥네요. 눈발도 날리고...
    따뜻한 찌게끓여 맛난 저녁 드세요^^

  • 25. ubanio
    '08.1.30 10:51 PM

    이상적인 고부간입니다.

  • 26. 싸리꽃
    '08.1.31 12:54 AM

    준&민님 글도 너무 따뜻하게 읽고 있었는데
    .....눈사람이 엄마를 찾다니....삼만리도 안가고
    너무 감동입니당~

  • 27. marina
    '08.1.31 3:16 AM

    마음결이 고우신 분이시네요...

  • 28. 이옥녀
    '08.1.31 4:07 PM

    맞벌이에다임신한 며늘을 둔 시엄니예요.어떤 시엄니가 되어야할지를 느끼게 하는군요.모든걸 참고 사랑만 주고싶은데 내마음 나도 모르는지라 늘 기도합니다.

  • 29. 준&민
    '08.1.31 6:33 PM

    저녁메뉴를 살펴볼까 하고 들어왔습니다.
    아직도 반가운 님들이 오시네요^^

    이옥녀님...
    이미 좋은 시어머니이신거 같은데요...
    저희 어머니 신앙이 깊으셔서 항시 새벽마다 기도를 하십니다.
    늘 그 기도속에 가족에 대한 염원이 있지요.
    저희 엄니가 제게 주신 사랑은 그 기도에서 나왔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며느님도 아실거예요^^

  • 30. 시골아낙
    '08.2.1 11:30 AM

    그렇네요.
    유교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고부지간에 서로 이해하고
    서로 다독여주고 그렇게 사는것이
    가족이지요.

    시어머님 이전에..
    나와 똑 같은 삶은 살아오신
    여자이니까요.
    그렇게 이해하고보니 시어머니로 보이지않고
    그냥 불쌍한 한 여자만 보이더이다.

    제가 시골살다보니 방앗간에 자주 들립니다.
    거기는 모두 시어머님들이 오십니다.
    자식들 미숫가루며 참기름이며 가래떡이며..
    이런것들을 손수 하여 주고싶어서..

    그런데 한쪽에서 들리는 소리는..
    <내가 이걸 갖다주면 쓰레기통에 들어가지않으면 좋겠다>
    젊은 며느리로서 참 마음이 착잡하였습니다.
    제가 이렇게 가까이서 본 어르신들은..
    그저 내자식 내손주 내 손으로 키우고 가꾼
    그것을 먹이고 싶어서..
    젊은 우리들이 이런 부모님 마음 조그만 알아주는것도
    '효' 가 아닐련지요.

    마음이 따뜻하였습니다. 준이 민이 어머니..

  • 31. 준&민
    '08.2.5 5:12 PM

    시골아낙님
    제가 너무 늦게 보았습니다.^^
    명절준비 바쁘시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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