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희 집 볍씨 파종 하는 날이에요. 아빠가 벼농사를 하시거든요. 일손이 많이 딸려서 일하시는 분들 12분을 고용하셨는데 그 분들과 아빠가 드실 새참을 만들었어요.
제가 농사일은 잘 모르지만, 오늘이 일년중에 가장 중요한 날이래요. 오늘 일을 망치면 일년 농사를 다 망치는거라서 특별히 먹을거나 마실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하네요.
제가 어릴적부터 아빠 일을 참 안 도와 드렸어요. 동생은 철 들면서부터 아빠랑 같이 논에도 나가고 밭에도 나가고, 친구들 불러와서 같이 일도 도와드리고 참 착한일을 많이했는데 전 공부한다고, 얼굴 탄다고, 땀 흘린다고 ;; 별의별 핑계를 대면서 집안에만 꽁꽁 숨어있었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할때 까지는 아빠가 얼마나 힘든 일을 하시는지 사실 잘 몰랐어요. 2년 전 대학교 1학년 때, 낮에 집에 있는데 아빠가 빨개진 얼굴로 숨을 헐떡이시면서 집에 들어오시는거에요. 날이 너무 더운데 그 땡볕에서 일을 하시다가 도저히 못 참고 잠시 쉬러 들어오신거였어요. 전 서둘러 얼음물에 미숫가루를 타서 아빠를 드렸는데, 그것도 못 삼키시고 헛구역질 하시는 모습을 보고 몰래 제 방에서 엉엉 울었어요 ;;
그 후로는 직접 논에 나가 일을 도와드리지는 못해도, 간식거리를 싸서 응원도 나가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도 챙겨드리고 몸에 좋다는 음료도 많이 만들어드리고 ..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 ^ ;
엇그제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랑 아빠랑 새참 메뉴를 고르시는데 저도 옆에 끼어들어서 같이 정했어요.
메뉴는 닭볶음탕(사실 전 닭도리탕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요 ㅎㅎ)이랑 두부김치입니다.
닭볶음탕은 엄마가 만드셨고요 두부김치는 제가 만들었어요. 제가 아직 닭볶음탕은 만들어본일이 없어서 엄마가 가르쳐주셨어요.

커다란 솥에 손질한 닭이랑 감자를 넣어 준비하고요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진간장, 마늘, 생강, 물엿, 후추, 다시다를 넣어서 양념을 만들었어요.
엄마가 만드시고 전 옆에서 열심히 사진찍으면서 배우는 중이에요 ^ ^ ;

불에 올리기 전에 양념을 부워서 고루 섞어 준 다음 센불에서 한 시간 가량 푹 익혔어요.

닭을 불 위에 올리고 두부김치 재료를 준비합니다.
제가 김치를 참 못나게 썰거든요. 그 이유가 ; 전 꼬리부터 잘라서 위에 단단한 부분을 나중에 잘라냈는데,
그게 아니라 단단한 부분을 먼저 자르고 위에서 부터 자르는거더라고요. 그리고 상에 낼때는 반으로 갈라 한 쪽만 포개서 내는거였는데, 전 윗 부분 따로, 밑 부분 따로 담아서 .. 그래서 제가 자른 김치가 맛이 없던 거였어요 -ㅂ- ;

이건 따로 나갈 김치에요.

김치랑 고기를 볶아야 하는데요, 양념은 마늘, 소금, 설탕, 술만 있으면 되요.

이것도 엄청나게 큰 냄비에 넣고 고루 저어가면 볶았어요. 김치 국물이 자작하게 있어서 어느정도 볶아진 후 그냥 뚜껑 덮고 한참 두었더니 알아서 익더라고요.

두부도 물에 익혀주고요.
엄마가, 닭도리탕에 진간장을 조금 더 넣으라는걸 잘 못 알아듣고 두부에 넣었어요 ;
사실 넣으면서도 긴가민가해서 약간만 넣었는데, 다 넣었으면 큰일날뻔한거있죠 ;;

닭이 어느 정도 익으면 감자가 안 부스러지게 살살 섞어줍니다.

이게 새참 도시락통이에요 ㅎㅎ

김치볶음이 먼저 완성되었어요.

닭볶음탕도 다 익어서 마지막에 파를 넣고 조금 더 익혀주었고요

두부도 꺼내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 통에 담았어요.
저 여기서 또 한번 실수할뻔한게 ; 무의식적으로 찬물에 두부를 담그려고 한거 있죠 ;;;;;

커다란 바구니에 김치, 젓가락, 수저, 두부를 담고요


닭볶음탕이랑 두부김치도 냄비에 잘 덜어서 준비하고요

이렇게 차 뒷 트렁크에 담겨져서 슝 하고 논으로 배달갔어요.
집에서부터 오늘 작업하는 비닐하우스까지 5분 거리도 안되기 때문에 냄비가 들썩인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엄마는 배달가시고, 전 집에서 엄청나게 쌓인 설거지를 하고 뒷정리를 했어요.
+ 사실 중간에 엄마가 돌아오셔서, 종이컵이랑 개인 그릇을 가져가셨어요. 저랑 엄마랑 깜빡한거있죠 ;;
아침과 점심식사 중간에 먹는 새참이라서 밥은 안가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