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신부가 예쁜 애호박도아니고 미끈하게 빠진 쭈끼니도 아니고 늙디늙은 늙은호박이었습니다.
삼치는 고향바다의 고등어를 사랑하여 근교의 물 좋은 곳으로 데이트 나갔다가 그만 무지막지한 그물에 걸려
친구들과함께 바다내음 하나 맡을 수없는 이곳까지 오게되었습니다.
이곳 촌장님의 발효액이되기위하여 친구들과 함께 왔건만 친구들은 흑설탕과 알 수없는 무엇들과 함께
항아리에 들어가더니만 한지가 봉해지고 나와는 영영 이별이었습니다.
다행히 나와 몇몇 친구들은 그 어두운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지않고 장가를 보내 주려나봅니다.
<아! 내 예쁜 여자친구 고등어는 어디로 갔을까?>
삼치는푸른바다를 그리워하였지만 촌장님의 손길 아래에서 늙은호박을 맞이하기위하여 단장을 하였습니다.
지느러미 떼어내고 꼬리도 떼어지고 늘씬한 몸매만이 냄비안으로 쏘옥 들어갔습니다.
조금 있으니 늙은 신부도 단장을하고 보니 속살이 노란 아주 어여쁜 신부가되어 삼치 곁에 다소곳히 누입니다.

아낙님은 삼치신랑과 늙은호박신부 위로 국간장에 고추가루와 마늘을 넣은 이불을 덮여줍니다.
둘은 하나가되기위하여 불 위로 올라갑니다.

그런데..식이 진행되는 과정에..
늙은호박신부의 친구들인 미끈하게 빠진 대파도 단장하고 따라오고, 어린 풋고추와 청량고추도 같이 들러리 되어주건만
내 고향바다의 친구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눈을 씻고 둘러보아도 나 밖에 없다.
오로지 삼치 혼자다.

<그래 너는 늙은 신부이니 친구들이라도 예쁘게하여 너를 빛나게하여야하지만 나는 바다의 멋진 삼치다..
나혼자 당당하게 맛을 내리라>
드디어 바다의 삼치군이 늙은호박과 어우려져 맛있는 "삼치늙은호박" 요리라는 자식을 낳았습니다.
그날 저녁..
시골아낙님의 식탁이 오랫만에 바다내음 풍성하였다라는 전설만을 남긴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