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야 할 시기들이 있지만,
어패류는 제철에 딱 먹어주면
입에도 좋고 몸에도 좋은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챙겨서 먹게 되면,
아, 내가 호강하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일주일 동안 회사에서 고생했던 것에 대한
보상을 받고 있다는 위로감이...
촌스러운가요. ^^

초밥집에서 초밥을 덮고 있는,
연식이 좀 오래 된 새조개만 구경하다가,
요즘이 새조개 제 철이라길래
라벤다님께 부탁드려 받았습니다.
손질한 것도 무슨 작은 쭈꾸미 크기정도 되니,
실제로 보면, 조금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지도. -,.-
토요일 저녁 메뉴는
새조개 샤브샤브.
지난 번에 물 좋은 것을 받아다가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새우랑
피조개 관자를 해동시켜 친구시켜줬습니다.

육수는 다들 아시는 다시마 멸치 육수.
야채는 좀 시원한 맛이 나라고
청경채랑, 쑥갓, 버섯, 양파 등등.

소스는
멸치 육수 + 레몬즙 + 매실액기스 + 심영순 향신간장 + 고춧가루 + 깨소금 + 마늘주 + 와사비 등등.
저는 심영순 양념세트를 사놓고 쓰는데,
얼마전 백화점에 갔더니, 굴소스랑 국간장도 나왔더라구요.
왠지 더 믿음이 가서 사왔습니다. 양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지만,
국간장도 깔끔합니다.

육수에 살짞 담궜다가 꺼내어 소스에 찍어 먹으니,
캬. ㅠ.ㅠ
정말 달고나, 라는 말이 딱 맞는.
이건 조개 같기도 하고 쭈꾸미 같기도 하고.
쫄깃쫄깃한 게 씹을 수록 새어나오는 달디 단 육즙이 ...
술을 절로 부르는 고나~
덤으로 얹어 주신 멍게를 인터넷 찾아가면서 손질했습니다. ㅋㅋ
이 또한 꿀맛이로세.
다른 반찬 없이 요렇게만 놓고 먹어도
한상 잘 먹었다는 만족감이 질펀~ 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남은 육수에는
소면을 삶아 말아먹었어요.
여보, 나 국수 해줬다, 이거 국수 해준거다, 응?
국수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가끔, 내가 애써 생각해둔 주말 저녁 메뉴를 마다하고
국수를 말아달라는 남편 때문에
빈정 상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이렇게 입막음을. ^^

조금 남겨 둔 새조개와 시래기 삶은 것을 넣고 밥을 한
시래기 새조개 밥.
지난 번 네이버 문성실님 블로그에서 보고
마침 얻어놓은 시래기가 있어서 해봤는데 아주 맛있습니다.
나물류는 무엇이든 잘 먹기도 하거니와,
칼로리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좋아요.
1. 쌀을 씻어 불려놓고.
2. 시래기는 종종 썰어서 국간장, 들기름, 소금 약간씩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간해놓고.
3. 물기 뺀 불린 쌀을 솥에 담고, 그 위에 시래기를 깔고, 멸치육수를 부어 밥을 하고.
4. 밥이 다 되어 뜸이 들 때쯤에 뜨거운 물에 샤워한 새조개를 얹고 뜸을 들인다.
5. 밥이 다 되면, 퍼서 양념간장에 비벼 맛나게 먹어주면.
음,
철 따라 물좋은 해산물을 구해 먹을 수 있는 것도
참 즐거운 호사예요.
내일부터 시작되는 또 다른 일주일을 버티는 힘이라고나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