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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응모)연어!! 너는 내 운명ㅎㅎ

| 조회수 : 4,654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6-10-16 16:44:03
저 이런 글로 데뷔하게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게도 꿈이 있었죠. 언젠가 나도 키톡에 예술같은 음식 사진을 올리리라ㅋㅋ
뚝딱님같은 진솔한 이야기로 수많은 팬을 거느리리라. 움하하하하ㅋㅋ
그런데 지난 주 고난의 한 주간을 지나고 나서 불꽃같던 저의 열망이 한 줌 재가 되어 버렸답니다. 흑흑흑...


지난 화요일 연어를 주문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다크써클 좀 치유해 보고자 하는 작은 소망으로...
그런데 수요일 바로 배송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날 낮에 택배 아저씨 전화를 받으며 저는 불길한 운명의 피비린내를 조금 맡았더랍니다. 하필 야자 감독날 생물 연어가 오다니ㅜ.ㅜ  하지만 냉장고에 그대로 뒀다 내일 퇴근하고 썰지 하며 은근 설렜었죠. 10시가 다 되어 집에 갔더니 경비실에 큰 스티로폼 박스가 있더군요.  '이 녀석 제법 무게가 나가는 걸, 허허^^' 하며 끌고 들어가 집에 와 계셨던 친정 엄마께 '연어야, 엄마. 낼 구워 먹자' 큰 소리 치며 박스를 열었죠. 허거걱.. 그리곤 3초 후..................... 바로 뚜껑을 닫았습니다. 코엑스 수족관에서나 보았던 크기의 생물고기한테서 받은 충격에 잠시 호흡 곤란을 느껴야 했지요.

아아, 그 날이 무슨 날이던가요. 추석 후 내내 저희 집에 계셨던 부산 토박이 무림의 협객우리 시어머님이 내려가시고, 생선만 보면 경기하는 우리 엄마가 오신 날 아니랍니까?
어머니~~~~~~~~~~~~

일단 저보다 더 벌벌 떠는 엄마와 “물고기다!!” 이러면서 날뛰는 애들을 진정시켜 놓고 샤워를 하며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서 무수히 외쳤습니다. "이건 아니잖아~~이건 아니잖아~~" 분명 현종님 홈피엔 포떠진 연어 사진이 있었어요. 밤새 꿈에 시달리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면서 무거운 냄비로 그놈들 박스 뚜껑을 누르며(지금 생각하면 왜 눌렀나 모르겟어요ㅎㅎ)약속했죠. ‘퇴근하고 어떻게든 해결해 줄게, 미안해’

아침 보충하는데 속도 모르고 아이들이 묻더군요. “선생님, 오늘따라 너무 피곤해 보여요. 다크 써클 장난 아니예요.” “어 그래? 왜 그럴까.. 어제 야자 때문이겠지 뭐 흐흐;;; 책 보자ㅠㅠ”
애들이 알겠습니까? 제 눈이 너구리 된 사연을.....

어찌 되었든 내가 벌인 일, 가만 생각해 보니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딱 둘이더군요. 마트의 수산 코너나 단골 횟집 주방장님... 이판사판이다. 일단 이마트로 전화했지요. 어머나^^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제 사연에 너무도 흔쾌히 가져 오라더군요. 퇴근 후 아직두 얼음이 녹지 않은 그 두 넘을 마트까지 델구 가서 무사히 스테이크용으로 대짜 4접시 가져 왔답니다. 머리는 무서워서 놓구요 ㅠㅠ. 현미 흑초(?) 한 박스로 사례하며 인사를 정말 허리가 꺾어지게 열 번은 했네요.

연어 싣고 별 보며 돌아오는 길, 배고파 쓰린 속을 어루만지며 많은 생각을 했지요. 1박 2일 동안의 연어와의 사투(암것도 한 건 없는데 정말 쓰러질 지경이었답니다 ㅎㅎ) 끝에 11년 주부 인생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얼굴,성격 다 딴판이라 친엄마 맞나 싶었던 엄마와의 끈끈한 혈육의 정을 재발견했던 것이지요. 엄마도 십여년 전 낚시꾼 아빠 친구에게 선물받은 메기를 대문 밖에 내다 놓고서야 잠을 잤다던 전설이 있답니다 ㅋㅋ

다음 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저는 현종님 홈피를 열었습니다. 대란이 일어났겠지!! 다들 어찌 이 사태에 대응하는가 진짜 궁금해서 이 방 저 방을 기웃거려도 조용, 잠잠... 뭐야? 다들 아직 못 받았나? 아니더군요. 오렌지피코님 또 주문 넣으시구요(합이 4마리---얼마나 샅샅이 봤는지 아시겠죠?ㅎㅎ). 내 거만 손질을 안 해준 건가? 그럴 리가....직접 손질해서 요리할 수 있는 분들이 진정 그리 많으리라곤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난 주말, 주중에 집을 비웠던 남편과 아이들에게 연어 스테이크 해주며(맛있더군요 ㅋㅋ) 나 혼자 상대했던 연어와의 한판 무용담을 잘났다고 저녁 내내 침튀기면서 떠들고 났더니.....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생물 연어 손질 과정샷, 연어알 활용법......
이게 뭡니까?
이게 진정 여염집 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겁니까?
도대체 이 요리의 경륜은 어디서 나온 거란 말입니까?

저 생각 많이 했습니다. 아침, 저녁 밥 챙겨 먹는 것만도 감지덕지하도록 끊임없이 세뇌시킨 남편과 아이들에게 미안하고(우리 애들은 키톡의 예술 사진 봐도 해달라고도 안 해요. 그런 세계가 따로 있는 줄 안답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주부지’ 하며 스스로 만족했던 제 안일한 마음 자세도 문제였다 진심으로 반성합니다.
주제를 모르고 꿈만 하늘을 날았던 어제의 나를 잊자!!
당장 꽁치부터 시작하자!!
내년엔 나도 칼 갈아 놓고 기다린다. 연어야!!

이 글을 ‘추억의 음식’을 주제로 한 이벤트 글로 써도 될까 싶었는데요, 제 주부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으며, 제게는 충격적인 ‘추억의 음식재료’이며, 일박 이일간 함께 고생했던 연어에게 바칠까 싶어 길고 지루한 글을 올립니다. (할머니나 아빠, 엄마에게 바치는 글은 많던데 연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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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CoolHot
    '06.10.16 5:05 PM

    붉은 입술님.. 관리자들이 기다리던 이벤트 응모가 아니었을지요!!
    역시 무림에는 은거하는 협객이 많았던 겁니다.
    연어와의 혈투를 읽으며 눈물이 찔끔 났네요.ㅍㅎㅎ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 앞으론 자주 글 올려주셔야 할 듯!!

  • 2. 연주
    '06.10.16 5:23 PM

    ㅋㅋㅋ
    글 너무 재밌게 쓰시네요^^
    내년엔 나도 칼 갈아 놓고 기다린다..ㅋㅋㅋ
    지난달 삼치 받고 기절한 저 (것도 배 갈라 손질 다 된 삼치..그래도 머리가 우찌나 큰지.ㅜ.ㅠ) 심히 부끄럽습니다.

  • 3. Danielle
    '06.10.16 5:47 PM

    혈투?하시는 모습이 눈앞에....고생하신거 같아 죄송하지만 글이 넘 웃겨요 ㅋㅋ
    덕분에 많이 웃고 갑니다^^

  • 4. ckcki
    '06.10.16 5:58 PM

    푸하하하하하 글 너무너무 재밌어요!!!
    '물고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 잘 쓰시네요 ^^

  • 5. 붉은 입술
    '06.10.16 9:02 PM

    앗, 댓글이다!!!
    CoolHot님, 기다려 주세요. 요리 사진 뜨는 그날을 ㅎㅎ
    연주님,동병상련인가요
    Danielle님,한 주만에 팍삭 늙었어요ㅠㅠ
    ckcki님, 우리 애들이 좀 세상 물정 모르고 해맑기만 하답니다
    snow님, 신혼때 울남편 산오징어 통짜 사왔다가 11년째 저한테 씹히고 있어용ㅋㅋ

  • 6. 김명희
    '06.10.16 11:27 PM

    너무재미 있어 남편에게 읽어주었어요 다음에도 붉은입술님 글 기다려지네요 많이 써주세요

  • 7. 해바라기 아내
    '06.10.16 11:32 PM

    연어 이야기만 보면 댓글을 안 쓸수가 없어요. 벌써 세번째 글 달아요 ^^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콩닥거려요.

    식구들이 모두 잠든 후 백열등 아래 서서 홀로 벌였던 연어와의 피비린내 나는 한판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대견하답니다 ^^
    내년에는 꼭 한번 해보세요. 붉은 입술님 말씀이 맞아요.
    이제 더이상은 부엌 세계에서 오를 경지가 없다는 자만심에 미소가 입가로 번지죠.
    맛으로가 아니라 힘으로 부엌을 제패했다는데 다소 민망함이 있기는 하지만, 뭐 어쨌거나.
    예전에는 여리디 여린 처자였는데...
    살다살다 연어 잡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연어를 다 손질하고 나니 속이 얼마나 미식거리던지 소주 딱 한잔 깡으로 마시면 좀 진정될 것 같았는데 새벽 2시에 마친 관계로 코앞에 있는 다용도실이 천리길처럼 느껴져 소주는 커녕 샤워도 못하고 잤답니다.
    연어 이야기는 밤을 세워도 끝이 없어요 ^^

  • 8. 똘똘이
    '06.10.17 12:13 AM

    저도 역시 집밥이 최고야 하면서
    맨날 두부만 먹는 만년 초보 주부입니다.

    얼마전 snow님처럼 병어가 생겼어요.
    맨날 손질된 생선만 사다가 모조리 다 달려있는 생선을 보니 심난하지요.
    그런데 병어 얼굴을 정면으로 가만히 쳐다보니 너무 귀엽게 생긴 거에요.
    아니...이렇게 귀엽게 생긴걸 어떻게 칼을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신랑한테 넘겼습니다.

  • 9. 신효진
    '06.10.17 8:41 AM

    연어머리가 얼마나 컸는지 정말 보구싶네요 아침부터 컴 보구 키득거리니 친구들이 희한하게 쳐다보네요
    저두 전에 아빠가 집 화장실 세숫대에 메기 두마리를 넣어놓구 외출해버리셨는데 그중 한마리가 탈출을 감행하는통에 동생이랑 저랑 피비린내 나는 가위바위보 세판으로 연어 구출작전을 핀적이있죠
    고무장갑 한손에 두개끼구 끼이야아아악~~ 하고 소리지르며 연어를 잡아 다시 세숫대로 집어 던지던
    귀여운동생 모습이 생각나서 정말 재밌었습니다 님 글 강츄~!!

  • 10. 호즈맘
    '06.10.17 10:40 AM

    올 여름 섬으로 휴가 갔다가 섬 주민들한테 자연산 광어를 받았더랬죠. 피 빼는 과정부터 비늘치기며 머리떼기며 회뜨기까지 다 전수받고 나니 세상 무서운 게 없어보이더군요.. 자연산광어, 먹다먹다 지쳐서 튀겨도 먹고 얼굴에 팩도 하고 했었는디...

  • 11. 둥이둥이
    '06.10.17 10:42 AM

    우와..저도 추천 한방 꾸욱..^^
    넘 재미나게 읽었어요...
    저도 연어 이야기들 읽으며..흠..전혀 딴 세계군..했거든요..히히~
    키톡의 세계는 별세계...맞습니다 맞고요~~^^

  • 12. yozy
    '06.10.17 7:48 PM

    이글은 '방송용이야'하면서
    너무너무 재밌게 보고 갑니다.

  • 13. 봉봉
    '06.10.18 2:40 AM

    ㅎㅎㅎ '당장 꽁치부터 시작하자' 요 대목에서 더 넘어감니다 ㅋㄷㅋㄷ

  • 14. 실이랑
    '06.10.18 9:22 AM

    너무 재미있게 글을 쓰셔서 추천을 안할수가 없네요..ㅎㅎㅎ

  • 15. 붉은 입술
    '06.10.18 1:47 PM

    허거걱, 이 수많은 댓글들~~ 추천수@@
    진정 꿈은 이루어진 것입니까ㅋㅋ
    바르르 손을 떨며 잠시 열어본 제 글 밑에 이다지도 감격적인 글을 써놓고 가신 여러분들 이제부터 저한테 낚였슴다ㅎㅎㅎ

  • 16. 풀삐~
    '06.10.18 2:44 PM

    연일 올라오는
    이 구구절절~ 대략난감~한 글들을 읽고도
    감히 연어를 주문한 저..

    "그래.. 난 꽁치는 졸업했고.. 오징어 ,명태까지도 띄엄띄엄 보기때메 충분히 할수 있어!!!!!!! "

    겁을 상실한 무모한 용기에
    스스로 우쭐해하면서..

    (속으로 쫄고 있습니다.. 주문한 연어가 이제나저제나 도착할까봐서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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